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는 질문하고 꿈꾸는 어린이들의 것입니다”
『꿈꾸는 한국사』 심용환 저자 인터뷰
노력의 결과는 여러분의 생각을 훨씬 멋지고 강력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특히 심용환 쌤이 한 자 한 자 직접 써내려 간 『꿈꾸는 한국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2.06.03)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큰 걱정 중 하나는, 읽고 상상하는 능력이 충분히 성장한 아이가 여전히 학습만화만 읽으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나 역사 분야는 그 자체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인 동시에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콘텐츠이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역사 공부보다는 스토리텔링 영역에만 치중해 간단한 인물정보나 사건 연도 등을 암기하는 데서 역사공부를 끝내고 만다.
‘질문의 크기가 꿈의 크기를 결정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간된 역사학자 심용환의 『꿈꾸는 한국사』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특별하다. 청동기 시대에는 고인돌 무덤을 세우고 비파형동검을 사용했다고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왜 전쟁을 벌이고 영토를 차지하려 애쓰는 걸까?’라는 질문을 통해 청동기 시대의 유물과 생활상을 역으로 추적한다. 왜 이렇게까지 질문에 집중했던 것일까? 한국에서 가장 바쁜 강사 중 한 명인 그는, 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사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까? 그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처음으로 어린이 역사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어린이 대상 도서를 집필하기로 결심하신 이유를 알고 싶어요.
저도 학부모거든요. 두 아들이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 되었답니다. 당장 5학년이 되니까 역사를 배우더라고요. 어린이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또한 <선을 넘는 녀석들> 같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어린이 팬들과 만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린이 친구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게 되었고요.사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학습만화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고 있잖아요? 역사를 재밌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흥미 위주로만 흘러가는 경향도 분명히 있어요. 결국 공부는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완성되는 것이고, 초등 고학년은 좀 더 깊이 있게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재밌지만 깊이 있게, 글로 쓰여진 좋은 어린이 역사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교양서부터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고찰한 도서까지 소임을 외면하지 않는 집필 활동을 이어 오셨습니다. 어린이 분야를 작업하시면서 이들 단행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꿈꾸는 한국사』 시리즈는 기존 어린이 한국사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을 두고자 하셨는지요?
이번 책은 전혀 다른 도전입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역사를 상상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거든요.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판단하고 그래서 자신의 역사관을 만들어가고, 삶에서 꼭 쓸모 있는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역사책을 쓰고 싶었어요.많은 역사책들이 새로움을 표방하며 등장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암기하는 역사, ‘정답이 있는 교육’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고치겠다면서도 문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죠. 『꿈꾸는 한국사』는 기초부터 다른 역사 공부를 시도하였습니다. 우선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오늘의 상황을 빗대서 주제를 개관하고, 다시 과거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구조로 썼어요. “신석기 시대에는 빗살무늬토기를 사용했어.”가 아니라, “왜 석기를 사용하고 토기를 만들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도구를 사용하듯이 말이야.”와 같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스스로 질문을 하고 논리를 만들어 나가는 역사 공부를 도모했다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책에서는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 확장 역사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한편, 전쟁에 대해 가져야 하는 올바른 관점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설명하고 계세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계신 걸까요?
따져 묻고 싶었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 같아요. 생각해 보세요. 어른들의 생각은 매우 모순적이거든요. 크고 강대한 것을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크고 강대한 것으로 인한 피해를 비판하고 싫어해요. 고구려나 발해의 영토가 커지고 국력이 강해지는 것은 한민족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은 일이죠. 하지만 따져보면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전쟁을 통해 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는 없거든요. 역사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는 것이고, 이를 두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것저것 생각을 나누어 볼 수 있잖아요? 친구들끼리 얘기해 볼 수도 있고 선생님이나 부모님하고 대화해 볼 수도 있어요. 고구려와 발해를 다루고 있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되었던 조선과 빗대서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이처럼 역사공부의 다차원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답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계시다고요. 양육의 경험이 책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럴 수밖에 없죠. 저뿐 아니라 제 나이 또래의 부모님들 모두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당장 주변에서 우리 아이에게 무슨 책을 읽혀야 하는지에 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동시에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시험을 잘 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어린이 한국사 공부는 곧 부모의 자녀 양육과 직결된 문제잖아요? 어차피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그러한 교육 과정을 염두에 두고 시간순으로 책을 구성했답니다. 현재는 1권이 나왔는데 현재 2권이 만들어지고 있고 금년 중에 3권이 모두 출간될 예정에 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이 어떤 이유에서 중요한지, ‘질문의 크기가 꿈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시리즈 슬로건이 역사교육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역사 공부는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무한하게 가치관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요. 왕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지배층의 입장과 백성과 민중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수도 있죠. 역사 속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실을 배우면서 구체적인 지식을 갖추게 되고 그만큼 생각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아이들에게만 읽히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니랍니다.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서 아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가르치는 부모도 즐겁고 부모와 여러 생각을 나누는 아이도 함께 성취감을 느끼는 역사 공부가, 이 책을 통해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역사학자로서 가정과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평소에는 책을, 가끔은 답사를!’ 이렇게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주제를 한번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백제의 역사가 재밌다면 책에 나온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이야기를 읽고, 따로 자료도 조사해 본 후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그리고 한성백제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거예요. 그냥 둘러보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직접 가이드가 되는 거죠. 1년에 한 번을 하더라도 부모님이 열정적으로 준비를 했다면 “아빠, 이거 책에서 보았던 그 내용이네?”, “엄마,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직접 와서 보니까 신기해.” 이런 반응들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그러면서 가족이 함께 즐거워지고, 공부가 생생한 체험이 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꾸는 한국사』를 읽게 될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만화처럼 그림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궁예와 견훤의 싸움을 그리고, 거란과 몽골과 싸웠던 고려인들의 기상을 그려 보았으면 합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분명 만화를 본다는 것보다 훨씬 피곤한 과정일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여러분의 생각을 훨씬 멋지고 강력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특히 심용환 쌤이 한 자 한 자 직접 써내려 간 『꿈꾸는 한국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심용환 다중 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젊은 지식인이자, 단단한 학문적 기초 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 호흡하는 역사학자. 성균관대학교 역사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국회 청문회 연구(1988~1989)」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및 성공회 대학교 외래 교수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연과 출판,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역사 속에서 지식을 발견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오늘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리더의 상상력』, 『헌법의 상상력』, 『꿈꾸는 한국사』, 『1페이지 한국사 365』, 『1페이지 세계사 365』, 『단박에 한국사』 시리즈(전 3권),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 『역사 전쟁』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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