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을 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색다른 방법
『지구 닦는 황 대리』 황승용 저자 인터뷰
직장을 다니면서 용돈벌이나 할 요량으로 환경 수필 공모전에 응모했고, 그때 처음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낀 채 피를 흘리는 바다거북을 보았습니다. 그 후 모든 것이 바뀌었죠. 환경에 진심인 내가 될수록 진정한 행복감과 자존감이 밀려왔습니다. 지구를 닦는 시간은 곧 나를 닦는 시간이었습니다. (2022.05.04)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MZ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취미 활동과 연계된 이러한 봉사 활동은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일종의 놀이이자 개성의 표출이다.
우려도 적지 않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이러한 접근이 철따라 유행하는 패션처럼 일회적인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플로깅으로 퇴근 후 인생이 바뀐 어느 월급쟁이의 친환경 라이프’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지구 닦는 황 대리』는 이를 불식시킬 진정성과 지속성을 갖추고 있다. 낮에는 평범한 대리이지만, 퇴근 후에는 비영리 사단 법인 ‘와이퍼스’의 이사장으로 변신하는 저자는 환경 문제를 실생활에 밀착시키면서도 인생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반환점으로 삼고 있다.
『지구 닦는 황 대리』가 첫 번째 책이시죠? 작가로서 첫 데뷔를 축하드립니다. 독자 분들께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 황승용입니다. 살아내기 위해 사표를 품고 사는 맞벌이 부부이고, 직장에서 위아래로 얻어터지는 대리입니다. 다만 환경에만큼은 진심이라 지구 닦는 사람들, ‘와이퍼스’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고, ‘닦’는 사람들의 모임의 ’장’이라고 해서 ‘닦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자각하게 된 계기가 무척 재밌더라고요. 솔직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저도 그레타 툰베리처럼 시작이 되게 멋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현실적인 이익 때문이었습니다. 우연히 환경 에너지 관련 수기 공모전을 봤는데, 대상에게 상금 100만 원과 유럽 방문권을 준다고 하더군요. 글을 쓰기 위해 환경 정보를 찾다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끼인 채 피를 뚝뚝 흘리는 바다거북의 영상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돈과 보상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가진 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집 앞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죠.
환경 활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특별히 플로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랬어요. 가진 거라고는 건강한 신체밖에 없는 제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플로깅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이런 좋은 활동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마라톤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거 같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플로깅이라는 유행도 생기기 전이었으니까요.
환경 활동을 무거운 책임이나 의무로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요. 작가님은 무척 경쾌하고 행복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무겁고 어두운 걸 좋아하지 않아요. 무엇이든 재미있고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플로깅 활동으로 얻은 개인적인 이득들이 너무 많아요. 플로깅을 하며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절약 습관을 배웠고, 생활비가 줄어들어 통장이 두둑해졌습니다. 또 플로깅은 운동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성공했지요. 몸무게가 12kg나 빠졌어요. 10년 넘게 앓던 병도 거의 나았고요. 게다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렇게 이득이 많은 플로깅을 굳이 무거운 책임이나 의무로 느낄 필요가 있을까요? 친구를 만나서 노는 것처럼 플로깅을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1명이 하던 플로깅이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100여 명이 참여하는 엄연한 환경 모임으로 발전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처음에 혼자 쓰레기를 줍다가 4명이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600명 정도가 되어 국내 2위의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사단 법인 등록도 준비하고 있지요. 저도 놀라울 뿐입니다. 와이퍼스가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건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멋진 분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분들은 보상을 원하지 않아요. 하나를 받으면 열을 내주려는, 스스로 호구(?)가 되는 것을 자처하는 진정성이 와이퍼스를 키웠습니다.
담배 제조사에 벌인 ‘꽁초 어택’ 사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전국에서 8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모였다지요?
1, 2, 3차까지 포함하면 총 11만 개비가 모였어요. 담배꽁초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제조사에서 묵묵부답이었는데, 꽁초어택이 3차까지 이어지자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개인들이 모여 기업과 지자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빨리 흡연자, 제조사,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서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이사장이 되시지요? 앞으로 황 이사의 환경 운동은 어떤 진화를 이루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그냥 모임이었기 때문에 기부를 받을 수도 없었고 공신력도 부족했지요. 하지만 법인이 되면 기부와 후원도 받을 수 있고, 다른 기관이나 기업과도 대등한 관계에서 협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동복지센터와 같은 소외 계층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정식 단체로 나아가는 와이퍼스의 앞날을 응원해주세요.
*황승용 회사에서는 대리, 퇴근하면 플로깅 모임 ‘와이퍼스’의 대표로 변신하는 MZ 세대 끄트러미에 있는 N잡러.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피를 흘리는 거북이 영상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충격에 빠진다. 그 길로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을 하는 플로깅(plogging)을 시작하며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 전문 환경 활동가가 아니기에, 주어진 삶과 환경 활동 사이의 경계에서 항상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만 그러한 갈등과 고민 덕분에 보통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 활동에 대한 유연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에게는 까다롭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쉽고 만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실천 팁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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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빨리 쓰레기 주울걸.” 퇴근 후 시작한 플로깅으로 인생이 업그레이드됐다! 낮에는 샐러리맨, 퇴근하면 플로깅 리더가 되는 환경 진심자의 이중생활 그야말로 N잡러 시대다. 회계사이면서 프리다이빙 강사, 가수이면서 플로리스트 등 부캐와 부업을 가진 노마드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