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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일하다 ‘빡칠’ 때,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27회)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마음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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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2.03)


프랑소와 엄 : 저희가 계속 순한 느낌의 주제로 진행을 해왔잖아요. 힘들게 일하고 계시거나 어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께 화이팅을 외치고 싶은 마음에 이 주제를 제안해봤습니다.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일하다 ‘빡칠’ 때, 이 책을 읽어보세요”입니다. ‘빡치다’라는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이기는 하지만요. 그럼에도 이 말을 대체할 만한 표준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화 났을 때, 분노했을 때보다 조금 더 강한 표현이 필요해서 비표준어이긴 하지만 이렇게 주제를 선정했다는 점, 양해의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저 | 위즈덤하우스



저는 마음이 최악일 때 키보드를 두드리면 약간 마음이 해소돼요. 혹은 신뢰하는 사람들,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한테 털어놓기도 하죠. 스트레스나 어떤 불안감을 갖고 있을 때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밖에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요. 작가님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떤 사람은 간장게장을 만들면서 행복감을 누리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글이다.”

작가님은 국문과를 전공하셨고, 고등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다가 신문 기자로 일하셨어요. 교열 기자로 들어갔다가 취재 기자를 지원해서 취재도 하셨고요. 지금은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계시는 편집자예요. 이 에세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는 왜 쓰는가’ 인데요. 작가님은 무언가를 쓰는 일이 자신의 통증을 줄여준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리고 병원과 글쓰기를 비교하는데요. 병원에서는 문진을 하고 처방을 해주잖아요. 한편 글쓰기는 자문자답의 과정 자체가 처방이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쓰면 나아졌는데,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쓰기 전보다는 나아졌다고요. 저도 아주 나쁜 일 말고 조금 나쁜 일 같은 경우는 ‘글감 생겼네’하고 그냥 넘길 때가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에피소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도 있고요. 그래서 공감이 됐어요. 

굉장히 인상적이고 좋은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적당한 거리감, 삶에서 빚어낸 풍성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요. 글에 약간 우울한 느낌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명랑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 감정들이 다 느껴지는 책이어서 좋았어요. 그 중, 작가님께서 요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이런 글귀를 써 놓았다는 이야기를 쓰셨는데 재미있어요. 내용은 ‘겸손해지려 하지 마, 넌 그만큼 대단하지 않아’인데요. 자신을 거대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꼭 ‘나 잘났다’ 식의 높은 자아상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이를테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다 내 탓이라면서 머리를 쥐어 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극단적인 자책감도 겸손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을 해요.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나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되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다. 아무에게도 미움 받지 않고 어디서나 호인 소리를 듣는 사람은 경계하게 된다. 한 사람의 세계관이 어느 누구의 세계관과도 충돌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보이는 경우라면 두 가지일 것이다. 그가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세계관을 숨기고 있거나 아니면 그에게 세계관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건강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이 책이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에 관한 얘기는 전혀 아니고요. 나는 왜 글을 쓰는지, 글을 쓰는 삶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초반 부분은 특히 정말 밑줄을 많이 쳤고요. 작가님의 세 번째 책도 굉장히 기대하게 됐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저 | 문학동네



내게 닥쳐온 빡침을 최대한 잠재울 수 있는 책을 찾아보자고 생각해 고른 책이에요. 그러니까 좀 순한 맛이고요.(웃음) 오늘 주제에 맞게, 책의 일부만 소개해드리게 되지만 이 책은 꼭 한 권을 다 읽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전영애 선생님은 『데미안』『변신』 등을 옮기신 독문학자세요. 서울대 독문학과 교수로 오래 계시다가 현재는 퇴임을 하셨고요. 2011년에 아시아 여성학자로서는 최초, 그러니까 한국인으로서 역시 최초로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게 노벨상에 버금간다는 ‘괴테 금메달’을 수상하셨어요. 현재 괴테의 모든 저서를 단독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고요. 괴테의 저서를 번역하는 작업을 하면서 괴테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 글을 나는 어떻게 읽었는지, 도대체 그 글에 뭐가 담겼는지를 곁에 있는 사람들과 꼭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쓰였다고 해요. 

전영애 선생님은 괴테를 ‘성찰로서 자신을 빚어가는 인물, 나이 들수록 오히려 새로워지는 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통해 우리도 조금이나마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떻겠느냐고 괴테의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말씀하고 계신 거죠. 괴테를 따라 읽는 전영애 선생님의 글을 따라 읽는데 지혜롭고 탁월한 성찰 안에서 빡침과 번뇌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특히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라는 챕터의 내용인데요. 이 문장 자체도 너무 좋죠. 이 말에 반대편에는 아마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을 거예요. 전영애 선생님은 이 말이 너무 싫다고 하세요. 그 말은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인데 아니, 세상에 어찌 되라고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이어서 괴테가 노년에 쓴 이 말도 함께 인용합니다.

‘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사회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말에 더 공감하는 것 같아요. 목적이나 성취만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같은데요. 그런 시절에 살면서 이런 문장을 읽으니까 눈이 다 씻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완벽하게 이 문장대로는 살 수 없겠죠. 영원히 그렇게는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적어도 모로 가면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얘기하는 삶과 일에 있어 바른 일만 행하면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삶은 분명히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빡침이 올 때마다, 현실 때문에 냉소가 막 차오를 때마다 이런 문장을 읽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마음의 문법』

이승욱 저 | 돌베개



캘리 님 책소개를 듣고 문득 이 대목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이 대목부터 읽고 시작할게요.

인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윤리를 든다. 법과 도덕은 사회를 지키는 데 필요하지만 윤리는 인간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는 윤리의 기본은 단순하다. 내 행위의 대상이 나라 할지라도 그 일을 계속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일이 안 풀려서 빡칠 때도 있지만 보통은 관계 속에서 빡치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상대에게 날선 말을 들었을 때,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을 때 화가 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읽어드린 문장을 보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우리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윤리를 갖고 있어야 된다는 점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이승욱 작가님은 뉴질랜드에서 정신 분석과 철학을 공부하셨고요. 오클랜드 정신병 전문 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10년 가까이 일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광화문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계시고요. 꽤 많은 저서를 갖고 계셨는데요. 사실 저는 이승국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었어요. 그런데 좀 다른 글을 쓴다는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당연히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뒤집어보는 방식의 접근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거예요. 작가님은 무기력이 ‘힘을 회복하기 위한 힘 없음’이라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징검돌을 하나씩 놓아주는 느낌의 글들이 참 많았어요.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내가 돌보아야 할 것들’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질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2부는 ‘가족, 가까운 만큼 어려운‘에서는 가족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얘기해요. 저는 3부가 가장 좋았는데요. ‘가장 나중 온 사람들’이라고 해서 소수자, 주목하지 않는 존재들, 이주노동자부터 시작해 여성, 장애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분들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4부는 ’오직 선량한 자가 저항한다’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되는지 이야기하고 계시거든요. 이 책은 나에게서 출발해 가족과 사회적 약자를 거쳐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글인 거죠. 이 책을 읽고 마음에도 능력치라는 게 있다면 그것이 조금 상승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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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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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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