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의 기반이 되는 읽기 능력, 초등 입학 전에 달려 있다!
『아이 중심 읽기 수업』 강민경 저자 인터뷰
책 읽기 활동도 아이 중심으로 시작해야 아이가 책 읽기를 진짜 즐길 수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언제, 얼마나,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지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1.10.19)
시대에 맞춰 콘텐츠는 빠르게 변화해 가고,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아이들의 연령 또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글자가 가득한 책보다 다채로운 영상들이 더 익숙해지면서 점점 글과 멀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많은 부모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습 능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받게 될까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20년 동안 2만 회 이상의 상담 이력을 가진 저자는 전문가이자 같은 부모로서 아이의 읽기를 어떻게 교육해주면 좋을지 알려주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 단일화된 교육 방식이 아닌, 저마다 모두 다른 아이들의 특성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령과 기질, 특성에 따른 방법들을 책에 담았다.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입학 전, 문해력의 기반이 되는 읽기 능력은 엄마의 교육에 달려 있다. 문해력을 어떻게 교육해줘야 할지 고민이라면 『아이 중심 읽기 수업』과 작가의 이야기에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안녕하세요, 강민경 교수님. 『아이 중심 읽기 수업』 책을 쓰시게 된 계기나 사건 등이 있었을까요? 어떤 책인지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늘 불안하죠. 그래서 ‘이렇게 키우면 좋다’ ‘저렇게 교육시키면 좋다’ 안내해주는 책들을 읽지만, 그 책 속에는 ‘내 아이’가 없는 거죠. 책을 따라 해도, 크게 변화되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과 더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임상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두 아이를 직접 키워 보면서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는 거예요. 저마다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획일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각자 내 아이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습니다. 저처럼 불안했던 엄마들을 위해, 여전히 잘 해내고 싶은 부담감으로 밤잠을 설치는 엄마들을 위해서요.
20년 동안 수많은 난독증 아이들을 치료하며, ‘강민경 언어학습연구소’를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난독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나요?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나요?
난독증이 있는 아동은 약 5%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글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아이에서부터 글을 더듬더듬 읽을 수 있지만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그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난독증이 있는 아동을 자녀로 둔 엄마들은 아이의 공부머리를 걱정할 것 같지만 그것보다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해요. 저 역시도 그 부분에 가장 초점을 두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난독증 아이들은 그저 또래 친구들보다 읽기에서 어려움을 보일 뿐 다른 장점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죠. 아이들에게도, 부모님들에게도 그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이 책의 제목이 ‘아이 중심 읽기 수업’ 인데요. 어떻게 하면 ‘아이를 중심에 두고’ 읽기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치료를 할 때에도 아동 중심으로 치료를 해야 아이도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책 읽기 활동도 아이 중심으로 시작해야 아이가 책 읽기를 진짜 즐길 수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언제, 얼마나,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지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부모님이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 속에 작은 하나라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세요. 스스로 선택한 아이는 책 읽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자신이 선택한 책이기에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될 거예요. 아이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은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답니다.
두 자녀의 엄마로서, 아이들의 읽기를 교육할 때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의 경우에는 두 아이의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어요. 예민하지만 언어 능력이 좋았던 첫째 아이와 순둥이지만 언니에 비해 빠릿빠릿하지 못했던 둘째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공부하는 방법도, 원하는 칭찬도 뭐든지 달랐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아이에게 같은 방법으로 읽기 교육을 실시할 수 없었어요. 책에도 적었지만 두 아이의 다른 성향은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나의 선택과 방법이 옳은 것인지를 끝없이 의심하게 했죠. 그나마 업이 업인지라, 일찍이 아이들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읽기 교육을 해서 나름 성공적으로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엄마들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일찍 알게 된다면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읽기 교육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즉,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 읽기 교육을 해줄 수 있다면 수월해질 수 있다는 걸 저처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TV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물을 좋아해서 걱정입니다. 언어 발달에 영상물 시청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뉴미디어시대에 살아갈 요즘 아이들은 인쇄 매체를 통한 읽기 능력이 아닌 디지털 리터러시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세대입니다. 즉, 부모 세대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에 대한 인식을 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죠. 영상물이 무조건 언어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영상물을 제공해주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영상물을 함께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영상물에 나오는 어휘를 상황을 통해 추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언어 발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답니다. 영상물을 함께 보며 오히려 상호작용의 기회로 삼는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 첫째 아이가 가진 뛰어난 어휘력의 비밀은 바로 만화영화였으니까요.
아이가 책을 다 읽었다고 하는데, 진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대충 보았는지 제대로 확인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하하하. 이거 정말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죠.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연기력! 매소드 연기가 필요하답니다. 절대로 아이에게 확인하는 듯한, 테스트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책에 나온 내용을 질문해 보세요. 질문이 아니라 대화일수록 좋습니다. 아이는 대답하는 활동에서 재미를 느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부모님이 모르는 척 연기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설명하곤 하죠. 아이가 정확하게 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을 다시 펼쳐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아요. 물론 이때도 아이가 틀렸음을 강조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찾아보자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에 아이가 적당히 흥미를 가지게 되면 아이에게 꼼꼼하게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꼼꼼하게 잘 읽어냈을 때는 정말 진심을 다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읽기 교육과 문해력에 고민인 많은 부모님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여러 갈래의 길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모두 하나의 길에서 순위를 다투며 달리고 있는 때가 옵니다. 하지만 그 끝이 여전히 하나의 길일지, 아니면 다시 여러 갈래의 길이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 아이의 속도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읽기 교육과 문해력은 단순히 읽기라는 활동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아이가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통해서도 읽기 능력과 문해력은 발달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관심사에서부터 시작하는 읽기 교육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시작하는 비판적 읽기는 문해력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어요. 틀에 짜여진 방식에 아이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잘 찾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안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그 길의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세요. 우리 모두 아직은 불안하지만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엄마들이니까요. 스스로를 믿고, 내 아이도 믿어보세요.
*강민경 20년 동안 언어재활사로 수많은 난독증 아이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학습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과 상담하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난독 아동을 위한 읽기 지도뿐만 아니라 일반 아동을 위한 읽기 발달, 읽기 지도 그리고 장애 아동을 위한 읽기 치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에서 ‘한글 난독증 아동의 영어 읽기 중재’를 다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인하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과 강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언어치료전공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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