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지프스에게 전하는 위로

『백년을 살아보니』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편으로는 지금의 삶에서 눈길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내 삶과 작별하기 전 가장 그리울지도 모를 시절을. (2022.04.22)

요즘 잘 나오고 잘나가는 책들을 보면 N잡이나 파이프라인, 조기 은퇴 같은 키워드들이 많다. 이들이 수렴하는 것은 파이어족, 즉 빨리 돈을 모아서 조기 은퇴하고 젊을 때 즐기며 살겠다는 포부다. 그게 가능하다고?

파이어족을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투자든 N잡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한 저자들이 나온다. 가능하다고 하니 솔깃해 한 권 읽어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이 광활한 도시에 내 직장 하나 없을까 하며 쏟아지는 탈락 문자들을 꾹꾹 삼키곤 했다. 붙여만 주신다면 세상을 구할 기세였고, 정년까지 꽉꽉 채워 다니겠노라 다짐했다.



누구나 그렇듯 관성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들은 직장에서 소속감과 안정된 삶을 부여받지만, 한편으로는 노동해야 하는 삶에서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예전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다가 시지프스의 형벌이라는 신화를 알게 되고, 잠시 현기증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지프스는 죄를 지어 무거운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고통 속에 정상으로 올려놓으면 바위는 반대편으로 굴러가고, 다시 또 밀어 올려야 하는 반복. 이 부조리함을 카뮈는 인간의 삶에 연결시킨다. 고단한 일상의 반복과 비슷하다고 느껴진 찰나, 나는 잠시 휘청했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파이어족이든 자산 증식이든, 무엇이 목표인지는 모르겠으나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책들에 관심이 가던 요즘,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 백 년을 살아 본 사람은 파이어족.. 아 아니 인생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서른여덟인 나는 궁금했다. 

우리나라의 철학계 원로이자, 100살이 넘어서도 현역이신 김형석 교수. 삶의 의미와 수익률이란 단어 속에서 헤엄치고 있던 내게, 또 다른 구명조끼가 되어줄 것 같았다. 1920년생으로 이 나라에서 흘러간 격동의 세월을 다 겪어낸 분의 삶과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 속에서 삶을 살아온, 또는 살아내 온 저자가, 100여 년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다고 고백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휘청했다.

50년이 지난 후를 떠올려봤다. 사랑하는 아내, 가족, 친구들과 이별을 앞두고 인사를 나눌 때, 지나온 내 삶에서 가장 그리운 순간은 언제일까. 어제 산 주식이 상한가 쳤을 때? 물론 그것도 조금은 그립겠지만, 아마 그 순간은 바로, 이들과 고생스러운 삶 속에서도 사랑이 가득했던 시절일 거라 확신한다. 물론 고생 없는 사랑이 더 낫지만, 고생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으로 삶을 채워 갔을 때가 더 그리울 것은 직관으로 안다.

언젠가 아내가 나는 너무 앞만 바라보고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그랬던 것은 현재가 고생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것. 다른 말로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나는 여전히 지향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삶에서 눈길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본다. 내 삶과 작별하기 전 가장 그리울지도 모를 시절을.



백년을 살아보니
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저
덴스토리(DENSTORY)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남기산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게 인생이라던데 슬픔도 유쾌하게 쓰고 싶습니다. kysan@yes24.com

오늘의 책

박노해 시인의 첫 자전 에세이

좋은 어른은 어떤 유년시절을 보냈을까? 어두운 시대를 밝힌 박노해 시인의 소년시절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지금의 박노해 시인을 만들어 준 남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의 추억과 유소년 “평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33편의 산문과 연필그림으로 담았다.

도도새 그림 속 숨겨져 있던 화가의 삶

도도새 화가, 김선우의 첫 에세이. 지금은 멸종된 도도새를 소재로 현대인의 꿈, 자유 등을 10여 년 동안 표현해 온 김선우. 이번에는 무명 시절에서부터 ‘MZ 세대에게 인기 높은 작가’로 꼽히기까지 펼쳐 온 노력, 예술에 관한 간절함, 여행 등을 글로 펼쳐 보인다.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

계산기는 물론 AI가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세상에서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 질문 안에 답이 있다. 수학의 본질은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이다. 미래 예측부터 OTT의 추천 알고리즘까지, 모든 곳에 수학은 존재하고 핵심 원리로 작동한다. 급변하는 세상, 수학은 언제나 올바른 도구다.

기회가 오고 있다!

2009년 최초의 비트코인 채굴 후 4년 주기로 도래한 반감기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과거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치며 상승했던 가격은 곧 도래할 4차 반감기를 맞아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 비트코인 사이클의 비밀을 밝혀내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