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의 인플레이션 수업
『긴축의 시대』 김광석 교수 인터뷰
『긴축의 시대』를 통해 험난한 경제 속에서도 나의 자산을 지키는 데서 더 나아가 자산 확장을 위한 부의 기회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6.21)
김광석 교수는 유튜브 채널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TV]>를 통해 경제 전망과 새로운 경제 이슈 및 트렌드를 대중의 관점에서 쉽지만 알차게 다뤄왔으며,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 비철금속 중심 원자재 가격과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을 정확히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책 『긴축의 시대』에서는 치솟는 물가 상승 속 흔들리는 세계 경제를 직시하는 법을 알려준다. 팬데믹 경제 위기 후, 회복 국면에 찾아온 초인플레이션 현상과 금리-물가의 상관관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 정책 기조 그리고 이러한 경제 흐름 속에서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을 전망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긴축의 시대』를 통해 험난한 경제 속에서도 나의 자산을 지키는 데서 더 나아가 자산 확장을 위한 부의 기회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긴축의 시대』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2020년 팬데믹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들은 이례적인 속도와 강도로 기준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경제 충격으로부터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빅컷(Big Cut)’을 단행한 것이죠. 그렇게 세계는 ‘완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 자산 등 자산 가치가 일제히 상승했고 통화 정책 기조가 급격히 전환되었습니다. 2022년까지 나름의 경기 회복세가 실현되었고, 이제 주요국들은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기에 이릅니다.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의 시대’로 전환된 거죠.
『긴축의 시대』에서는 금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투자 의사 결정이나 기업의 경영 전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기 및 물가와 같은 실물 경제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금리는 다시 환율 및 증시와 같은 금융에 영향을 미칩니다.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필두로 전 세계가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물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연이은 빅스텝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했죠. 경제 대변화를 맞닥뜨린 개인과 기업은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깨닫고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린다고 하셨어요. 세계가 맞닥뜨린 인플레이션 쇼크,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미국은 41년 만의 인플레이션 쇼크가 발생했습니다. 8%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은 40년을 살아본 경험이 없는 20~30대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숫자일 겁니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2022년 5월 5.4%를 기록했죠. 한국의 소비자 물가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이 작용했던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소비 품목 전반에 걸쳐 가격이 반영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차단한 데 이어, 인도는 밀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이 폭등할 때 수출하면 나라 살림에 도움이 될 텐데 수출을 막은 것은 물가 잡기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서죠. 자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들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은 원자재를 더 구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자원 부국은 원자재를 내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러한 자원 보호 무역주의는 더 큰 수급 불균형을 만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키죠.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왜 장기화되는 것인가요? 기대인플레이션은 또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수요자들을 생각해봅시다. 스마트폰 가격이 다음 달 더 오를 거라고 믿으면 수요자들은 지금 사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수요가 폭발하니까 가격은 더 올라가겠죠. 공급자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데 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김밥 가격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기대 인플레이션’, 즉 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혹은 믿음은 미래의 물가를 선반영해서 가격을 책정하게 만듭니다.
가령 라면을 만드는 식료품 제조업체라면 물가 상승을 선반영해서 향후 라면 가격을 올려서 포장지를 만들기로 계획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급자가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 것이죠. 물가는 상승하는데 임금은 제자리라면 생활이 팍팍해진 근로자들은 당연히 임금 협상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이 올라가면, 결국 그것이 또 다른 가격 상승을 만듭니다. 또한, 실질 이자율은 하락하니까 유효 수요는 증가하고, 수요가 계속 증가하겠죠. 그래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다 보면 진정한 인플레이션이 또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가격 상승입니다. 가격은 왜 상승할까요? 수요가 늘어서일 수 있고, 공급이 줄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금리와 물가는 역행한다”고 하셨어요. 금리와 물가는 어떤 관계에 있나요?
금리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잠시 옛날이야기를 해볼게요. 1980년대에는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정도 했었는데, 지금 짜장면 한 그릇은 6,000~7,000원 정도 합니다.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500원에서 5,000원 이상으로 10배 이상 올랐죠. 이런 말을 하면 무릎을 탁 치면서 “그때 짜장면 사둘걸, 그때 짜장면 천 그릇 사 놨으면 나 부자 됐는데”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짜장면은 소비재인데, 안타깝게도 소비재는 투자 대상은 안 됩니다. 다만 이렇게 계속 오르는 물건이 있다면 그때 많이 사뒀으면 부자가 됐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짜장면 가격은 도대체 왜 오른 걸까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질문은 재테크라는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짜장면은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물가가 올라서? 재룟값이 올라서? 짜장면 가격은 결국 그 물건의 가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물 한 잔을 작년에는 1,000원 주고 샀다면 물 한 잔의 가치는 1,000원입니다. 그런데 올해 물 한 잔의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물건의 가치는 두 배로 오른 반면 내 돈의 가치는 떨어진 것이 됩니다. 작년에는 1,000원 주고 물건을 얻었는데 올해는 똑같은 물건을 2,000원을 줘야 얻을 수 있으니 내 돈의 가치는 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돈의 파워, 즉 구매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물건의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죠. 물건의 가격이 바로 ‘물가’입니다.
그런데 돈의 가치는 떨어졌다고 했잖아요. ‘금리’가 바로 돈의 가치입니다. 물건의 가치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다시 말해 물가가 오르는 동안 돈의 가치, 즉 금리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바로 ‘금리와 물가는 역행한다’는 중요한 명제가 도출되는 것이죠.
어떤 투자 결정을 하든 평생 이 명제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금리와 물가는 역행하기 때문에 고물가일 때는 고금리라는 제도를 도입합니다. 너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떨어질 테니까. 반대로 저물가일 때는 저금리라는 제도를 도입합니다. 물가가 너무 낮으니까 물가를 적정한 물가로 올려주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긴축의 시대’가 있다면 ‘완화의 시대’도 있나요? 이런 긴축과 완화 기조는 왜 생겨나는 건가요?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배경과 결과를 살펴봅시다. 금리 인하의 목적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나머지 조건이 다 똑같다는 전제하에 금리를 떨어뜨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금리가 낮으므로 돈을 빌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투자를 진작시키면 일자리가 늘 것입니다. 즉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이 늘어납니다. 고용이 늘어나면 취업 못 했던 사람들도 취업을 하게 되니까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 개선될 것이고,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를 하고 싶어지죠. 이처럼 금리를 인하하면 당연히 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면 고용이 늘고, 고용이 늘면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늡니다. 그러면 또다시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라고 합니다.
2008년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경제 충격을 경험하면서 금리를 엄청나게 끌어내렸습니다. 이른바 ‘제로 금리’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는 걸 지켜보면서 그 낮은 금리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이것을 ‘완화적 통화 정책’이라고 합니다.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푸는, 시중에 돈을 많이 풂으로써 투자를 진작하고 소비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바로 완화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다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은 아주 중요한 모멘텀입니다. 2015년 12월에 한 번, 2016년 12월에 또 한 번, 2017년에는 세 차례, 2018년에는 네 차례, 총 아홉 차례의 기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금리를 돌려놓고자 인상하는 것이었죠. 이것이 바로 긴축의 시대입니다. 금리를 정상화하는 시대, 유동성을 공급했던 걸 다시 거둬들이는 시대, 정상적인 통화 정책의 시대. 이런 때에는 투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 앞에서 한국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우리나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 앞에 놓여 있습니다. 경제 규모는 줄어들고, 실업은 늘고, 소득은 줄고, 물가만 오르는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찾아오는 경제, 그런 경제가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고물가와 고성장인 경제 상황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반대로 저물가이고 저성장이면 디플레이션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안 좋은 것만 골라봅시다. 바로 저성장과 고물가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이죠. 쉽게 말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과 물가가 따로 움직이는 흐름입니다.
차라리 성장률과 물가가 같이 가면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가 쉽습니다. 인플레이션이니까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경제도 뒷받침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일 때는 경기도 침체되어 있고 물가도 마이너스 금리니까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도 성장시키고 물가도 올리면 됩니다.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물가 상승 압력만 잡으면 되죠.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 선순환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므로 미국은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성장과 물가가 따로 움직이므로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당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바로 전초 현상이랄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금리를 인상할 수 없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지만 두 마리의 토끼가 따로따로 가면 같이 잡을 수가 없는 경제, 그게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같이 찾아오는 경제이기 때문에 물가를 잡자고 금리를 인상해버리면 경제 혹은 경기 회복이라는 다른 토끼를 놓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강도 높게 인상하는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똑같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긴축의 시대』를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길을 찾아야 합니다. 주식 전문가는 주식에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에 투자하라 말합니다. 금리가 떨어지고 환율도 바닥이니 ‘주식 투자해야 한다’ 말했으면서, 금리와 환율이 오르는 시점에도 왜 계속 ‘주식 투자해야 한다’ 말할까요? 부동산 전문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경기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경제가 생물이라면, 금리는 피와 같습니다. 경기 및 물가와 같은 실물경제가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금리는 다시 환율 및 증시와 같은 금융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책에서는 금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투자 의사결정이나 기업의 경영 전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입니다.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경제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눈을 감고 운전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경제를 보는 눈’을 선물하는 책이길 바랍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교수. ‘경제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이코노미스트다. 교수, 연구원, 작가, 칼럼니스트, 대중 강연자, 자문위원, 경제 평론가, 유튜버, 블로거 등과 같은 다양한 직업과 활동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산업과 기업경영을 연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을 역임하며 경제 전망 및 주요 경제 이슈를 분석해 왔다. 현재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으로서 실물경제를 연구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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