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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특집] 언젠가는 읽고 싶다, 이런 앤솔러지

<월간 채널예스>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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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이 각별히 아끼는 앤솔러지를 꼽으며, 언젠가는 읽고 싶은 앤솔러지에 대한 상상력도 펼쳐보았다. (2022.05.17)

의미 있는 주제, 이름만 보아도 설레는 작가군, 경계를 무너뜨리는 참신한 시도와 짧은 호흡으로즐기는 유희. 앤솔러지에 매료되는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애서가들이 각별히 아끼는 앤솔러지를 꼽으며, 언젠가는 읽고 싶은 앤솔러지에 대한 상상력도 펼쳐보았다.


익명도 괜찮으니 더 많은 사랑 이야기를
강민선(임시제본소 발행인)

1년에 한 권씩 출간되는 큐큐퀴어단편선 중 『팔꿈치를 주세요』를 다 읽은 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빛깔을 보여주는 인물들을 만나고 나니 그동안 의문만 남긴 채 모른 척, 아닌 척 넘어갔던 나의 어떤 시간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같은 시리즈의 이전 단편집도 좋았지만 이번 책만큼은 수록된 모든 작품이 마음 저 깊은 곳까지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지금 속한 이 세계가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사람, 세상을 더 넉넉하고 기쁘게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슬며시 권하고 싶다. 여기 이런 세계도 있다고, 이 작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일궈낸 세상을 한번 들여다보라고. 이 책에 기대어 더 많은 작가가 경계를 가로지르고 통념을 무너뜨리는 이야기, 다양한 퀴어 가치관을 담은 작품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름을 가린 채 작품으로만 선보이는 앤솔러지로 나와도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모험을 감당할 만한 출판사, 어디 없을까?



아직 언니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아
김난아(카멜북스 편집자)

같은 이름의 뉴스레터로 연재된 다음 단행본으로 출간된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는 20인의 여성 창작자가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의 기댈 언덕이 되어준 ‘언니’에게 띄운 글을 묶은 에세이다. 각자 다른 수신인에게 쓴 편지를 모았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사랑받는 여성 창작자들이 ‘언니’로 여기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연결망이 어떤 경위로 펼쳐지는지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모두 친밀한 마음으로 쓴 글이기에 독자로서도 깊은 우정을 느끼게 된다. 인생에 언니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분명 당신이 듣고 싶은 말들이 이 책에 쓰여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이 서로의 힘이 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내가 언니들에게 더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지에 관해서다. 자신의 나이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이라는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무척 궁금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나이에 관해 쓴 앤솔러지가 기다려진다.



SF 앤솔러지 읽기 딱 좋은 나이, 0세
서귤(작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는 SF(Science Fiction)보다 ‘공상 과학’이라는 말이 통용됐던 2000년대에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SF 소설집이다. 출판사의 소개 글을 보면,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기야말로 SF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며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미처 몰랐다! 성인이 되어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 시간 여행을 할 순 없으니 아쉬움을 접고 저자의 면면을 보았다. 김보영, 듀나, 배명훈 등 지금의 SF 소설 신을 대표하는 이름들이 가득하다.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앤솔러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 작품의 분위기는 대체로 상냥하고 귀여워서, 하드SF를 세 권 정도 읽은 후 ‘이과 망했으면’ 하는 분노가 치솟을 때 집어 들면 좋다.

청소년을 위한 SF 앤솔러지가 나왔으니 이제 연령대를 낮춰 태아와 임산부를 위한 SF 앤솔러지 는 어떨까? 비판적 사고력을 지닌 아기가 태어날지도 모른다. 단,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음.



다양한 직업인이 쓴 나의 꿈, 나의 생업
황부농(이후북스 운영자)

봄날의책에서 펴낸 책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는 한 편 한 편이 빼어난, 산문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앤솔러지다. 소설가와 시인 등 유명한 작가의 글부터 농민, 노동운동가, 교사, 언론인, 사진가, 우체부, 요리사까지 그간 글을 통해 접하지 못했던 이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의 기억을 공유받을 수 있는 책이다. 주제가 없는 산문집이지만 모든 글에는 우리의 세상살이, 생생한 삶이 들어 있다.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 덕분에 자주 손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작가들의 소중한 기억과 한 시절을 눌러 담은 아름다운 산문집을 읽어보니 이제는 직업과 일에 대해 쓴 산문만 모아놓은 직업 에세이 앤솔러지도 궁금해진다. 경찰관, 소방관, 의사, 군인, 활동가 등등 다양한 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 쓴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산문집이 읽고 싶다. 아마도 제목은 ‘나의 꿈, 나의 생업’?



팔꿈치를 주세요
팔꿈치를 주세요
황정은,안윤,박서련,김멜라,서수진,김초엽 공저
큐큐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김인영,손수현,이랑,이소영,이반지하,하미나 등저
창비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김보영 등저
창비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강광석 등저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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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황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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