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특급 펑크 특집, 이게 된다고요? 확실해요?
문명특급의 펑크 특집
펑크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100점이 아닌 70점으로 마무리할 용기, 위기임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2022.04.15)
마감노동자를 괴롭히는 악몽과도 같은 두 글자. 바로 펑.크.!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여전히 인터뷰가 망할까 봐, 마감 내에 원고를 마무리 짓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심할 땐 꿈도 꾼다. 인터뷰 장소에서 나는 질문지를 잃어버리거나 녹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허억 하고 깨어나면, 앗 꿈이구나… 그렇게 또 한번의 마감이 스쳐 지나간다.
지난주엔 12시까지 뉴스레터 마감을 했다. 당장 다음날 오전 7시에 뉴스레터가 나가야 하는데 텅 빈 내 모니터. 동료는 졸음을 참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글은 도무지 나오지 않아서, 과자를 퍼먹으면서 문장을 썼다 지우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펑크’ 직전까지 가도 결국 답은 나온다. 12시쯤, 이거다 하는 첫 문장이 나왔고 30분만에 나머지를 쓸 수 있었다. 이럴 거면 왜 진작 쓰지 못했지? 예약발송 버튼을 누르고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해냈구나.
펑크의 공포에 시달리는 내게 문명특급의 밍키PD 홍민지 작가가 쓴 에세이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는 ‘콘텐츠 마감 노동자’의 자세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문명특급이 큰 인기를 얻었지만, 팀원들은 과로로 지쳐가고 있을 때, 팀장으로서 홍민지 PD는 결단을 내린다. 팀장인 자신부터라도 야근을 줄이고, 팀원들을 적당히 일하도록 해야겠다고. 실제로 그 후 문명특급의 조회수는 비교적 하락했지만, 홍민지PD는 퀄리티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이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매일 100점을 내는 것보다 평균을 생각하고 길게 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을수록, 이런 결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조금만 더 버티면 100점짜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나와 팀원을 갈면서라도 포기를 못하게 된다. 그러나 늘 완벽하게 절박하게 하는 것만이 답일까? 이번 <문명특급>이 펑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문특’다운 행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펑크 위기를 숨기고 ‘되는 그림’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펑크가 났다는 걸 공개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 ‘4년 동안 만들다 보면 한번쯤은 펑크가 날 수 있지’라는 자세를 보이는 것. 송출일자를 맞추기 위해 과로하고 사고까지 나는 방송현장을 알고 있기에, 그런 ‘쿨함’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펑크 특집’은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문명특급의 연출 노하우로 츠키, 권은비, 성종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잘 살려내고 ‘케미’를 형성했다. 특히 시청자들은 ‘우아하게 돌아버린’ 인피니트 성종의 캐릭터에 열광했다. ‘츠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쯔기’ 등으로 계속 틀리는 성종. 악의적 편집이라면 ‘무례하다’는 조리돌림을 받을 수도 있을 그의 말실수는 성종 특유의 무해하고 우아한 캐릭터와 만나 오히려 호감을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잘 넘겼다’고 안도의 한숨도 잠시, 펑크 위기는 또 찾아올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갑자기 몸이 아플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일로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펑크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100점이 아닌 70점으로 마무리할 용기, 위기임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꾸준히 메일을 보내오던 연재 노동자가 하루 몸이 아파서 글을 쓰지 못했다는 메일을 받고, 4년 동안 해오다 보니 펑크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영상을 보는 사회가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완벽 말고도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다. ‘나’, 동료, 모니터 너머의 사람들을 믿자. 잠깐 휘청여도 매달 성실히 만들어온 그간의 노력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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