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뉴 페이스] 김수현 작가, 어쩌면 가장 불편한 조언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2월호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는 열 중 아홉이 성공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등장하는 대중 투자 텍스트 시장에 등장한 송곳 같은 책이다. (2021.12.14)
시작은 미미했다. 저자 스스로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하는 인류학과 석사 논문을 제출한 게 지난 2019년 여름. 정확히 한 해 뒤 출산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 카톡창이 울렸다. 지인이 보낸, 재테크 단톡방을 달구고 있다는 논문의 표지와 목차였다. 주식 매매 방에 등록한 개인 투자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패의 서사를 안고 퇴장하는지를 다룬 논문이지만, 그보다는 ‘존버’, ‘문송’이라는 현장 용어가 알알이 새겨진 목차에 재미를 느낀 거라고만 생각했다. 주변 상황은 달랐다.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 900만 시대를 돌파한 시점에 코스피 지수가 최저점을 찍은 후였다. ‘필승의 노하우’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필패의 스텝’을 전하는 논문에 귀가 솔깃할 만했다. 트위터상에서 밈으로 회자되던 논문은 5만 건 가까운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논문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출판사들의 제의가 이어졌다. 두렵고 의아했다. 투자 성공 스토리도 아닌 실패를 이야기한 책을 사서 읽을 사람이 있을까?
“박혜진 편집자님이 아니었다면 설득당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민음사라는 내적 친밀감과 동경이 있는 출판사, 논문 내용을 꿰뚫고 있는 편집자의 안목에 신뢰감이 생겼고, 제 글의 희소성과 새로움도 발견하게 되면서 결국 책으로 내게 됐어요.”
물론 같은 제목의 논문을 커버만 바꾼 채 내놓은 건 아니다. ‘로알매매방’이라는 주식 매매 방에 등록해 4개월 동안 개인 전업 투자자를 설득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는 살리고, 아카데믹한 앵글과 틀은 버렸다. 대중서로 방향을 잡았으니 문장의 톤과 무드도 다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 집단이 중장년층에서 2030 청년층으로 급격하게 확장하는 변화를 담기 위해 새로운 면담 내용도 에필로그에 담았다. 그렇게 장강명 작가가 “20년 뒤에도 읽힐 르포르타주이고, 내게는 단연 올해의 저자”라는 순도 높은 추천사를 건넨 책이 세상에 나왔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의 순도는 경제·경영서 시장의 일방적인 기울기를 고려하면 거의 사건에 가까운 사례다. 주식에 관한 한 투자 성공에 대한 세상의 거의 모든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은 책이 99.9%를 차지하는 분야에서 송곳처럼 균열을 내고, 밸런스를 찾고, 안과 밖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하는 스탠스는 그야말로 신박하다.
“돈 벌고 부자 되는 건 모두의 관심사여서 성공에 대해 들려주는 작가를 찾고 책을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권창규 선생님 책을 읽게 됐는데, 그런 책들을 ‘대중 투자 텍스트’라고 부르더라고요. 이 텍스트의 공통점을 자아 성취의 서사로 분석하는데, 그 경우 투자 성공 공식이 개인을 향한다고 해요. 저는 누구나 공부하고 수양하고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명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식 투자를 개인만의 문제로 취급할 수 있는지도 회의적이에요. 그런 이유로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한다는 대중 투자 텍스트들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저자는 이 책이 주식투자를 막 시작한 2030 청년들이 많이 읽기를 바란다. 차고 넘치는 성공 담론만을 정답과 신념으로 받들기보다 자신만의 투자 기준과 관점을 세울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과 같은 독후감을 공유하면 통쾌하고 짜릿할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다른 개미와 다르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개미라는 걸 느껴서 정말 분하다.”
*김수현 1994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재학 중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수강한 종교인류학 수업에 매료되어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2019년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 -서울 매매방 개인전업투자자의 꿈과 금융시장 간파」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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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이하 ‘개미는 왜’)는 성공 신화로 가득한 개인투자자 서사에 균열을 내는 다른 목소리다.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저자가 서울의 한 매매방에 입실, 그곳에서 만난 개인전업투자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기록물이자 독창적인 보고서의 제목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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