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521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시는

과몰입러의 슬픈 분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521은 끝났다. 예상했던 결과로, 하지만 실망스러운 방식으로. (2022.04.08)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다. 가사를 유심히 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꽃이 지는 계절에, 바람에 실려온 기억을 더듬으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떠올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그러니까 모든 것이 지나가고 빛이 바랜 지금, 아름다웠던 시절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직접 타이틀로 가져오고, 배경 음악으로 삽입하기까지 한 드라마가 있다. 김태리와 남주혁 등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찬란한 모습을 빛낸, 드라마 <2521>이다. 중심 인물 나희도와 백이진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에 딱 한 번씩, 김윤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렴풋이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한다. 드라마의 작가 혹은 연출자가 처음으로 자우림의 노래를 삽입하기로 한 순간, 희도와 이진이의 미래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려준 것과 같다. 

그렇게 두어 달이 흐른 지난 주말, <2521>은 끝났다. 예상했던 결과로, 하지만 실망스러운 방식으로.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은 K드라마 과몰입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언해피엔딩인 것은 뻔하지 않았냐고, 청춘은 원래 지나가는 거라고 훈계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나희도와 백이진이 헤어져서 화가 났는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자우림의 노래를 듣고 “김윤아 선생님, 왜 옛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가사를 쓰셨지요?” 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데이미언 셔젤 감독님, 왜 관객을 우롱하셨죠?” 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매우 드물 것이다.

<2521>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무엇에 화가 났는가? 드라마가 애써 쌓아 올린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성이 붕괴된 것에 화가 난 것이다. 16회라는 긴 시간 속에서 인물들이 만나고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지난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전체적인 과정의 설득력과 밸런스를 기대해 보았는데 그것의 어설픔과 용두사미에 화가 난 것이다. 2521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남긴 어느 네티즌이 이를 명쾌하게 정리하여 지적하기도 했다.(링크:  //theqoo.net/dyb/2406291207)

물론, <2521>에는 빛나는 순간들도 많았다. 함께 울고 웃으며 초봄을 보내게 해 준 이 드라마에 고마운 마음도 크다. 늘 그렇듯 과몰입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렇게 케이드라마 과몰입러는 슬픈 분노를 억눌러본다. 새롭게 몰입할 다음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상훈

나답게 읽고 쓰고 말하기 위하여.

오늘의 책

물 부족 지구 인류의 미래는

기후 위기와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 『플래닛 아쿠아』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주제는 물이다. 물이 말라간다는데 왜일까? 농경에서 산업 혁명을 거쳐 현재까지, 위기의 근원을 분석하며 체제 전환을 촉구한다. 지금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곳

두근두근 설레는 마법과 오싹오싹 짜릿한 마법이 펼쳐진 편의점! 이번에는 어떤 마법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빠와 그린이가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하는게 되는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몽글몽글 편의점으로 놀러 오세요!

우리가 기다렸던 어른의 등장

『빅토리 노트』 이옥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명랑하고 자유로운 어른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전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라는 작가, 특유의 맵싸한 유머와 호탕한 명언들을 읽다 보면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 짐을 느낄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우주 판타지

외계인과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리보와 앤』 어윤정 작가의 어린이 SF 동화. 연필을 간식으로 사 먹고, 콩나물을 나무처럼 키우고, 똥 기저귀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 달에 한 번, 외계인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빅뱅 마켓. 그곳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반전, 그리고 감동적인 이야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