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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져야 한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정연욱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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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는 지금 현재를 관통하는 시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빨리, 가장 많은 부와 명성에 접근하는 황금 사다리다. 이 사다리에 대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2021.10.29)

정연욱 저자

일단 유명해져야 한다. 왜 유명해졌는지, 어떻게 유명해졌는지는 상관없다. 먼저 유명해져서, 대중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 게 순서다. 그러면 자연스레 부와 명성도 따라온다. 이렇게 유명세를 누리는 사람을 가리켜,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인플루언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부러워하거나 무턱대고 시기할 뿐이다. 이제 그 실체를 직접 확인할 시간이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의 저자 정연욱은 총 16개월 동안 2천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325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플루언서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쳤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실감 나게 전달하기 위해 유형별로 가상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실에 기반한 픽션을 의미하는 ‘팩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K-디지털 인류학’의 서막은 열렸다.



‘유명세에 대한 욕망’이라는 주제가 아주 흥미롭다. 어떤 계기로 이런 이야기를 집필하게 되었나?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문화인류학과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인플루언서들의 생각과 관점을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과제의 형태로,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유형별 연구」라는 소논문을 제출했다. 완성해 놓고 보니 그냥 묵히기엔 너무 아까웠다. 같이 수업을 들은 학우들의 반응도 좋았다. 게다가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수업 과제의 형태로 출발했지만, 완성된 책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내용을 조사하고 연구했다.

그렇다면, ‘유명세’라는 주제를 지금 우리가 왜 주목해야 할까? 

유명세는 지금 현재를 관통하는 시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빨리, 가장 많은 부와 명성에 접근하는 황금 사다리다. 이 사다리에 대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다음, 그 그림에 담긴 한명 한명의 사례들에 집중하려 했다. 조사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유명세는 가장 보편적인 성공의 내비게이션이라는 것에 다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이나, 내심 밝히지 않은 각자의 생각들은 조금씩 다 달랐다. 그러한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차이에서, 사회의 보편성과 개인의 특수성을 포착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독자도 자연스레 책에 등장하는 누군가와 자신이 닮았음을 느낄 것이다.

인플루언서 325명을 심층 인터뷰하셨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떤 과정으로 그 많은 사람을 섭외했고,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하다. 

대학원 수업 과제로 진행했을 때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50여 명 정도 만나서, 주제에 잘 부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런데 책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더 다양한 목소리, 종합적인 생각과 관점을 듣기 위해서 천 명 넘는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연락을 한 사람만 대중 1500명 정도다. 그중에서 연락이 닿은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았다. 작업의 속도가 붙지 않고, 효율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DM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인을 통해서 소개받고 연락했다. 그러니 좀 더 빠르게 진척되었고,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연락이 닿고, 인터뷰 일정을 잡기까지가 어렵지, 막상 인터뷰를 진행하면 생각보다 다들 친절하고 우호적인 편이었다. 다들 말을 잘했다. 큰 거부감이나 어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그들과 대화가 길어지고,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여느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우월감이 있을 법도 한데, 대개는 부지런히 노력하고 한편으로는 소박하기도 했다.

유명해지기 위한 전략을 물질파, 육체파, 정신파, 세 가지로 유형화하신 게 독특하다. 

일종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각각의 특성은 자신이 다수에게 내보이고 싶은 정체성이다. 그것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내보이면서, 유명세를 얻는다. 몸이 좋은 사람은 몸을 통해서, 유명해지기를 바란다. 똑똑한 사람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한다. 이 세 가지가 유명세에 접근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며, 각자 자신의 정체성에 해당한다.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은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듯하지만, SNS 등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꽤나 명확하고 일관적이다. 게다가 그 정체성은 타인이 자신을 그렇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주제뿐만 아니라 서술 방식도 새롭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각 유형에 해당하는 가공의 인물들 14명을 만들었는데 여러 인물 중에 가장 ‘애증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 

특별히 애증이 가는 인물은 없고 모두 소중한 캐릭터이며 페르소나이다. 14명의 대표적인 인물을 만들었지만, 각각 그 한 명에는 최소 열 명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심리와 정서, 관점을 녹이려 했다. 그래서 어쩌면 책에는 140명 이상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셈이다. 그중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육체파의 트레이너와 애플힙 간호사 사례다. 나랑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서 처음에는 좀 신기했다. 그런데 좀 더 살펴보니, 다 자신이 선택한, 원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특히 몸이 좋아서 얻는 인기와 몸을 계속 만들어서 이를 유지하려는 욕망,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얻는 수익은 서로 깊은 관련을 맺는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아니지만, 인플루언서들을 많이 만났으니, ‘SNS에서 유명해지는 팁’ 같은 것을 독자들에게 귀띔해 준다면?

우선 콘셉트가 명확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인플루언서를 만났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인들은 각자의 분명한 콘텐츠가 있다. 그 콘텐츠를 보러 사람들이 그들을 찾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명해진다. 명확한 콘셉트, 차별화된 콘텐츠가 핵심인 것 같다.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차별성 없는 콘텐츠는 보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또한, 세상의 욕망을 건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몸, 많은 돈, 넘치는 지식이나 생각 모두 세상의 욕망을 지그시 누르는 요소들이다. 그 공통적이고 본질적인 욕망에 불을 붙여서 활활 타오르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주로 유명해진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를 읽어볼까 말까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 황금 사다리인 유명세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접해볼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어렵거나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그들의 삶을 미화하려 하지 않았고, 가급적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쓰려고 노력했다. 유명한 사람들의 삶에 관해서 관심이 있거나,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또는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우리 시대 욕망을 관통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연욱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경영학, 인류학을 공부했다. 현재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이며 남산 근처에 산다. MBTI는 INTJ. 사회적인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향형이다. 주요 관심사는 콘텐츠와 플랫폼, 기술과 문화, 기업과 소비자의 상호작용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주로 관찰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속 빈 강정 같은 미사여구보다는 화끈한 직언을 좋아한다. IPA 맥주를 마시며 모차르트와 마일스 데이비스, 글렌 굴드를 즐겨 듣는다. 이 책의 인세 일부는 결식 대학생을 위해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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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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