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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스터리계에 등장한 ‘이야기 마술사’

『우울의 중점』 이은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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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통해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확실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더 멀찍이 서서 스스로나 타자와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12.21)

이은영 저자

살인자의 기묘한 심리를 환상적인 필치로 그린 졸린 여자의 쇼크」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한 이은영 작가. 특유의 메타포 활용과 기이하고 독특한 소재, 뜻밖의 반전으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이은영 월드를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소설집, 『우울의 중점』이 출간되었다. 자신을 타인처럼 모른 척해온 이들을 위한 다섯 편의 이야기는 “심리적 시공간을 환상적으로 연출하는 이야기 마술사의 등장”(박인성 문학평론가)이라는 평을 들으며 한국 장르문학계에 ‘자기 정체성이라는 미스터리’를 탐색하는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고 3개월도 안 돼서 첫 단행본이 출간되었습니다. 『우울의 중점』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어떻게 탄생하게 된 책인가요?

몇 년 전부터 소설, 그러니까 소장할 종이책을 한 권 출간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종이책의 질감이나 예술적인 표지디자인, 한글 특유의 네모반듯하게 갇힌 모양새도 굉장히 좋아해서 제 머릿속 세계가 한 권의 책으로 마법처럼 변하는 순간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우울의 중점』에 들어갈 단편을 쓰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하면 숙원을 해결한 기분입니다. 다섯 편의 소재 모두 10년도 전에 떠올린 소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아쉽게 『우울의 중점』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세 편은 나중에라도 꼭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 책의 신선함에 놀란 독자들의 리뷰가 많습니다. “책을 덮자 충격적이고 허탈한 마음마저 든다. 작가는 천재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을 아직 안 읽은 분들이 부럽다.” 등등. 이 소설을 미스터리 장르로 읽는 분도 계시고 환상 문학, SF 장르로 읽는 분도 계십니다. 작가님께서도 특정 장르를 생각하며 집필하셨나요?

환상 미스터리라고 저 스스로 정의내리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만, 장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썼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에 제한을 두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유가 우선시되어야 창작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책에서 전반적으로 ‘다른 이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의 홀로됨, 우울’의 정서가 흘러요. 하지만 묘한 희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님께서 이 작품들을 집필하실 때 외로움, 우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가 이 소설을 썼던 시기가 반려견이 아프기 시작하고 또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그 사이 어디쯤이어서 읽는 분들께도 그런 우울감이 전달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타고난 우울이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전 혼자 있는 게 편한 사람이고 구속받는 걸 싫어하고 저 자신을 ‘고독’ 그  자체로 여길 때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 소설엔 우울보단, 우울을 인정하고 넘어섰을 때 보이는 희망이 더 크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의 희망적인 결말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자는 사형되어야 한다」의 결말도 전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애정 하는 문장은 어느 부분인가요.

신기하게도 제가 좋다고 느꼈던 문장들은 출판사와 독자분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구요.  「폭풍, 그 속에 갇히다」의 첫 문장 “연주회가 시작될 때 관객이 치는 박수 말이야. 뭔가 무섭지 않아?” 이 부분은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이 문장은 무대의 장막이 펼쳐지듯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견하는 문장이기 때문이죠. 의미심장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자는 사형되어야 한다」에서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의자의 자유의지를 묘사한 “바람이 시원했다. 피부 속으로 이렇게 깊게 스며들 수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나는 결심이 서자마자 하늘 속으로 훌쩍 뛰어들었다. 자연이 내린 사형이었다.”와 여은이 혼자 숲에 앉아 상념에 잠겼을 때의 표현들, 『우울의 중점』에서는 “저 높은 우주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우울”을 좋아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문장은 내면화된 저 자신이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문장이 내면화된 나 자신이다’라고 하시니 작가님에 대해 더 궁금해집니다. 이은영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일단 먹는 걸 좋아하고 책과 음악, 춤, 영화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습득 능력이 좋고 이상한 촉이 있는 사람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저에 대한 설명은 작가의 말에서 환상의 본질에 대해 쓴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어라고 분명하게 확정지을 수 없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존재.’ 그게 제가 아닐까요.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소설집임에도 문장과 이야기, 캐릭터 모든 부분에서 작가님의 묵직한 내공을 느낄 수 있어 빠른 속도로 출간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지, 영향을 받은 책이나 작가 등이 있는지 궁금해요.

평소에 소재는 많이 떠올렸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쓴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전엔 소설보다는 시나리오를 써서 영상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서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에 영상을 출품하고 모 드라마 공모전에 응모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초심자의 운이 작용해서 대본이 최종심에 올라가고 단편영화는 프로그래머 추천작에 선정되어 영화채널에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작의 길을 더 놓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성이 없진 않구나 싶어서요. 이게 제일 위험한 건데 말이죠. 

전 주로 영화 속 특정 장면이나 주변 물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최근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가 좋더라고요. 책은 예전에 신춘문예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김지은 작가님의 「살이 붙지 않는 잠」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울의 중점』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의 메시지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우울의 중점』은 상상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읽다 보면 감정이 다층적으로 변하는 기분이 들고 내가 알던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독특한 시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그래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현실을 까마득히 잊고 싶거나 뭔가 하나에 몰입하고 싶은 분들, 혹은 신비로운 체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확실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더 멀찍이 서서 스스로나 타자와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은영

2021년 가을, 「졸린 여자의 쇼크」라는 작품으로 혜성 같이 등장해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했다. 미스터리와 몽상이 부유하는 환상문학에 끌린다. 인간이 넘볼 수 없게 암호화된 공상 세계는 동경과 탐닉의 대상이고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상상을 독점하는 미스터리 작가로 남고 싶다.



우울의 중점
우울의 중점
이은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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