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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다 읽겠지] 알고 싶어, 너와 내 마음
<월간 채널예스> 2022년 6월호
죽기 전까지 거듭 반복해서 배워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역시 함께 살아가는 법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너의 마음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알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관계를, 나 자신을, 나아가 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2022.06.08)
종종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그리고 내 머릿속은 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이런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10여 년을 알고 지낸 친구 사이에도 새롭게 알게 되는 면이 있다는 건 유쾌한 일이지만, 매일 마주치는 사이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과 감정의 경계가 있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참으로 막막하기 그지없다.
사람 마음이 MBTI처럼 명쾌하고 간단하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16가지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내 마음 역시 간단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너도 나도 도통 속을 모르겠다. 그럴 때면 일도 관계도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놓아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포기하지 못할 일상이 있고, 알고 싶은 관계가 있다. 그래서 펼친 두 권의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의 『마음의 법칙』을 권한다. 서점가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심리학 책이 있지만, 이 책이 단연 돋보이는 지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심리학 법칙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수만 건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51가지 문제 상황을 골라 뽑았다. 각각의 상황은 누구나 부딪힐 법한 일상의 단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동료와 잘 지내는 방법이나 원하는 연봉을 얻어내는 비법은 험난한 직장 생활을 헤쳐 나가는 데 찰떡 같은 도움이 된다. 물론 심리학 법칙을 안다고 마냥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마음의 작동 방식을 아는 것은 막막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것이다.
나 자신의 마음 세계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질 볼트 테일러의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를 추천하고 싶다. 촉망받는 하버드대 뇌과학자였던 저자는 37세의 나이에 돌연 뇌졸중을 겪으며 자신의 뇌가 무너져가는 경험을 한다. 죽음의 고비 속에서도 그는 ‘뇌가 멈추는 경험’이 자신에게 제2의 삶을 가져다주었음을 고백한다. 좌뇌가 멈추고 우뇌가 전면에 나선 순간, 어떤 경이로운 희열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뇌과학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마음에 좌뇌와 우뇌를 바탕에 둔 각기 다른 네 가지 캐릭터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 복합적인 존재로, 이 서로 다른 네 가지 캐릭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면의 대화를 계속함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감정의 뒤에 뇌과학이 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지 역시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람 사이를 끊어낸다는 선택지는 차라리 쉽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걸고, 싸움을 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상처 입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관계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 위에 딱지가 앉고 이내 새살이 돋듯이, 우리 관계 역시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과도 이런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때때로 나는 차라리 내 안의 나를 끊어내고 싶어지지만, 계속해서 내 삶에 말을 걸고, 내면의 싸움을 지속하고, 상처 입고 또 회복하기를 선택하자고. 내가 너와 그러하듯이, 내 인생과도 그렇게 계속해 보자고.
죽기 전까지 거듭 반복해서 배워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역시 함께 살아가는 법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너의 마음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알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관계를, 나 자신을, 나아가 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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