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내일을 간절히 바라는 소설들”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저자 인터뷰
제 소설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내일을 바라는 소설들'로 하고 싶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이 지난한 삶에 다음 단계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거든요. (2022.03.18)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작가 김지연의 첫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소설의 구조가 응모자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했다”(김금희) “어떤 실험적 작위 없이도 새로움을 성취했다”(백지은) “필요한 문장을 정확히 제자리에 놓을 줄 알고 그 문장들로 상황을 내면화하는 데 어김없이 성공한다”(신형철)라는 평을 받으며 기대 속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작가가 4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9편을 선별해 내놓는 이번 소설집은 겹이 많은 페이스트리처럼 자신 안에 아주 많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을 그리며 누군가를 되새기거나 지난날을 곱씹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서정적이며 터프하고, 유머러스하면서 여운이 짙은, 모순적인 수식어의 조합을 가능케 하는 이번 소설집은 4년 전 신인 작가를 향해 쏟아졌던 기대를 확실한 믿음으로 바꾸어낼 것이다.
첫 소설집을 출간한 소감을 제목에 맞춰 일곱 글자로 말해주세요.
‘주말에 시간 내줘’
책이 나온 뒤 코로나 탓에 만남이 뜸해진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약속을 잡고 있습니다. 그냥 한 명씩 만나 조용히 밥을 먹고 걷다가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패턴이지만요. 그마저도 코로나 확진으로 미뤄지는 약속이 있어 슬프네요… .
책이 나오고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주변의 반응이 어떨지도 궁금해요.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지만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전부터 책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그 말이 저에게는 다른 어떤 말들보다 고맙고 귀하게 느껴졌어요. 제 소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는 뜻 같아서 더 감사했습니다.
책에 실린 9편의 소설 가운데 처음 구상했던(또는 처음 썼던) 내용과 가장 달라진 작품이 있을까요?
「굴 드라이브」인 거 같아요. 초고를 끝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당시 속해 있던 소설 스터디 멤버들에게 합평도 받고 고민을 해보니 일부러 위악적인 인물을 그리면서 그런 게 소설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초고에서 ‘반장’은 얼굴만 잠깐 비치고 사라지는 인물이었는데, 반장과 ‘나’의 이야기가 좀더 드러나도록 내용을 바꾸었습니다.
예스24의 김상훈 님이 “뛰어난 신인 작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만한 것이, 책을 권하는 사람에게 또 있을까?”라고 소개하신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쑥스러우시겠지만) 작가님은 작가님의 소설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으신가요?
‘내일을 바라는 소설들’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이 지난한 삶에 다음 단계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거든요.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글에서 묘사하고 있는 공간이 생생하게 다가와요. 한적한 해변가, 일본의 다케오, 개가 뛰어다니는 공원… 그중에서 작가님이 특별히 아끼는 공간이 있다면요. 소설을 쓸 때 공간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는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말씀해주신 장소들은 모두 제가 실제로 가보았던 곳에서 힌트를 얻어 쓴 것인데요. 아무래도 직접 경험한 것들이 소설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케오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곳을 떠올리면 애틋한 기분이 드는데 왠지 다시는 못 갈 것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소설을 쓸 때 공간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는지 오래 고민을 해봤는데, 먼저 인물들을 등장시킨 다음 그들이 있어야만 하는 장소를 상상하며 조금씩 살을 붙이는 것 같아요. 옛날 게임들에서 캐릭터가 지나가야만 그 공간의 그래픽이 선명해지는 것처럼요.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인물들이 우는 장면”이라는 ‘작가의 말’ 속 문장을 빌려, 최근에 작가님을 울게 한 순간이 있었을지 궁금해요. 기쁜 일로 울었길 바라며 물어봅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기쁜 일로는 잘 울지 않는 것 같고요. 속시원하게 눈물을 쏟아낸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일 최근에는 친구와 싸우다가 눈물이 찔끔 났었는데요. 젊은작가상 수상 소식과 곧 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전했는데 친구가 축하한다는 말도 없이 그러냐고 하고는 “저녁은 뭐 먹을까?”라고 해서 싸우다가 서러워져서 그랬습니다.
타임캡슐을 땅속에 숨겨두는 마음으로 5년 뒤 작가님의 모습을 한번 그려봐주세요. 5년 뒤에 함께 확인해봐요.
저는 정말이지 장기 계획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어서 5년 뒤가 아주 멀게 느껴집니다. 5년 뒤에도 잘 살아 있었으면 좋겠고 소설을 쓰고 있었으면 좋겠고 두번째 소설집을 낸 뒤였으면 좋겠고 좋아하는 친구랑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고 취미로 삼을 수 있는 운동 하나를 찾아서 무리 없이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5년 뒤에는 제발 제가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인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김지연 2018년 단편소설 「작정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2회,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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