검색

청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리다

청하 <Bare&Rare Pt.1>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시원하게 울리는 신시사이저와 상쾌한 휘파람이 내뿜는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 채운 곡은 올라운더로서의 역량 증명에 힘쓰느라 한동안 놓치고 있었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린다. (2022.08.10)


'Sparkling'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의 청하에게 필요했던 싱글이다. 시원하게 울리는 신시사이저와 상쾌한 휘파람이 내뿜는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 채운 곡은 올라운더로서의 역량 증명에 힘쓰느라 한동안 놓치고 있었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린다. 'Why don't you know'와 'Rollercoaster' 시절로의 회귀를 뜻하나 답습의 우려보다는 반가움이 앞서는 이유다. 마치 침체기 이후 'Never really over'를 들고 나왔던 2019년의 케이티 페리를 보는 기분이다.

하나 <Bare&Rare Pt.1>이 좋은 음반이냐 묻는다면 이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개별 곡 단위로 보면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춘 가사와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 등 여러 장점이 보이지만, 거시적인 구성력이 부족해, 좋은 재료로 시너지를 일궈내는 대신 제로섬 상태를 야기한다. 순서가 잘못 정해진 값비싼 코스 요리, 장면은 잘 찍었지만 편집이 구심점 없이 어지러운 영화와도 같다.

무겁고 음산한 첫 트랙 'Xxxx'에서 'Sparkling'으로의 톡 쏘는 반전은 분명 상쾌하다. 통통 튀는 'Louder'까지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끈적한 'Crazy like you'로 되돌아가는 양상은 타이틀곡의 매력이 앨범 전체로 전파될 여지를 차단한다. 차라리 일차원적이라도 <Querencia>처럼 영역을 세부적으로 나눴다면 가수도 듣는 이도 소화가 더 쉽지 않았을까 싶다. 서로 엇갈린 트랙들이 무분별하게 섞여 있으니 중간 지대를 이어줄 수 있는 'California dream'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건조하게만 들린다.

퍼포머의 차원을 넘어 진솔한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청하의 의지는 확실하나, 그러면서도 끝내 기존의 정체성을 완전하게 포기하지 못해 균열이 발생한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녹여낸 'Goodnight my princess'의 감동이 뒤를 잇는 팝 트랙에 의해 금세 흐릿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 지점이다. 다재다능함이 곧 캐릭터이자 무기였기에 이를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겠으나, 기꺼이 무장 해제를 하지 않는다면 움직임은 굼뜰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야심찬 프로젝트였지만 부작용으로 극심한 이미지 소비를 초래한 <Querencia>가 촉발했을 내적 성장과 상업성 사이의 고민, 아쉽게도 결론이 썩 명쾌하지는 않다. 두 번째 파트는 소위 '매운맛'을 담은 'Rare'가 될 예정이라 일찌감치 밝혔는데, 진정한 'Bare(헐벗은)'의 의미 실현을 위해 이번에는 대중성을 양보하더라도 깊이에만 몰두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Sparkling'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청하를 보는 일도 물론 즐겁지만, 이제 그 너머의 기획력까지 갖출 때가 왔다.



청하 2집 - Bare&Rare Pt.1
청하 2집 - Bare&Rare Pt.1
청하
Stone Music EntertainmentMNH엔터테인먼트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가가 형사 시리즈’ 최신작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범인이 자수하면서 해결되는 것 같지만, 범행 과정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다. 진상을 밝히고자 가가 형사가 나선다.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전통 미스터리 소설로 여름의 열기를 식혀 보시길.

변화의 흐름을 잡아라!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가 선정한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담았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 이슈부터 부활하는 일본과 떠오르는 인도까지. 14가지 핵심 토픽을 정리해 세계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본다. 급변하는 세계의 변곡점에서 현명하게 대응하고 부의 기회를 만들어보자.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다

선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을 때 우리에겐 역사가 필요하다 더 깊어진 통찰과 풍부해진 경험으로 돌아온 최태성 저자의 신간.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넘어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는 방법을 다룬다. 역사에서 찾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가치는 여전히 역사의 쓸모를 증명한다.

성적이 오르는 아이의 비밀은 어휘력!

초등어휘일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30만 학부모 멘토 이은경쌤이 엄선한 10대가 꼭 알아야 할 국어 교과서 문학,비문학 속 필수 어휘! 교과서 속 처음 접하는 '낯설고 생경한 어휘'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의 기본기가 되어 줄 어휘력! 하루 10분, 하루 1장 씩 자연스럽게 익혀 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