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광섭 “너는 빛보다 먼저 태어났다”
『빛의 이방인』 김광섭 저자 인터뷰
함께 경외하고 겸손하기 위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요? 나와 내 어린이에게 빛을 씌워주는 겁니다. (2022.02.16)
2018년 첫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를 출간하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멸하기는 쉽지만 소생하기는 어렵다”며, 회복과 치유의 시를 써나가겠다고 밝힌 김광섭 시인이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빛의 이방인』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이 초신성 폭발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거룩성 회복이다. 빛과 어린이로 눈부신 『빛의 이방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시집이 빛과 어린이로 가득하죠?
힘들고 괴로운가요? 자기 자신에게, 가족에게 따듯한 죽 한 숟갈 떠주세요. 죽 안에 뭉쳐 있는 빛을 본다면, 당신과 나 우리는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다 흘릴 수 있습니다. 어린이로 돌아가는 거죠. 영특하고 담대한 어린이처럼 기도하고 사랑하며 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는 빛보다 먼저 태어났다’(시 「우리가 노래했던 은총과 영원」중)라고 진심으로 응원해보세요. 인간은 무력하지 않습니다. 협력할 지혜가 있습니다.
시집 『빛의 이방인』을 흥미진진하게 읽는 법이 있을까요?
은쟁반 위에 빛덩어리입니다. 독자는 잘게 또는 큼직하게 자가 자신의 빛을 챙겨 드세요. 시인은 독자가 떠나고 난 후, 은쟁반 위에 덩그러니 혹은 자잘하게 남겨진 그늘진 빛과 그 빛이 묻은 칼과 쟁반을 똑바로 바라볼 겁니다. 그리고 다시 새 시를 쓰겠죠. 흥미진진하게 빛의 이방인을 읽는 법은 빨간펜을 들고 『빛의 이방인』 시집 속의 시들을 자기만의 시로 만드는 겁니다. 시인의 시어 따위는 찍찍 지우고, 독자 자기 자신만의 시어를 구겨 넣는 거죠. 어린이처럼 시집 위에 눈부신 낙서를 하세요.
시집 속 시 한 편을 소개해볼까요?
이제 막 깨어나, 새 사랑을 시작한 연인을 엿보는 시입니다.
빛의 저수지
은나무 의자에 앉아
푸른 창에 턱을 괴고 기대어
내 어린이가 웃고 있는
황금 숲의 영원을 보고 있는데
선을 다해 살아온 영혼이
기적을 이루고 있다
빛의 저수지를 떠나라
우리는
어둠에서 성장했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라
얼어붙은 저수지를 깨며
어둠을 비추는 법을 배워라
연인의 눈빛이
저수지 위로 떠올라
기쁨으로 반짝였다
시를 왜 쓰죠?
시를 쓴다는 것은 기도와 찬양하는 것입니다.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인류애, 경외심이 절로 들죠. 오만방자를 잠식하기 위한 거죠. 함께 경외하고 겸손하기 위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요? 나와 내 어린이에게 빛을 씌워주는 겁니다. 가장 훌륭한 시집은 성경입니다. 성경 속 시편을 읽으면, 당신은 장래희망란에 시인이라고 적게 될 겁니다.(웃음) 내 삶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인류를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모두 시인이죠.
『빛의 이방인』은 시집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제목을 몇 개 뽑았는데, 빛의 이방인을 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시 「살아 있으라」의 한 구절이죠.
첨탑 정상에 오른
어느
눈 날리는 동틀 무렵.
어린이는 마침내
빛의 이방인이 되어
지상을 내려다본다.
그의 피가
내 몸에서
다시 흐르고 있어.
_시 「살아 있으라」 중
자기 자신도 주체할 수 없어 어지러운 세계를 가진 고통 받는 어린이에게 따뜻하고 고귀한 빛을 씌워주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어린이죠? ‘깃털이 새를 빛에 올려놓듯’(시 「감각 어린이」 중), 어린이를 빛에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 시집을 낸다면 보석 같은 시가 나올 겁니다.(웃음) 어린이가 보석으로 변하는 금은보화의 세계로 돌아가는 시들로 찬란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보석이지 않습니까? 시인은 세공인이고요.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첫 시집 굿즈로 시구가 새겨진 라이터를 제작했었죠. 배우 유아인씨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시집보다 라이터 구매 문의가 많았다고요? 이번에도 굿즈를 제작했나요?
이번 시집도 라이터를 제작하기는 했습니다. 첫 시집 때, 유아인씨 인스타그램을 보고 라이터를 사고 싶다고 문의를 하시면 시집과 함께 라이터를 선물로 드렸죠. 그런데, 이양섭 시인님이 무료로 시집을 주는 건 지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라이터에 첫 시집 묻힌 것 같은데,(웃음) 이번 시집은 라이터보다 더 알려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김광섭 1981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13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빛의 이방인』 등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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