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선 작가 “삶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산다는 건 뭘까?』 채인선 작가 인터뷰
아이들에게 이제 어른들이 대답을 해 주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잖아요. 『산다는 건 뭘까?』 가 그 답입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주는 개별적인 답이겠지요. (2021.11.05)
‘산다는 건 뭘까?’
이 근원적이며 심오한 질문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졌고,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름다운 가치 사전』,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대표 어린이책 작가, 채인선. 60여 권의 어린이책을 써 내려가며 꾸준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가치와 따듯한 마음을 전해 주었던 채인선 작가는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채인선 작가의 신작 『산다는 건 뭘까?』 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주는 아름다운 통찰이자 든든한 답변이다.
아이들이 가지는 궁금증 중에서 특별히 ‘산다’라는 주제를 고른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은 그 부모나 조부모들보다 훨씬 더 오래도록 살게 됩니다. 우리가 대략 100살을 산다면 저는 40년만 살면 되는데 아이들은 보통 10살이라고 한다면 90년을 더 살아야 하죠. 그렇다면 누가 더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나요? 아마도 부모나 조부모들보다 더 오래 사는 지금 아이들 아닌가요? 가장 중요한 것이 ‘산다는 것’ 그 자체인데 어른들은 본질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주지 않고 삶 주변의 것들만 일러 주는 편이죠. 삶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자기 삶에 관해 무언가 ‘인식’이 생기면 아이들은 막연하게나마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갖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슨 의미가 있을까 등등. 그 질문에는 죽음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제 어른들이 대답을 해 주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잖아요. 『산다는 건 뭘까?』가 그 답입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주는 개별적인 답이겠지요.
근본적인 질문인 ‘산다’와 ‘삶’에 대한 다루고 있어서 창작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텐데요. 어떤 부분이 어려웠고, 그 부분을 고민하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셨을까요?
‘산다는 건 뭘까?’는 제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저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어요. 이 질문을 떠올리면 늘 저는 안개가 잔뜩 낀 도로를 운전하는 기분이 됩니다. 가시거리만큼만 앞날이 보였습니다. 어느 순간, 일평생의 정점을 지나고 나니 한 사람, 한 생명의 길이, 그 끝이 보이더군요. 대단한 발견이었습니다. 끝을 가늠하게 되니까 산다는 것에 대해 뭔가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약간은 뻔뻔한 일이죠.
‘길고 긴 여행의 목적지를 생각치 말고 하루하루의 완성을 쌓자. 그것이 모여 자신의 일평생이 된다.’ 이것이 삶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답입니다. 끝에 무엇을 이룰지를 자기 삶의 목적으로 둔다면, ‘지금 여기’ 살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지는 못할 거 같아요. 책을 내고 난 지금 안개가 걷힌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안개가 있더라도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거야.’란 믿음은 있지요.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비롯해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등 소중한 이야기를 만드셨어요. 이번 『산다는 건 뭘까?』는 어쩌면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쓰신 작가님이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작가님에게 이제까지 삶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삶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삶은 ‘오늘 장미를 심었으니까 내일은 뭘 심을까?’입니다. ‘오늘 장미에 물을 주었으니 내일은 무얼 해줄까?’도 되지요. 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산다는 건 뭘까?’ 대신 무언가 구체적으로 다음 날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합니다. 다음 날 할 일이 딱히 없거나 하고 싶은 게 없을 때 ‘산다는 건 뭘까?’란 질문이 안개 망토를 두르고 나타나지요.
『산다는 건 뭘까?』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글만큼이나 그 글을 잘 표현해주는 그림 또한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산다는 건 뭘까?』의 서평화 화가님의 그림은 작가님이 표현하고 싶었던 어떤 부분들이 잘 담기었나요?
서평화 화가님의 그림은 제 글에 무척 잘 어울렸어요. 담긴 의미도 잘 파악해서 담아 주셨고요. 무엇보다도 그림에 바다를 들인 게 멋진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삶은 바다와 같잖아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얼마나 깊은지, 넓은지도 알 수 없지요. 바다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향유할 수는 있잖아요. 아이가 바다를 그리는 마지막 장면이 그걸 말해 주고 있지요. “산다는 건 너의 시간을 즐기는 거야. 너의 시간을 네가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거야.”란 글과 함께요.
『산다는 건 뭘까?』는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공감하기 쉽게, 지혜롭게 이야기해주는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인데요. 이 시리즈에 다른 책도 쓰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주제에 대해 쓰셨을까요?
『배운다는 건 뭘까?』와 『생각한다는 건 뭘까?』,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가 그 책들입니다. 『배운다는 건 뭘까?』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인데 저는 이 책에서 배운다는 것이 꼭 책상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배운다는 건 보고 듣는 것, 묻고 읽고 따라 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지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배움의 본질입니다. 저는 가르친다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데 누가 ‘가르친다는 게 뭘까?’라고 묻는다면 ‘자기가 잘하는 것을 보여 주는 거야. 그게 끝이야.’라고 대답할 생각입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에 대해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한다는 건 뭘까?』와 『친구란 어떤 사람일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입니다. 학교에 들어가면 바야흐로 생각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맺게 되지요. “생각에는 슬픔이 없어. 좌절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 불행도 이겨낼 수 있어. 생각은 더 나은 것을 꿈꿀 수 있게 하니까.”가 제가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입니다. “친구는 나와 나란히 걷는 사람이거든. (중략) 친구는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거든.” 이 대목도요.
더불어 이런 질문을 어린이들에게 계속 던지고, 이 시리즈를 계속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시리즈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떤 걸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그저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요. 말을 걸면 아이들에게서 생각이 일어나겠죠. 사실 질문은 생각의 시초입니다. 거의 모든 생각들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지요. 그렇지 않나요? 제가 던지는 질문을 혼자 읊조리면서(책을 읽으며) 아이들은 생각을 가동시키고 어느 즈음에는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리라 봅니다.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시리즈는 생각의 마중물 아닐까 해요.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고 답을 구하도록 아이들을 이끌어 준다고 봅니다. 어린이 독자에게 어떤 걸 전하고 싶으냐고요? ‘질문은 힘이 세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
『산다는 건 뭘까?』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작가님이 들려주실 다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구상 중이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넓게는 작가님이 꿈꾸는 다음 목표, 혹은 꿈이 무엇일까요?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가 저의 꿈이고 목표입니다. 길게 잡지 않아요. 길어 봤자 3개월 정도죠. 목표는 따로 없습니다. 목표가 없다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제가 가는 방향은 하나밖에 없고 그렇게 가다가 문득 이승의 문턱을 넘는 어느 날, 제 목표는 성취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눈을 감는 순간 누군가 그렇게 말해 주었으면 하네요.
다음 이야기는 아직 제 마음속에 있는데 비밀입니다. 여기에 발설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시골에서 살면 농한기인 겨울에는 다 놀고 쉬며 지냅니다. 그런데 저는 이때가 집중해서 글을 써내려 가는 농번기입니다. 겨울을 허투루 보내면 일 년을 허송세월하게 되지요.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채인선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출판사에서 10년이 넘게 편집자로 일했다. 두 딸, 해빈이와 해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소설가 박완서로부터 “우리의 전통적 익살에다가 서구적인 세련미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고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환상적인 기법과 사실성의 기막힌 조화”가 가장 큰 미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1997년 문단에 입성했다. 데뷔작은 창비어린이 제1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로 당선된 《전봇대 아저씨》이다. 같은 해 《내 짝꿍 최영대》, 1998년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가 연이어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림책과 동화책, 논픽션 교양물 등 60여 권의 어린이책을 출판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으로는 《내 짝꿍 최영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름다운 가치 사전》, 《나는 나의 주인》,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 《원숭이 오누이》 등이 있다. 그림책 글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뉴질랜드 어린이책의 대모 격인 조이 카울리와의 만남과 테사 듀더의 그림책 글쓰기 워크숍이 계기가 되었다. 2004년, 출판 관계자들과 우 리책 사랑모임을 조직해 활동했고 2009년에는 한국 그림책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한국 그림책 연구회’를 열어 활동했다. 또한 수년간 그림책 글쓰기 워크숍을 열었으며 상상마당 볼로냐 워크숍에 강사로 참여했고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에서 그림책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일주일 그림책 수업》은 그간의 워크숍 내용을 엮은 것으로 그림책에 대한 각별한 시선과 풍부한 예시, 창작 경험이 담겨 있어 그림책 예비 작가뿐 아니라 그림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유쾌한 지식과 창작의 비밀을 전한다. 2018년에 어머니의 고향인 충주에 정착해 1000평의 땅을 일구며 살고 있고 일요일마다 다락방도서관을 열고 있다. 학교와 도서관 강연, 글쓰기 강좌, 교사 연수 등의 외부 활동이 없는 날은 오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가 밭일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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