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동식, 거짓말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면?
『궤변 말하기 대회』 김동식 소설가 인터뷰
'노후 대신 사후를 준비해야 한다', '전생은 미래에 존재한다', '인류 멸망을 꾀하는 비밀 단체가 있다' 등 다양한 궤변이 펼쳐지는데, 괴짜 참가자들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색다른 통찰력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2022.08.05)
『회색 인간』으로 데뷔하여 열 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낸 작가가 처음으로 연작 소설을 발표했다. 『궤변 말하기 대회』는 가상의 TV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한 가지 에피소드가 담겼다.
'노후 대신 사후를 준비해야 한다', '전생은 미래에 존재한다', '인류 멸망을 꾀하는 비밀 단체가 있다' 등 다양한 궤변이 펼쳐지는데, 괴짜 참가자들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색다른 통찰력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김동식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궤변’이라는 소재를 만나 극대화되었는데, 『궤변 말하기 대회』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소회를 들어본다.
‘김동식 소설집’ 10권 완간 이후 첫 연작 소설이네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동식 소설집’을 10권으로 마무리했을 때, 여기서 끝이 아니라 다른 시도로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렇게 탄생한 다른 시도가 『궤변 말하기 대회』라는 첫 연작 소설입니다. 제가 얼마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지 기대하신 독자들도 계실 텐데,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돌아온 느낌이라서 민망하고 떨리네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궤변 말하기 대회'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TV 예능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는데,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다가 ‘거짓말 오디션’이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최고의 헛소리를 하는 참가자에게 대상을 주는 오디션 말이죠. 그런 상상으로 한 편 써보니까 신이 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거짓말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요. 작정하고 거짓말 판을 까니까 쓰는 맛이 있어서 연작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노후 대신 사후를 준비해야 한다', '인류 멸망을 꾀하는 비밀 단체가 있다' 등 다양한 궤변들이 등장해요. 이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궤변이 있다면요?
궤변들도 나름 현실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소재로 나뉘는데, 의외로 설득력만을 따지고 보면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뤘던 「사후보장보험에 가입하세요」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진리가 설득력을 좀 보완해주는 느낌이죠.
'이 세상은 컨베이어 벨트다', '죽음은 살아 있다' 등의 궤변은 어떤 상상을 통해 구체화되었나요?
심한 태풍으로 어느 과수원이 쫄딱 망하게 생겼는데, 태풍에도 살아남은 ‘사과’라며 수험생용 마케팅을 펼쳐 대박이 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과가 타고난 ‘운명’이라는 무형의 특성에도 가치를 매기는 거죠. 저는 인간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수십 년을 무사히 견디면, 그 자체만으로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이 세상은 컨베이터 벨트입니다」란 작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상은 일상에서 접하게 된 사소한 것을 단서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무언가를 보고 있지요.(웃음)
요즘은 궤변이지만 진실인 척하는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콘텐츠도 많은데요. '우린 무엇이 궤변이고 무엇이 사실인지도 모르는, 성공한 궤변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라는 문장이 와 닿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쓰신 건지 궁금합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쓸 때는 즐거웠는데, 다 쓰고 묶으려고 보니 각각의 궤변들이 너무 튀었습니다. 개성이 강하달까요. 한 책에 담으려면 공통점을 찾아야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공통점밖에 없더군요. 그럼 사실인 궤변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현실의 모든 게 궤변인데 궤변인 줄도 모르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주제를 떠올리니 꼭 맞는 마무리 같았죠.
정말로 이런 이상한 대회가 있다면 참여하실 의사가 있으신지요?
저는 무조건 참여합니다. 어려서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했으니까요. 예능에 출연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죠. 만약 제가 출연한다면 “『궤변 말하기 대회』는 전 국민 필독서입니다”라는 궤변으로 참여하겠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과연 이 이야기들이 제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일까요? 아니면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김동식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나왔다. 2006년에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다. 창작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단편 소설 출판하기 수업 등 다양한 작법 강연을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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