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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티프, 모닥불처럼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음반
빅 티프(Big Thief),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떨림이 잦아든, 부드럽게 진동하는 목소리와 연주에 곧장 빠져든다. (2022.03.16)
달콤쌉싸름한 포크 록으로 평단을 매혹시킨 데뷔작 <Masterpiece>부터 어두운 성장기를 그려낸 더블 앨범 <U.F.O.F.>와 <Two Hands>(2019)까지. 빅 티프의 음악엔 늘 불안이 존재했다. 쉼 없이 달리느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3년의 휴식기를 거친 신작은 한층 이완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떨림이 잦아든, 부드럽게 진동하는 목소리와 연주에 곧장 빠져든다.
이들의 놀라운 역량은 왕성한 생산력과 더불어 특정 사운드에 갇히지 않으려는 실험정신이다. 양질의 20곡을 담은 신보는 빽빽한 트랙 리스트만큼이나 그 스타일도 다양하다. 경쾌한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컨트리풍의 'Spud infinity'와 플루트 솔로를 도입한 'No reason'. 이들과 대조적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Blurred view' 등 지루함을 방지하는 장치가 도처에 위치해 긴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커버 아트 속 모닥불처럼 앨범엔 따뜻한 기운이 은은하게 감돈다. 멤버들은 마치 실제로 그 주위를 나란히 둘러싸고 앉아있는 듯 소박하게 노래한다. 긴밀한 유대감이 흐르는 캠프파이어의 현장은 1970년대 정취를 풍기는 포크 넘버 'Change'와 'The only place'로 전해진다. 온기를 장착한 이들은 솔직한 음악으로 상처를 감추지 않았고 서로의 감정을 연주하며 상흔을 어루만졌다.
결국 중심에는 프론트우먼 아드리안 렌커가 있다. 음반의 총감독인 그는 빛 한 줄 들지 않던 내면을 파헤친 전작들을 지나 야심 차게 창을 열었다. 트립 합, 사이키델릭, 월드 뮤직 등 가리지 않고 균형 있게 장르를 묶어내고 그 위에 기쁨과 죽음, 그리고 자연을 테마로 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덧붙였다. 총 81분의 여정, 샘솟는 영감을 치열하게 적어 한 줄로 이어 붙인 그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기대치를 보기 좋게 뛰어넘었다.
신보는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영역 탐험을 목표한다. 들을 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앨범이 하나의 콘셉트를 특정하지 않았음에도 반짝이는 건 오히려 일관성을 해체한 파격 조치의 효과다. 빅 티프는 과거에 그랬듯 삶에서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직시했고, 가슴 깊이 아로새겼으며, 이번에도 마법 같은 음악으로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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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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