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숨겨진 보석 동남아 문학, 이제 같이 읽어요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 출간,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
이번 동남아시아 문학 번역사업을 시작하며 사업 이름에 ‘총서’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총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남아 10개국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굴해내고 번역하는 것이 재단의 주요 목표 중 하나랍니다. (2022.01.18)
“기획부터 출간까지 꼬박 4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작품을 선정할 지, 저작권 계약, 번역자 선정 등 모든 과정들이 순조롭지는 않았어요. 아마 그간 한국에 동남아시아 문학을 들여온 사례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작품 선정을 위해 전문가들을 수소문했고, 또한 저작권 계약을 위해 에이전시를 구하는 과정도 험난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은 오래 전에 했으나 출간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최근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동남아 근현대 문학을 묶어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를 출간했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베트남 소설 『영주』(2015), 인도네시아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1939), 태국 소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1929) 이렇게 총 세 권이다.
수많은 나라 중 왜 특별히 동남아 문학인가요?
한세실업(한세예스24재단의 모태는 의류 수출기업인 한세실업이다)은 창업부터 지금까지 동남아시아와의 인연이 참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 법인들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있거든요. 그간 재단을 통해 미술전과 봉사 활동, 장학 지원 등 다양한 방법들로 동남아시아와 교류해왔는데, 더불어 그들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까지도 동남아시아의 작품들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는 일은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세상에 소개하는 기분이 들어요. 출간을 통해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각국의 히스토리가 좀 더 한국사람들 피부에도 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총서 세 권을 선별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영주』,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 세 작품 모두 “전통과 현대의 갈등 속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는 공통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운명을 그저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맞서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현대 문학작품을 선별하고, 각국의 특성과 국민성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각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베트남 국민 작가 '도빅투이'의 『영주』는 드엉트엉 지방의 영주(領主) ‘숭쭈어다’에 대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베트남 산악지대 소수민족인 몬족의 문화와 관습, 역사를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미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민족과 문화 속으로 훌쩍 시간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주죠.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인도네시아 국가 영웅 반열에 오른 작가 함카(Hamka)의 대표작으로, 젊은 연인의 삶을 통해 미낭카바우 지역의 부조리한 전통과 관례를 고발하고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조리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습을 바꾸려 분투하는 인물들이 인상적이며, 시대적 배경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풍습과 풍경을 엿볼 수 있어요.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은 현대적 서양 문화를 경험한 왕족 작가 아깟담끙 라피팟(Akaddamgeng Rapipat)이 집필한 태국 현대 소설의 시초가 되는 책으로, 당시 태국 지식인 청년이 희망하던 변화된 고국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어요. 상류층과 하층민의 삶, 세속적인 풍경을 정밀하고 과감하게 그리면서 태국 문화의 영역과 이해도를 확장시켜준 작품입니다.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이라는 작품에 애정이 많이 가요. 책의 저자는 태국 왕족 출신이지만, 유학생이자 신문기자가 되어 세계 각국을 거치며 기록한 이야기들로 문화의 영역을 스스로 개척해 나갑니다. 주인공의 진취적인 모습이 참 흥미로웠고, 20세기의 예술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주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이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 재단 이야기도 조금 해볼까 합니다. 현재 재단을 통해 어떤 사업들을 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매년 동남아시아 국가 유망작가의 미술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미술전, 국내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원, 이화-예일 국제학술대회 지원, 인문학 연구지원, 한국과 베트남 대학생이 열흘간 문화교류를 하는 해외봉사단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봉사단의 경우,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운영(최근 2년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운영하지 못했다)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베트남에서 선발된 봉사단원들이 열흘간 베트남 현지 장애인 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봉사하며 문화를 교류하는 활동입니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봉사단이 직접 참여해 꾸려나간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책 번역 사업이 간접적인 교류방법이라면 파견 봉사활동은 보다 직접적인 교류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K-pop 공연, 태권도, 부채춤도 보여주면서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어요. 서로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거죠.
말씀해 주신 것처럼, 문화라는 것은 정말 상호교류적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인도네시아에서는 출판계 판매 순위 1~3위가 전부 한국의 작품이라면서요?
네, 근래 『82년생 김지영』, 『엄마를 부탁해』, 『종의 기원』이 1~3순위를 점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K-pop이나 K-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번 동남아시아 문학 번역사업을 시작하며 사업 이름에 ‘총서’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총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남아 10개국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굴해내고 번역하는 것이 재단의 주요 목표 중 하나랍니다. 국가 간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넘어 문화적 교류를 공고히 다지다 보면 정서적 교감도 점점 확대되겠죠? 앞으로도 어떤 작품들이 선택되고, 또 어떻게 번역되는지 꾸준히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들의 관심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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