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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서 'We'의 세계로 나아가는 아케이드 파이어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We>
발을 맞춰 달려나가던 젊은 날의 부활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의의는 서서히 빠져버린 계몽자의 늪에서 벗어나, 어려운 개념과 이론의 비중을 줄이고 대중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다. (2022.06.29)
온갖 조롱과 함께 밈(meme)으로 전락한 2017년 <Everything Now> 이후 5년 만이다. 돌아온 아케이드 파이어는 디스코 리듬 대신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고, 편안함 대신 격렬함을 추구하는 작법을 택한다. 첫 싱글로 공개된 연작 'The lightning'은 초창기 음악으로 돌아가겠다는 일종의 선포다. 전반부 'I'의 자아 탐구에서 'We'의 세계로 향하는 전환점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밴드의 옛 모습을 잊지 못한 이들에게 반가움을 안긴다.
반면, 이외의 곡에서는 의도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일정 단계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카타르시스의 직전에서 머뭇거리는 'Age of anxiety I'의 구조가 곳곳에서 반복되는 탓이다. 상승 기류가 보이던 두 번째 섹션 이후 고꾸라지는 'End of the empire I-III', 찬란한 멜로디를 평이한 후렴으로 황급히 마무리하는 'Unconditional I (lookout kid)'은 <Funeral>과 <The Suburbs>가 이룩한 명성을 더욱 견고한 성역으로 드높일 뿐이다.
그렇다면 신보는 그저 혈기를 상실한 팀의 씁쓸한 현주소일 뿐일까.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앨범들처럼 공동체 정신 속 격정적인 감정의 발산이 아케이드 파이어 음악의 한 축을 이뤘다면, 반대편에서는 <Neon Bible>과 <Reflektor>를 거치며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이어졌다. 합창을 통해 현대 소비 사회를 꼬집은 <Everything Now>는 두 갈래의 통합을 이루는 듯했으나, 지나치게 신나는 분위기에 함몰된 나머지 계몽을 이끌 선지자보다 대중을 기만하는 컬트 교주로 전락해 버렸다.
<WE>가 그 과오를 씻어내는 방법은 '낯설게 하기'다. 동일하게 사회 갈등과 분열을 텍스트로 삼지만, <Reflektor>처럼 거창한 고대 신화의 은유 대신 '불안감'이나 '구독 취소'처럼 현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청자의 과한 몰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전작에 대한 반성을 담은 'End of the empire IV (Sagittarius A*)'는 아예 제4의 벽을 깨며 'Fuck season five(시즌 5는 꺼져!)'라 외치기까지 한다. 해답 없는 질문들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며 거듭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모든 것이 끝난다면, 과연 우리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발을 맞춰 달려나가던 젊은 날의 부활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의의는 서서히 빠져버린 계몽자의 늪에서 벗어나, 어려운 개념과 이론의 비중을 줄이고 대중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이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분명 달라졌다. 그들이 다시 건넨 손을 붙잡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이어 나갈지에 대한 선택은 이제 철저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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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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