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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부터 비발디까지, 예술가들과 친숙해지는 법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김희경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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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씩 시간을 내 예술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1만 권의 책과 마주할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죠. (2022.04.19)

김희경 저자

클래식과 미술은 동경하고 친해지고 싶지만 가까워지려면 용기가 필요한 친구 같다. 예술경영을 전공한 문화부 기자이자 영화, 만화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는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을 통해 클래식 음악 그리고 미술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품 감상과 분석에 앞서 ‘예술가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짐작하며 공감해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과 철학 속으로 성큼 들어가보는 방법이다. 우정을 깊이 나누고자 할 때 먼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과 다르지 않다.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은 총 11개 장에 걸쳐 39명의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1~3장에서는 세상을 들썩인 파격과 변신의 귀재들을, 4~5장에서는 지독한 고통 가운데 뜨거운 창작혼을 불태웠던 예술가들을, 6~7장에서는 천재가 모인 예술가 가운데에서도 다시 천재로 손꼽히는 예술가들을, 8~11장에서는 예술가들의 낭만과 감성과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희경입니다. 평소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고, 공연·전시·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고 쓰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클래식과 미술에 대한 책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클래식과 미술이 많이 생소하고 어려웠는데요.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니, 그 장벽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과정과 감정을 공유하고 느껴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신간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은 어떤 독자분들을 위한 책인가요?

클래식과 미술, 두 장르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분들을 위한 입문서입니다. 지인들이 간혹 클래식과 미술 얘기를 꺼내면 괜스레 위축됐던 분들, 그래서 큰마음 먹고 공부를 해보려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던 분들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따로 공부할 용기도, 시간도 부족했어요. 그러다 문화부 생활을 하며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더라고요. 먼저 평소 친해지고 싶었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던 ‘친구’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그 친구와 가까워지려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살펴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헤아려 보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클래식과 미술도 그렇습니다. 개별 작품마다 의미를 완벽히 파악하는 걸 목표로 삼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대신 작품들을 관통하는 예술가의 생각과 철학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품이 하나씩 보이고 그 의미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자주 했던 질문도 ‘예술가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였어요. 창작 활동을 시작한 순간의 설렘, 작업 내내 ‘이게 잘 되고 있는 건가’ 긴가민가하며 느꼈을 불안감, 작품의 진가를 사람들이 알아봐 줬을 때의 벅찬 환희를 상상해 본 거죠. 또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듣듯이, 예술가들의 열렬한 사랑 이야기도 눈을 반짝이며 살펴봤어요. 독자분들도 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많은 예술가들, 나아가 클래식과 미술과 한층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천재 예술가들도 평범한 사람이며 우리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소개가 인상 깊어요. 특별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예술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재밌게도 가장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던 천재 예술가 다빈치로부터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어요. 다빈치는 미술·수학·과학 등 모든 분야에 능통하고 이질적인 장르를 융합할 줄 알았던 ‘21세기형 인재’로 평가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생각지 못한 다양한 반전이 있더라고요. 다빈치는 서자로 태어나 고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눗셈에도 서툴고, 당시 지식인들의 기본 소양처럼 여겨졌던 라틴어도 제대로 읽지 못했죠. 

그림만큼은 완벽하게 해냈을 것만 같지만, 손이 느려서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프레스코 벽화’는 거의 그리지도 못했어요. 그림 의뢰를 맡고도 마감일을 잘 맞추지 못해 의뢰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다빈치가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전 아직도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잘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꿈을 가끔 꾸거든요. 오랜 기자 생활에도 마감 시간에 맞춰 글을 완성하는 게 여전히 버겁고요. 그러다 보니 다빈치 이야기에 더 감정 이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전 인류의 ‘넘사벽’ 천재 앞에서 감히 ‘몹쓸’ 동질감을 느낀 거죠.(웃음)

39인의 예술가 이야기들마다 언급된 음악이 QR코드로 실려 있는데요. 그중 요즘처럼 따스해진 봄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라 그런지, 클래식에서도 봄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유독 많다고 느껴져요. 특히 봄의 ‘양가적’인 느낌을 담은 음악들을 감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봄은 일교차가 꽤 커서 그런지 낮과 밤에 느끼게 되는 감정이 전혀 다르잖아요. 그래서 화창한 봄낮, 고독한 봄밤에 잘 어울리는 두 곡을 추천드려요.

낮에 예쁜 꽃이 핀 거리를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실 땐 경쾌한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추천드려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대표곡이에요. 화려한 파티 장면에 나오는 곡으로, 광고 음악 등으로 자주 사용돼 들어보시면 매우 익숙할 거예요. 

그리고 청량하면서도 왠지 쓸쓸함이 배어있는 봄밤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을 추천드려요.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를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죠.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가 나왔고, 사강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수>(1961)도 나왔어요. 브람스의 클라라를 향한 절절한 마음과 봄밤에 홀로 삼켰을 고독이 물씬 풍기는 곡입니다.



작가님께서는 클래식 음악, 명화와 같은 예술 작품을 통해 위로 받았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음악도, 그림도 지치고 힘들 때 감상하면 큰 위로가 되어줍니다. 의외로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부터 <망각>, <탱고의 역사>까지 탱고 음악들이 힘을 주곤 해요. 탱고 음악이라고 해서 단순히 흥겹기만 하지 않아요. 오히려 애잔하고 슬픈 느낌도 들죠. 

피아졸라는 오늘날 ‘탱고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춤곡으로만 활용되던 탱고 음악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남들처럼 정통 클래식을 하려 하다 실패를 거듭했죠. 하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탱고와 클래식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음악을 탄생시켰어요. 영화 <여인의 향기>엔 이런 대사가 나와요. “탱고엔 실수가 없어요. 실수를 하고 스텝이 엉켜도, 그게 바로 탱고에요.” 실제로도 탱고엔 실수가 없대요. 실수가 곧 새로운 동작이 되는 거죠. 그래서인지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더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림에선 고흐를 빼놓을 수 없죠. 고흐에 대해선 불안과 좌절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별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고,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있죠. 고흐 스스로도 자신의 길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BBC 드라마 <닥터 후> 시즌 5에 그런 고흐의 믿음이 실현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장면을 보고 감동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시고 드라마도 함께 보시길 추천드려요.

예술의 가치를 알지만,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그것을 잊게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예술 작품과 작가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쁜 일상에서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가까이한다는 건 수많은 책들과 동시에 마주하는 것과도 같죠.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이 한 마디가 답이 되어줄 거예요. 

“가슴속에 1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 그림과 글씨가 된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말씀인데요. 그림뿐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예술가들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양의 지식과 경험을 쌓고 폭풍 같은 고뇌를 거듭하죠. 그리고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흘러넘치면, 독창적인 음악과 그림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누군가의 지식·지혜·생각·고뇌 이 모든 걸 고스란히 알고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은 드물어요. 하지만 책, 그리고 예술을 통해선 가능하죠. 잠깐씩 시간을 내 예술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1만 권의 책과 마주할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이죠.

정성스레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래식이나 미술을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하시거나 도전을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영화 등을 볼 때 스스럼없이 도전하고 선택하게 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 책이 그 길에 좋은 가이드북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언젠가 낯선 작품과 마주해 길을 살짝 잃게 될 때도, 그 예술가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다시 한번 꺼내볼 수 있게 되길 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거대하고 높게만 느껴졌던 클래식과 미술이란 두 산에 오르실 수 있을 거예요. 미켈란젤로는 87세의 나이에 이런 메모를 남겼대요.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아직 하나도 늦지 않았습니다.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기자가 된 후, 문화·예술 분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 판단하고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상정책 및 기획을 전공하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쓰는 것을 좋아해 영화평론가와 만화·웹툰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의 회원이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 ‘2020 만화·웹툰 평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김희경 저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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