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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따뜻한 해리 스타일스의 홈 파티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Harry'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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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s House>는 충분한 여유와 긴 시간을 두고 일상에 간헐적으로 녹여낼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심심하더라도 거듭 청취할 때 우러나는 묘미를 의도한 작품이다. (2022.07.06)


사뿐한 걸음, 들썩이는 손짓 하나에도 여유가 흘러넘친다. 3년 전, 팝의 금자탑을 향한 발돋움 <Fine Line>으로 지반 다지기를 마친 이 능글맞은 사내는 <Harry's House>로 본격적인 축조와 장식에 돌입한다. 단단히 뒤틀렸지만, 어딘가 아늑하고 포근한 베이지색 방의 광경처럼, 해리 스타일스는 다시 한번 희귀한 골동품 가구를 수집하고 좀체 섞이지 않을 법한 과거와 현재의 선형적 시간선을 부드럽게 매듭짓기 시작한다.

안정적인 커리어 연장이다. <Harry Styles>부터 함께 작업해온 프로듀서 타일러 존슨과 키드 하푼을 또 한 번 초빙해 검증된 라인업을 유지했으며, 호불호를 내포한 전작의 특징인 원색적인 멜로디 비중과 돌출된 구간을 줄여 탈선 요소를 거의 제거했다. 막강한 승부수를 던지던 지난 솔로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더욱 간소해진 구성이 돋보인다.

가벼운 신시사이저 연음으로 충분히 예열을 가한 뒤, 호른으로 축포를 터트리는 오프너 'Music for a sushi restaurant'부터 정의는 명확하다. 1960년대 소프트 록의 유려한 사운드 질감과 아날로그의 온기, 그리고 모든 연령층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이다. 과일 곡의 계보를 이어가지만, 'Watermelon sugar'가 주류 팝의 천연과 경탄을 달콤하게 그려낸 것과는 달리, 통통 튀는 박자감의 'Grapejuice'는 따사로운 여름 햇살과 느긋한 휴가 분위기를 들여와 확연히 다른 전달법을 드러낸다.

팝 역사 전반에 빼곡히 걸친 레퍼런스 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킹크스의 'Waterloo sunset'을 호출하며 1967년도 '사랑의 여름'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Matilda', 브라더 존슨의 'Ain't we fuckin' now'(1978)를 감각적으로 샘플링한 'Daydreaming', 아하의 히트곡 'Take on me'(1984)의 리프를 차용한 듯한 'As it was' 등. 청취의 맛을 살리는 기분 좋은 환유이자, 시대를 아울러 '통용되는 소리'를 담아내려는 수집가의 야망이다.

물론, 기존의 스타일리시함을 잠시 접어두고 평탄하게 배치된 중후반부 트랙은 집중도를 일부 떨어트리기도 한다. 개개 곡의 퀄리티는 우수하더라도 활력을 공급해줄 킬링 트랙 자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 대신 <Harry's House>는 충분한 여유와 긴 시간을 두고 일상에 간헐적으로 녹여낼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심심하더라도 거듭 청취할 때 우러나는 묘미를 의도한 작품이다.

모두가 디스코 음반을 뒤지며 광란의 레트로 열풍을 쫓기 바쁠 때, 해리는 더 나아가 스틸리 댄의 다채로운 사운드 터치와 플리트우드 맥의 담백함, 그리고 레논-매카트니의 대중적 짜임새를 집으로 초대한다. 소소한 대화와 따뜻한 음식이 오고 가는 그의 홈 파티에 온 것을 환영한다.



Harry Styles - Harry's House (Softpak)(Digipack)(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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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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