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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다 읽겠지] 인류애 회복 프로젝트
<월간 채널예스> 2022년 8월호
견디고, 나아가고, 기어코 살아갈 힘을 나는 결국 언제나 사람들의 다정함에서 얻었다. 그 다정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기 전에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22.08.01)
잠깐 책이 아닌 이야기를 해도 될까. 10년 차 ‘연뮤덕’인 내게는 회전문을 돌만큼 체력과 재력은 없어도, 올라올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보는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공연들이 있다.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단연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한 가정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상처와 회복에 대해 그리고 있는 이 공연은 상실을 키워드로 한 밀도 있는 감정선과 장르를 넘나드는 강렬한 넘버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공연의 주제와 관계없이 내 머리를 강타한 대사가 있는데, 바로 ‘완벽한 짝’이라는 넘버의 도입부였다.
“다 오염됐어 땅과 바다 공기 / 위아래 내 주변 전부다 (중략) 질병과 죽음 전쟁뿐인 세상 / 아찔한 파괴의 줄타기 / 이 지구는 죽어라 뜨거워져”
정말이지 단 하나의 단어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공감 가는 구절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모조리 박살 낸 질병과, 수백만 삶의 터전을 앗아간 파괴적인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숨 막히는 무더위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되찾기엔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닐지 의심되는 나날들.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면 길을 찾고 싶었다. 다시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을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행성』은 어쩌면 현재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다. 『고양이』, 『문명』에 이은 시리즈의 완결판인 이 책은 전쟁과 테러, 감염병으로 지구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든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류 문명과 지구 행성의 미래를 살펴본다. 한때 화려했던 도시는 쥐떼에 점령당했고, 인간은 고층 빌딩에 숨어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상황은 지극히 판타지적이다. 반면, 각자의 집단으로 쪼개져 이익과 권력을 좇으며 싸움만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정말이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지긋지긋한 난장판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력과 힌트를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다. 이 행성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소통을 호소한다.
우린 조만간 죽게 될지도 몰라요. 삶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요. '사랑' 아니면 '두려움'. 첫 번째를 선택해요. 부디 둘이 서로 사랑해요.
인간과 인간들 간의 소통, 나아가 인간과 다른 동물 종과의 소통, 모든 생명체들의 공존과 연대를 모색하는 바스테트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용감하고 또 다정하다. 그 모습은 친화력과 협력을 생존의 기반으로 제시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는 이 책을 통해 흔히 생각하는 진화와 생존의 원칙 ‘적자생존’을 뒤집어 다정함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무기였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다른 동물과 달리 눈동자에 흰자위를 갖게 된 것은 상대의 표정을 읽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성인이 되기까지 다른 동물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 역시 협력적 의사소통과 사회화 과정을 더 깊이 수용하기 위해서다. 공포와 두려움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 즉 다정함이 호모 사피엔스를 현재까지 살아남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새로운 친구를 마지막으로 사귄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이 베푼 친절과 배려, 다정한 한마디의 말이 나를 살게 한순간들이 있었음은 잊지 않는다. 견디고, 나아가고, 기어코 살아갈 힘을 나는 결국 언제나 사람들의 다정함에서 얻었다. 그 다정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기 전에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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