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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작가 "깨어난 자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비와 비』 조영주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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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와 비』는 이름이 같은 '이비'와 '박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격동의 시대 속 온전한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하는 풍성한 이야기 타래를 이끌어냈다. (2022.07.22)

조영주 작가

세계문학상, 예스24 웹소설 공모전,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공모전, 디지털작가상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조영주 작가의 장편 소설 『비와 비』가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붉은 소파』와 『반전이 없다』『혐오자살』 등 추리 소설 작가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조영주 작가의 이번 소설은 역사 로맨스물이다. 조선 성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와 비』는 이름이 같은 '이비'와 '박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격동의 시대 속 온전한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하는 풍성한 이야기 타래를 이끌어냈다.



추리 소설가로 그동안 입지를 단단히 하셨어요. 조영주 작가의 역사 로맨스물이라니, 뜻밖이기도 하고 더 기대가 되기도 하는데요. 평소 로맨스 소설도 염두에 두고 계셨나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본래 하고 싶었던 장르가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장르였는데요. 이상하게 그쪽으로 안 풀려서 계속 '언젠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추리 분야가 먼저 풀렸습니다. 그래서 이건 안 되는가 보다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요, 2019년 '요다 출판사'에서 나온 종말 앤솔러지 『모두가 사라질 때』에 실은 로맨스 단편이 '영화화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로맨스 쪽 일이 들어와서 장편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같은 두 주인공이 등장해요. 관찰사의 수양딸 '이비'와 관노비 '박비'. 주인공 신분의 설정만으로도 벌써 가슴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두 사람 사이에 거대하게 놓인 신분의 벽 때문에 소설 초반부터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박비’라는 이름의 특이성 때문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쓸 당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잠깐 수업을 들었는데요, 그때 조선 시대 왕들의 글씨를 탁본해 엮은 책 『열성어필』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중 '몽유도원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몽유도원도'로 시작된 안평 대군의 사사까지 이야기 중 사육신의 일화, 그리고 사육신 중 운 좋게 살아남은 박팽년의 후손 ‘박비’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 쓰게 되었습니다.

여자주인공 '이비'와 성종의 죽은 왕후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얼굴이 닮았고, '박비'와 성종 또한 닮았어요.

사실 소설에서 쌍둥이를 등장시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추리 소설을 쓸 때에 지켜야 할 법칙, 이른바 ‘녹스의 10계’에 위배되기 때문인데요. 『비와 비』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서 쌍둥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설정해 보았습니다.

이 소설에는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부제가 붙었어요. 부제에 대해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 역시 여러 가지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요. 일본에서 출간된 『금오신화』에는 이상하게 ‘갑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내가 을집을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김시습을 등장시키고, 소설 속에서 ‘을집’을 쓰게 해보았습니다.

『금오신화』를 비롯해 '몽유도원도'까지 이 소설의 배경에 은은하게 깔려 있어요. 사료를 분석하고 디테일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소설의 초고는 열흘 만에 썼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조선 시대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해당 시대의 『조선왕조실록』과 '몽유도원도', 김시습의 여러 자료에 푹 빠지다 보니, 힘들다기보다 그저 즐겁기만 했습니다. 퇴고는 그렇지 않았지만요.

여주인공 '이비'는 그동안의 역사물에서 보아왔던 인물과 뚜렷이 다른 점들이 보입니다. 단아하고 해맑고 그저 천진한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새로운 인물로 보이거든요.

당시 수업을 들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이 시대에는 아직 주체화된 자아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대소설'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긴 분량의 소설이 유행했는데요. 그런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자아가 각성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하건대, 김시습이 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엄청난 천재였다면, 정말 '금오신화 을집'을 썼다면, '이비'와 같은 인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깨어난 여성 자아’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이비는 중세 시대에서 결코 볼 수 없는 깨어난 자아로 등장시켜 보았습니다.

추리 소설 작가답게 『비와 비』에서도 반전이 존재해요. 그 반전을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주인공 '이비'가 그래서 더 아프게 느껴지고요. 추리와 로맨스가 만나면 이런 소설로 완성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다음 장편은 9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비와 비』가 인생 최초의 로맨스 소설이듯, 이번에는 인생 최초의 청소년 소설입니다. 내용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덕후가 발랄하게 왕따를 없애는 법’ 정도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조영주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였다. 하지만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을 깨닫고 ‘어떤 장르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으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미스터리 극본을 써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유』에 감명받아 추리 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했다. 제6회 디지털작가상을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 예스24 등의 웹소설 공모전은 물론,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세계문학상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추리 소설가로 입지를 다졌다.




비와 비
비와 비
조영주 저
폴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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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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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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