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부부’의 207가지 법과 역사 이야기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이염, 권필 저자 인터뷰
법이 발전해온 역사를 보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2022.06.14)
우리는 항상 법의 존재를 의식하지만, 법을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법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와 내용으로 만들어졌을까? 앞으로 법은 어떤 변화를 겪어나갈까? 알쓸신잡 부부를 자부하는 역사학도 이염, 법학도 권필이 함께 쓴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와 동서양을 넘나들며 법과 인간에 얽힌 207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추려 정리했다.
역사학도, 법학도로 이루어진 알쓸신잡 부부를 자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공동 저자 두 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권필 : 이염은 역사 교사로 오래 일했고, 권필은 공익 활동에 종사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도 합니다. 대학 시절에 만났는데, 둘 다 같이 책 보고 토론하길 즐깁니다. 몇 년 전 지식예능 알쓸신잡을 보다가 “우리가 늘 하는 거랑 똑같네” 하면서 그때부터 알쓸신잡 커플이라고 하게 됐습니다.
이염 : 오버하지 말라고 해도 잘 안 되네요. 그래서 저자 소개에도 말리느라 힘들다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했어요.
책을 집필하게 되신 계기가 궁급합니다.
권필 :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책을 내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아마 책을 즐기는 분들은 다들 비슷하실 거예요.
이염 : 벌써 30년 가까이 같이 공부하고 대화하면서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언젠가는 같이 책을 내자고 하게 됐어요. 첫 책으로 역사와 법을 결합해서 법의 역사를 정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사에서 세계사,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집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이염 : 책을 보다가 좋은 글귀를 메모하고 저장하는 일이 재밌어요. 좋아하니까 일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죠. 두루 여러 주제에 대해서 틈틈이 써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던 듯해요. 관련 이미지를 더 많이 넣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확보하기가 어려워서 아쉽기는 합니다.
권필 : 노트북에 보관하고 폴더 새로 만들고 이런 자료 관리는 제가 다 하니까 사실 많이 힘들어요.
많은 이들에게 ‘법’은 여전히 ‘지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정도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저자 분들이 보시기에 ‘법’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권필 : 지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분명 있어요. 때론 지켜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구요. 권력과 돈의 강자들은 있는 법도 무시할 때가 많고 자기들한테만 유리한 법을 만들기도 하죠. 아직도 우리 사회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칭찬으로 통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히려 약자가 더 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전태일의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그분은 처음에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근로조건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분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저희는 우리 현대사에서 약자이면서 억눌렸던 시민이 법을 발견한 그야말로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봐요.
서문에서 ‘법의 역사는 단순한 법조문의 역사가 아니라 그 안의 헌신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법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염 : 법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역사 전체가 용기를 내고 희생되신 헌신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법을 주제로 삼아 역사를 정리하다 보니까 단순히 법조문의 역사가 아니라는 표현을 한 거구요. 과거에 헌신적인 사람들을 통해 오늘 우리가 그 혜택을 보듯이, 오늘 우리들의 크고 작은 헌신이 또 미래의 누군가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요?
책을 보면 역사 속에서 법이 확립되고 참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앞으로 법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권필 : 책을 마무리하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의 결과가 법의 미래일 거라고 언급했는데, 오늘날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사상이 법에 반영되리라 예상해요. 요즘 세계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이나 동물을 비롯한 자연의 권리 얘기가 많이 나와요.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 최근 몇 년 동안 큰 화두가 되었죠.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공부하는 이슈로는 민족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지구공동체, AI 시대 로봇 같은 비인간존재와의 공존 같은 거예요. 이런 새로운 논의들이 다양하게 미래의 법으로 내용을 만들어갈 거예요.
이 책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염 :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 법의 역사만 골라 모았지만 마찬가지 결론이에요. 그렇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죠. 법이 나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법이 발전해온 역사를 보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책이 다시 희망을 갖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시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염 평생 역사학도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사범대학 졸업 이듬해 임용고시에 합격, 지금까지 공립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다. 2015년부터 5년간은 국제고에서도 가르쳤다. 스펙을 챙기려면 교육청 공모도 내고 책도 쓰고 이것저것 챙기라는 지청구를 남편으로부터 자주 듣는다. 하지만 교사의 본분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늘 공부하는 사람이다. 시민교육 차원의 역사 강의 요청도 자주 받았지만 거의 응하지 않았다. 역사학 이외에 교육학, 심리학 전반을 아주 깊이 팠고 정치, 사회, 인문 분야는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문화, 경제, 영어 쪽으로 독서 폭을 확장하는 중이다. *권필 스스로 생각하는 본업은 법학도. 로스쿨 때문에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20대 이후 죽 공익활동에 종사했다. 학생운동부터 시작해 시민운동을 오래 했고, 최근에는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한다. 제너럴리스트로 세상일을 두루 공부해왔다. 세상이 인정하는 스페셜리스트로서 최고의 스펙은 북한 연구 전문가. 북한학과에서 북한법으로 박사논문을 썼다.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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