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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자매는 왜 단독주택에서 살까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 정자매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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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면서 얻게 된 기쁨 중 단연 최고는 ‘나눠 먹는 기쁨’이다. 여기에는 ‘얻어먹는 기쁨’이라는 덤까지 함께 온다. (2022.06.21)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기 싫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나요?’ 

당당히 독립해 나왔지만, 가끔 가족의 온기가 그립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내 방 대신 사람들로 북적이는 커피숍을 찾아가 업무를 보고, 사람에 치여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나 놓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며 위로받고.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도 함께 있지 못하는 것도 모두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적당히 쿨하며 적당히 질척이며 ‘가까움과 거리 둠’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 단독 주택에서 말이다.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에는 여자 셋, 남자 둘,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타인과 함께 살며 독서모임, 미술교실, 플리 마켓 등을 열고, 텃밭도 가꾸고, 곶감도 만들고, 김장도 하며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들만의 작고 소방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자매 하우스의 주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두 자매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의 저자로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큰 정 : 정자매 하우스에서 언니지만, 실제로는 나이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동생 역할을 맡고 있는 큰정입니다. 프리랜서 통역사이면서 부업으로 메이크업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 : 10년째 IT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정자매 하우스의 유일하게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30대, 그것도 자매가 선택한 집이라기에는 단독주택은 많이 의외인데요.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걱정은 없었을까요?

작은 정 : 단독주택을 선택하게 된 대단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언니와 제가 어린 시절을 쭉 보낸 본가가 단독주택이었어요. 스무 살 넘어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부터는 원룸, 고시원, 빌라 등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단독주택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 형태의 아파트에는 살아본 적이 없는데 가끔 친구들의 집들이로 방문하면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바깥세상과 분리된 것 같은 넓은 단지라던가, 미로 같은 입구라던가, 밀폐된 엘리베이터라던가, 높은 건물에 많은 사람이 (그것도 누가 사는지 잘 모르는) 층마다 모여 산다는 것이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아파트 구조는 개성이 없다는 거였어요. 아파트는 사람이 살기에 너무 편안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그만큼 소수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기는 어려운 구조인 것 같아요. 우리 가족만을 위한 폐쇄된 구조이기도 하고요. 언니와 저는 그런 프라이버시가 ‘너무’ 보장된 답답함보다는 불편해도 안팎으로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사는 사람들의 개성이 담긴 집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큰 정 : 단독주택에 산다고 하니 다들 보안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은 분명 요즘의 아파트에 비하면 취약한 건 맞아요. 다만, 그만큼 개방적인 구조라 여기저기에서 우리 집을 보는 눈이 많다 보니 몰래 침입하기도 어려워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가족과 한집에서 사는 것도 힘든 일인데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할 때 걱정되지 않으셨나요? 살아보니 어떤가요?

작은 정 : 사실 언니와 같은 집에 부대끼며 사는 것도 여전히 트러블이 많아요. 그런데 더군다나 타인이라니, 걱정이 더 많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선택할 당시에는 저희 자매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섰어요. 선택을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중한 인연이고 관계도 좋았는데, 같이 살면서 ‘망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마음은 아직도 늘 들고 사는 지병 같은 걱정이에요. 하지만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란 아주 가까워도 보고 아주 멀어도 보면서 개별의 관계에서 그 정점을 찾는 것이지(찾은 줄 알았다가도 또 리셋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처음부터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는 관계란 ‘이해와 배려’라기보다는 ‘포기’에 가까운 것 같아요. 지금 저희는 함께 살면서 매일매일을 ‘가까움과 거리 둠'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인 거죠. 그 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불안을 느끼면서 관계에 대한 맷집을 각자가 키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정말 많은 걸 하셨는데, 최근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세요.

큰 정 : 1층 심리 상담소에서 신미나 시인을 초청해 마당에서 시 모임을 한 적이 있어요. 참가자들이 미리 시를 한 편씩 써와서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시를 쓴 것도 처음이었고, 그 시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낭독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시가 신기한 점이 하고 싶은 말을 짧은 문구로 정제하다 보니 가장 솔직한 단어만 남게 되더라고요. 시에 남은 사람들의 알맹이가 겉모습과는 달리 너무 작고 여려서 서로의 시를 들으면서 모두가 약간씩 울컥했던 것 같아요. 시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내면에 잠시 들어가 보았던, 새롭지만 따뜻한 경험이어서 기억에 특히 남습니다.

프리랜서, 단독주택, 조립식 가족 등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길과는 다른 선택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계기가 있었을까요?

큰 정 : 아무래도 이런 ‘별난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독서모임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독서모임을 가기 전 서른 초반의 저는 매달 25일 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인이었고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당연히 취미생활도 딱히 없었고요. 그런데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안정감’은 지독한 ‘권태로움'과 한 세트였거든요. ‘참을 인'을 새기는 날들이 쌓이다가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라는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어 제 발로 독서모임을 찾았어요. 독서 모임은 첫 방문부터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평생 일탈이라고는 엄마 몰래 H.O.T 콘서트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모범생이었고, 학창 시절에는 공부만, 졸업하고는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그 뒤로는 결혼과 출산, 육아,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의심할 필요 없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질주해야 했는데,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던져진 거죠. 그 순간 균열이 간 것 같아요. 원래 그 균열을 바라고 있었던 것처럼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결혼관을, 『동물농장』과 『달과 6펜스』는 직장관을, 『월든』은 경제관에 미세하게 가 있던 균열을 도끼로 찍듯 파고들었고 완전하게 인정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독서모임을 다니고 1년쯤 지났을 때 회사를 그만두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 벌고 조금 쓰는’ 소박한 삶으로 완전히 돌아선 계기가 되었어요. 그렇게 현재를 후회 없이 살 수 있을지에 관해서 매주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씩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 같아요.



책에서 말하고 있는 앞으로 꿈꾸는 ‘우주적 스케일의 집’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나 생각하고 있는 모습들은 무엇일까요?

작은 정 : 플리 마켓, 아틀리에, 메이크업숍, 독서 모임, 심리 상담소, 공유 오피스, 술집, 게스트 하우스 등 이 집에서 정말 많은 시도를 해보았는데요. 이런 시도들이 평범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우리들의 삶을 조금씩 변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다양한 삶의 시도들이 조금 더 잘 담길 수 있는 우주적 스케일의 집, 바로 ‘마을’을 꿈꾸고 있어요. 그 마을의 이미지는 매번 머릿속에서 수없이 바뀌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더 거대하고 으리으리한 공간은 아니에요. 

지금보다 더 끈끈하게 살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그저 몇 명의 친구들이 더 함께 살고 지금은 기존의 구옥의 구조를 이어서 살다 보니 각자의 삶에 맞지 않은 부분도 많은데 이 부분이 개선되어서 지금보다 생활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어 각자가 즐겁게 하는 것들을 조금 더 잘 펼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그러다 서로가 오고 가며 곁에서 삶을 나눌 수 있는 형태의 마을 같은 곳이었으면 해요. 물론 그런 마을이 생긴다고 해도 ‘그 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은 아마 평생 없을 거예요. 그때도 우리는 치열하게 서로의 삶을 침범하며 아슬아슬한 관계의 줄타기를 하면서 뼈아픈 경험도 많이 하게 되겠지요. 그런 경험들을 통해 함께 있는 순간을 더 감사하며 각자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바라봐 주며 함께 사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 고민하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정 : 처음은 회사에 다닐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선택한 후에는 혼자 깨끗한 오피스텔에 살지 아니면 동생과 낡은 단독주택에 살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단독주택을 선택한 후에는 월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낯선 이와 살지, 월세는 많이 받을 수 없지만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친구와 살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택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수록 더 큰 즐거움이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둘 중에 본인에게 더 어려운 선택을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은 정 : 1층 S가 저희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는데 ‘굳이'를 덧붙이지 않는 삶을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돈도 모을 수 있고 편한데) 굳이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야 할까?’, ‘(구하기 어렵고 관리하기도 힘든데) 굳이 단독주택에 살아야 할까?’, ‘(내가 해버리면 편하고 싫은 소리 안 해도 되는데) 굳이 말을 꺼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사 먹으면 편하고 버려질 음식까지 생각하면 더 저렴한데) 굳이 모여서 김장하고 만두를 빚어 먹어야 할까?’ 등 선택하려니 불편한 마음이 일고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붙여가며 ‘굳이의 관성’을 따르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더 많고요. 

하지만 몇 개 중 하나는 ‘해보지 않은 선택'을 질러봤고, 그것들이 모여 저희가 조금씩 조금씩 정해진 삶의 궤도를 빗겨나갈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렇게 선택해도 삶이 괜찮구나! 더 재밌구나!’를 알게 하는 힘을 얻고 또 그 힘으로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자매

30대 안사람 언니와 바깥양반 동생은 결혼과 아파트 신혼집 대신 자매끼리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선택했다. 언니는 중국어 통역과 메이크업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일을 한다. 동생은 10년 차 IT 디자이너로 코로나로 인해 2년째 재택근무 중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에도 살아보았다. 살 때는 더없이 편했으나 떠나고 보니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그러나 고작 2년 반을 살았던 보광동 단독주택은 머릿속에 카테고리를 만들어 정리해야 할 정도로 수많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들은 다시 한번 서울의 40년 된 단독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한 후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살고 있다.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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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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