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작가의 신작 그림책 『보들보들 실뭉치』
『보들보들 실뭉치』 김효정 작가 인터뷰
도롱이가 집을 지으며 몸과 마음의 성장을 이루듯 일상을 살아가며 성장하느라 상처받는 사람들이 도롱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2022.04.20)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이야기 씨앗을 찾아내는 김효정 작가가 『보들보들 실뭉치』를 들고 찾아왔다. 귀여운 외모와 어수룩한 행동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 '도롱이'는 한 번 보면 자꾸 보고 싶은 '개미지옥'같은 캐릭터로 책 속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한다. 봄과 잘 어울리는 싱그럽고도 따뜻한 그림책, 『보들보들 실뭉치』에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를 만나 보자.
실제 있는 벌레의 특성을 살린 ‘도롱이’ 캐릭터가 인상 깊어요. 많은 벌레와 생물들 중에서 ‘도롱이벌레’를 고른 이유가 있다면요?
한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요. 누워 있으면 잠은 들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죠. ‘왜 못 잘까?’ 생각하다 ‘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생각했어요. 그러다 ‘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책을 읽고 자료도 찾아보곤 했는데 곤충도 겨울잠을 잔다는 정보가 참 흥미로웠어요. 그중 자기 둘레에 있는 재료들로 집을 짓고 산다는 ‘도롱이벌레’가 눈에 띄었고요. 집 앞 공원을 산책하다가 본 나무나 벤치에 마른 열매처럼 단단하게 붙어 있는 것들이 도롱이벌레 집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어느 보고서에는 도롱이가 과수원 나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는 정보도 있어요. 집을 나뭇가지에 너무 꽉 묶어 버린 거죠. 저는 순간 ‘아주 조그마한 것이 큰 힘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도롱이벌레한테 집은 어떤 곳일까?’ ‘저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할까?’ 하는 물음들이 떠올랐고, 이 생각들은 곧 『보들보들 실뭉치』라는 그림책이 되었죠.
‘도롱이’는 혼자 시행착오를 겪으며 애를 쓰지만 끝내 성장하고 마는 캐릭터예요. 도롱이의 성격을 참 입체적으로 그리신 것 같아요. 혹시 작가님의 성격과 닮은 점이 있어서인지 궁금해집니다.
『보들보들 실뭉치』 속 도롱이는 느긋하고 참 긍정적이고 용감하죠. 사실 저는 그리 긍정적이거나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하지만 닮은 점이 있긴 합니다. 저도 작업이 막히는 순간이 올 때면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거든요. 다시 해보자 마음먹으며 꾸준히 작업합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자료를 찾고 계속 드로잉 노트를 채워갑니다. 어쩔 땐 그 시간이 너무 길어 참 지루하고 답답하지만요.
작가님의 스케치 노트를 엿보니 초기 캐릭터 스케치와 완성된 캐릭터 디자인이 많이 다르더군요. 지금의 『보들보들 실뭉치』를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주인공 도롱이 캐릭터 그리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도롱이의 형태와 몸짓, 표정이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에 맞는지 계속 확인하며 여러 번 다듬어야만 했거든요. 초안에서 여러 번 수정하고 컬러까지 완성된 상태에서도 많이 수정했어요. 벌레지만 징그럽지 않은 형태나 색 선택도 중요했고요.
그러다 채색 재료까지 바꾸면서 캐릭터를 다시 그렸죠. 이야기도 책 형태로 완성된 상태에서도 여러 번 고쳤어요. 담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해질 때까지 고쳐갔어요. 저는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글이든 그림이든 단번에 나온 적이 없어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그림책 작업을 시작할 때면 ‘이번엔 이야기가 술술 풀리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죠.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그림책이야말로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보들보들 실뭉치』도 각자의 마음을 열고 공감했기 때문에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 같고요.
출간 작업을 하며 편집자님과 의견을 나누었을 때 작가인 저도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나 해석이 나와 신기했어요. 저도 어떤 책은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생각과 감정이 들어요. 도롱이가 집 짓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읽어낸 욕심, 도전, 성장 모두가 알맞은 해석이에요. 이 이야기를 쓴 저도 단 한 가지 생각만 하며 이야기를 쓴 건 아니니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건 당연해요.
도롱이의 집처럼 작가님에게도 특별한 공간이 있으신가요?
저는 식탁이 있는 공간을 제일 좋아해요. 식탁에 앉아 밥도 먹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어요. 작업 방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작업물을 잔뜩 들고나와 식탁에 쫙 펼쳐놓고 작업하기도 하고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 창밖을 보기도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라 좋아요.
책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도롱이’의 숨겨진 특징이나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성격인지, 나이는 몇 살이고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색은 어떤 색이고, 친구들은 누가 있고 하는 것들을요. 도롱이벌레의 암컷은 알을 낳으며 집 안에서만 살고 수컷은 주머니나방이 되어 집 밖으로 나간다는 정보가 있었어요. 『보들보들 실뭉치』 속 도롱이는 성별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어요. 집 안에 머무르든 집 밖으로 훨훨 날아가든 그건 도롱이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겠죠.
마지막으로 『보들보들 실뭉치』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그림책은 참 좋습니다. 여러 좋은 그림책들은 제게 부족했던 감성을 채워 주고 저의 좁은 생각을 넓혀 주기도 했어요. 『보들보들 실뭉치』는 공원을 산책하다 벤치에 마른 열매처럼 단단하게 붙어 있는 도롱이벌레의 집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예요. 도롱이가 집을 지으며 몸과 마음의 성장을 이루듯 일상을 살아가며 성장하느라 상처받는 사람들이 도롱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또 여러 좋은 그림책들이 저의 감성을 키워 주고 있듯이, 제 그림책을 읽고 느끼게 될 여러 감정과 경험이 독자분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라봅니다.
*김효정 일상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나뭇가지에 단단히 붙어 있는 도롱이벌레 집을 보고 『보들보들 실뭉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구름이 둥둥』, 『꽃이 피었습니다』, 『사계절 목욕탕』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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