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예스24 도서 MD가 엄선한 이달의 책
<월간 채널예스> 2022년 4월호
무언가가 너의 손에서 나의 손으로 넘어오는 순간으로 좋을 것이다. 그렇게 주고 받고 가볍게 등을 밀어주고 토닥이며 함께 달리는 일은 알고 보면 생각만큼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2022.03.31)
조우리 저 | 한겨레출판
단 한 걸음으로 바뀌는 일들이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들어가는 한 발은 그래서 무겁고 무섭다. 겁쟁이인 나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것이 더 어려운데, 『이어달리기』는 그 걸음에 힘을 싣는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모이고 조카인 사람들, 그들이 주고받는 사랑스러운 진심이 그 걸음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대단한 전환점이나 역전은 없어도 괜찮다. 서로를 향해 뻗은 손이 이어지는 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무언가가 너의 손에서 나의 손으로 넘어오는 순간으로 좋을 것이다. 그렇게 주고 받고 가볍게 등을 밀어주고 토닥이며 함께 달리는 일은 알고 보면 생각만큼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핼리 루벤홀드 저 / 오윤성 역 | 북트리거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에 대한 관심은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일 줄 모르나, 피해자에 대한 설명은 ‘매춘부’라는 한 마디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당시 언론이 멋대로 가공한 묘사가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되었을 뿐이다. 이 책은 역사적 기록을 근거로 피해자 다섯 명의 일생을 재구성하며 그들의 개별성과 존엄성을 회복한다. 담담하지만 치밀한 문장은 범죄의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 취해서 소비재로 가공하는 사람, 그것을 비판없이 소비하는 사람 모두를 준엄하게 비판한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 저 / 옥창준 역 | 너머북스
한반도가 한 번도 중국 제국의 일부가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티베트와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 남서부 지역 등 중국 주변의 여러 나라들은 길든 짧든 중국의 일부로 편입된 역사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항상 독자적인 나라를 유지했다. 이 책은 조선-명나라 이후 600년간 한반도가 제국의 바깥에서 중국과 맺어온 유대와 긴장의 관계를 흥미롭게 살펴본다. 긴장이 높아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지효, 김민주, 김관욱, 허성원, 임민경 저 외 5명 | 민음사
무언가에 깊이 빠져 멈출 수 없는 나. 중독이다. 그러나 쾌락이 살게 하는 힘겨운 인생과 오히려 중독을 야기하는 사회에서, 그것을 벗어나는 게 건강한 걸까? 미디어 중독에서 얻은 행복, 중독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사회 등 한편 7호는 쉽사리 정의 내릴 수 없는 ‘중독’과 그에 파생된 현상들을 탐색한다. 좋은 중독 나쁜 중독 따로 있나, 인간 하기 나름인 요즘 중독.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바버라 J. 킹 저 / 정아영 역 | 서해문집
언젠가 동물들의 세계를 상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인간은 모르는 그들만의 사회와 감정 표현들을. 그렇다면 상실 앞에서의 슬픔은 어떤가. 저자는 고양이, 고래, 말 등 다양한 동물에게서 슬픔과 애도의 흔적을 찾는다. 이들은 동료를 잃고 울부짖고, 무덤을 둘러싼 채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죽음의 개념이 인간과 같을 수는 없다. 그저 상실감 혹은 불안함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사랑이라는 감정에 먼저 당도한다. 슬픔이 있는 곳에는,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김승섭 저 | 난다
세월호, 천안함, 삼풍 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이런 참사들이 일어난 후에 우리 사회는 발생 원인과 책임자, 희생자에 대해 이야기할 뿐, 정작 생존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건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지금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상처는 세상에 꺼내어 이야기하고, 누군가와 나눌 때 비로소 아물 수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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