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집’은 어떤 존재인가요?
『안녕, 나의 한옥집』 임수진 저자 인터뷰
우리는 모두 그리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기억 속 장면 장면으로 남아 있는 유년의 꿈과 다정함, 고향에 대한 향수, 느림과 불편함이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그 시절, 그 시간, 그 장소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2021.11.02)
한번은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 인생의 수많은 품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에세이 '안녕, 시리즈'의 첫 책. 개인의 기록이지만 나를 대표하는 그 무엇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대청마루, 솥뚜껑, 장독대, 뒷간, 남새밭, 그리고 가족, 이웃들, 마을….
『안녕, 나의 한옥집』을 통해 우리네가 살아온 정겨운 장면들을 소환한 저자는 그 시절의 싱그러운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였는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기를, 그리고 그 기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작가님의 첫 책이자 출판사의 첫 책인데, 책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이 나오긴 나왔네요. 많은 분들의 축하와 응원에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만, 매일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이 옆에서 계속 터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멜리에북스’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주문처럼요. 이번에 출간한 『안녕, 나의 한옥집』은 충남 공주의 제민천 근처에 있는 'ㄷ'자형 한옥집에서 자란 제 유년의 기록입니다. 그 시절의 에피소드뿐 아니라 한옥집에 관련된 종적횡적 인물들의 이야기, 집을 둘러싼 마을과 공주 이야기, 그리고 한옥집 자신의 생애에 관한 것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안녕,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 수많은 주제 중 왜 ‘한옥’이었나요?
저는 스스로를 ‘그리움의 작가’라 칭합니다. 언제나 마음속에 깊은 그리움을 안고 산다고 느껴왔고, 그것을 풀어내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곰곰 생각해보았더니 그 그리움의 시작은 제 유년의 집, 저의 다정한 친구였던 ‘한옥집’이었더라고요. 한옥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는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겠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제 글의 첫 시작은 ‘한옥집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때마침 출판사에서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안녕, 시리즈' 를 기획했고 제가 그 첫 주자가 된 것입니다.
시인 나태주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시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던데요.
나태주 선생님은 진정 공주를 사랑하는 공주의 대표 문인이시지요. 공주가 너무 좋아서 얼마나 좋은지 “누가 알까 무섭다”라고 글도 쓰신 분입니다. 저는 불과 유년 시절 10여 년을 공주에서 살았으나 공주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고 지켜내고 싶은 마음은 매 한가지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선생님은 책의 배경이 된 한옥집 근처에 사셨던 터라 그 옛집도 익히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였던지 원고를 받고 추천사를 써주신 후에 한옥집까지 발걸음해주셨고, 책이 나오기도 전에 지금의 한옥집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내주기까지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공주 사랑에 진심으로 감동한 일이었습니다.
30년도 훨씬 이전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해내셨는지, 그리고 그림을 보니 이야기의 배경이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던데요.
책을 쓰면서 가족들과 정말 자주 통화를 했습니다. 서로의 기억들을 조각처럼 이어나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어린 저로부터 나왔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가족과 돌아가신 할머니, 잊고 있던 동네를 만날 수 있어서 제 인생에서 값지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림은 어머니께서 그림을 자주 그리시는데 그게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민천을 중심으로 한 동네 지도는 어머니가 몇 번이고 다시 그려주셨고, 그 그림들을 바탕으로 이진슬 작가님이 색연필로 파스텔톤 감성 물씬 나도록 재탄생시켜 주셨지요. 이 자리를 빌어 두 분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특이하게도 책 관련 카드뉴스나 동영상 등이 출판사에서 만든 게 아니던데요.
처음부터 이 책은 블로그 이웃님들과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브런치에 ‘한옥일기’라는 제목으로 한두 편 글을 올렸는데, 블로그 이웃님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10편 넘게 연재를 했고 계약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출판 계약 소식을 전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주셨던 분들이라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도 내용을 공유했는데 표지, 제목 등 이웃님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이웃님들이 나서서 카드뉴스와 동영상 제작까지 해주시고 이 책의 자발적이고 열렬한 마케터가 되어주셨어요. 아멜리에북스는 1인출판인데 대표님 역시 이런 이웃님들의 응원과 지지에 같이 호응해주시면서 다 같이 만들고 홍보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책 출간 잔치’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제 블로그(blog.naver.com/moonlake523)에서 ‘블로그 마을’이라는 메타버스 개념의 가상공간을 기획한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의 이웃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마을에 산다면 어떨까?’라는 제 상상에서 나온 것인데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살고 있고 코로나 시국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인지라, 책 출간기념 행사도 그 연장선상에서 ‘온라인 출간 잔치’를 하면 어떨까 하고 열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블로그 이웃들이 ‘수진이네 한옥집’에서 잔치를 벌인다고 가정하고, 모두 9살 꼬마가 되어 그 시절의 놀이도 하고 잔치국수도 먹었습니다. 이웃님들이 모두 와주셔서 왁자지껄 신나게 잘 놀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안녕, 나의 한옥집』은 비록 제가 유년 시절 한옥집에서 살았던 이야기이지만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분들이 각자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잊고 있으나 우리 안에 간직되어 있는 것들,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마음 깊숙이에 존재하고 있는, 반짝이고 사랑스러운 그것들을 떠올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수진 (밤호수) 20대의 짧은 시간을 국어교사로 보내다 미국에 왔다. 이방인으로 10여 년을 살며 그리운 것들이 많아졌다. 마음속의 샘이 마를 때까지 글을 쓸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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