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읽아웃] 왜 이제야 만났을까, 이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15회) 『외투』,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11.25)


불현듯(오은) : 제가 오랜만에 주제 제안을 드렸죠. 나온 지 꽤 된 책을 발견했는데 좋아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하다가 나온 주제입니다. 오늘 주제는 ‘왜 이제야 만났을까, 이 책’이에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외투』

니콜라이 고골 저 / 이항재 역 | 문학동네



단편소설입니다. 그림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단편소설 치고는 분량이 있는 편이어서 이렇게 한 권으로 만들어졌어요. 이 작품이 나올 당시 러시아 문학은 시가 대세였다고 해요. 푸슈킨부터 시작해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러시아 시인들의 시가 대단히 부흥했는데요. 니콜라이 고골 덕분에 산문의 시대로 왔다고 평가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2011년 11월에 출간된 책을 2021년 11월에 읽었거든요. 10년의 터울이 무색할 만큼 지금 읽어도 참 좋은 책이었어요.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한 것, 좋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것 등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렇지만 고전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 있죠. 시대가 흘러도 항상성을 가지고 그 시대에 결합해서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이 그렇고요. 물론 여성에 대한 인식처럼 재고해 볼 것들이 많이 있지만 다루는 주제, 말하고자 하는 바, 이런 것들만 생각했을 때는 고전이 왜 계속해서 읽히는지 알 수 있어요.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9급 문관이에요. 필사 일을 하는 사람이고요.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나는 사람이에요. 그는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하죠. 출근해서 하루치 필사를 하고, 집에 와서도 간단히 밥을 먹은 뒤 남은 필사를 하다가 잠이 들어요. 그가 일하는 곳은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인데요. 겨울에 엄청 추운 곳인데 그의 외투는 얼마나 입었는지 너무 얇아진 거예요. 겉감을 덧대도 더 이상 그 두께를 늘릴 수 없을 만큼 해졌어요. 그제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새 외투를 마련하기로 결심을 합니다. 자기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들여 외투를 맞추죠.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그런데 결국 강도를 만나고요. 강도들이 그를 흠씬 패고 외투를 훔쳐 달아납니다. 아카키는 크게 상심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요. 

외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텐데요. 어쩌면 이 사람에게 외투란 나 자신이 꿈꿀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이 행복이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져버렸잖아요. 그럼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어떤 것을 원해서 겨우 얻었는데 이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줄거리를 말씀드렸지만 끝부분은 하나도 말씀 안 드렸거든요. 끝까지 다 읽으셔야 이 소설의 완결이 되니까요.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아마 읽으면 저처럼 왜 이제야 만났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레이철 시먼스 저 / 강나은 역 | 양철북



저자는 리더십 개발 전문가이고요. 20년 동안 청년기 여성을 연구하고 있는 분이에요. 책을 열면 ‘딸 에스티에게’라는 문구가 나오는데요. 본인도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거죠. 우선 서문의 제목이 정말 좋았어요. 제목이 ‘너 그대로는 안 돼’거든요. 이 이야기를 아마도 소녀들한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15살부터 24살 사이 청년기 여성 1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연구 결과를 분석했는데요. 여자 아이들에게서 관찰되는 우울증 증상이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높았다고 해요. 또 2012년에서 2015년 사이에 우울증 증상이 50% 정도 높아졌고요. 이 수치는 남자 아이들의 두 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대학 200곳에서 재학생 15만 명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는 여자 신입생의 불행 지수가 사상 최고로 나타났다고 해요. 이 수치는 15년 전 여학생들과 비교할 때도 25%나 증가한 수치고요.

성과에 집착하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게 굳이 여성들만의 문제일까, 개인의 기질이 아닐까, 싶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자는 여자 아이들이 왜 더 힘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요. 그러다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역할 과부화, 역할 모순이라는 답을 찾게 되죠. 한 개인에게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지나치게 많이 주어지거나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할들이 상충되어 있는 거예요. 

저자는 2009년에 『딸 심리학』이라는 책을 쓰면서 ‘우리 역할은 여자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문을 지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2018년에 이 책을 쓰면서 생각이 변했다고 해요. 여자 아이들에게 “너는 자신감이 더 필요해”라고 말하는 건 그 아이들이 고쳐야 할 점이나 노력해야 할 점을 하나 더 지적하는 셈이니까요. 여자 아이들이 고생하는 이유가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그 책임을 여자 아이 본인들에게만 돌리고 나머지 모두는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고 이야기를 하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와 비교 당하지 않고, 그냥 나 자신으로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이 결국엔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너는 너 그대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품고 살았다면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박미소 저 | 반비



저자는 10년간 기자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 육아를 하면서 기자 생활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마침 그 즈음에 다른 커리어 계획이 세워져서 퇴사를 했죠. 그런데 그 계획들이 다 무너졌어요. 갑자기 붕 뜬 거예요. 안 그래도 저자는 기자 생활하면서도 거의 술을 매일 마셨던 사람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계속 혼자서 술을 마시게 돼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돌아오는 식으로요. 저자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 중독 생활’을 지속해요.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취한 모습을 안 보여주고, 잘 때도 새벽 1시 이전에는 꼭 자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이 사람에게 술 문제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생활이었죠. 이런 날들이 몇 주, 몇 달씩 이어지다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가기에 이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정신과에 간 장면부터 시작해요.

특히 여성의 경우 미디어에서 그 인물이 능력 있다는 것을 표현할 때 주당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술을 아무리 먹어도 안 취하거나 잘 먹는 것을 직장에서의 능력과 연결 짓는 경우가 되게 많았던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술 잘 먹는 건 능력이라고 말하는 이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되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자기 관리가 안 된다는 식으로 비난을 한다는 거예요. 만약 20대 때 이 책을 봤다면 내가 단순히 술을 좋아해서 이런 생활을 하는 게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깨달음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어려움과 우울 불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알코올에 빠지는지 중독에 빠지는지를 책은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분석하고 있거든요.

여성 중독자에 대한 비난의 시선, 그 악의적인 보수성은 언제쯤 이 사회에서 사라질까? 사회면에 등장한 주취로 인한 그 많은 사건 사고를 보며 깨달았다. 남자가 술을 마시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지지만 여자가 마시면 그 자신이 위기에 처한다.

저자는 술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술을 좋아하는 마음 이면에 깔려 있는 우울이나 불안은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얘기해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냥 술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요. 삶이 조금만 힘들어지거나 조금만 거친 바람이 불면 바로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 사회처럼 술 많이 먹는 사회에서 함께 읽는 게 의미가 있을 책이에요.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외투
외투
니콜라이 고골 저 |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이항재 역
문학동네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레이철 시먼스 저 | 강나은 역
양철북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박미소 저
반비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book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레이철 시먼스> 저/<강나은> 역11,900원(0% + 5%)

새 시대의 목표와 구시대의 여성성에 대한 기대가 상충되는 오늘날, 성인의 관문에 들어서는 청년기 여성들은 어떤 길 위에 있는가오늘날 여자아이들은 엄마나 할머니 세대의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제약 없이 유리천장을 부수고 셀카를 찍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시절을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많은 성취를 이루어낸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