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몬스터 차일드』 이재문 작가 인터뷰
사계절 아동문고 『몬스터 차일드』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개념이 있어요. ‘내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나의 상처가 또 다른 누군가를 치유하는 원천이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하늬와 연우도 마찬가지예요. 하늬에게 있는 상처, 연우에게 있는 상처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021.10.01)
“아이들이 괴물 같아요.”
『몬스터 차일드』는 작가가 온라인에서 마주친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누구보다 어린이들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재문 작가는 사회가 어린이에게 보내는 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흥미로운 ‘크리처물’ 안에 숨김없이 담아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이 되는 어린이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스스로 힘을 내어 세상의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 모험 서사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힘이 있다.
장르문학의 매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우리 사회가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에 대해 가진 강박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사계절어린이문학상의 첫 번째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독자님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몬스터 차일드』의 작가 이재문입니다.
사계절어린이문학상을 포함해 세 번이나 어린이청소년문학 공모에서 상을 받으셨어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신데,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작가를 꿈꾼 건 아니에요. 교사가 되고 나서 ‘나는 어떻게 아이들하고 만나야 될까?’ 고민하던 중에 ‘온책읽기’ 수업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모임의 몇 선생님이 책을 쓰고 계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내가 무슨 책이야.’ 하고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나도 한번 써 볼까?’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들과 책 수업을 하면서 동화를 많이 보게 되잖아요. 이런 책이 있으면 아이들하고 더 재밌게 활동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들도 하게 되거든요. 내가 써서 아이들하고 읽으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몬스터 차일드』는 가상의 질병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이면서 편견에 맞서는 어린이의 모험 서사이기도 해요. 어떻게 쓰시게 되었나요?
처음엔 슈퍼 히어로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몬스터로 변신하는 특별한 아이들이 히어로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요. 도입부를 좀 써 봤는데 뻔하더라고요. 그러고 잠시 잊었다가, 어느 날 ‘아이들에 대한 혐오’가 주변에 만연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혐오 받는 아이들의 삶을 작품으로 써 보면 어떨까, 또 고민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거예요. 괴물이 된 아이는 세상에서 어떤 시선을 받을까? 그랬더니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자기가 가진 능력이 오히려 족쇄가 된 아이들 이야기로 바뀌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발전되었어요.
‘뮤턴트 캔서로스 신드롬’(MCS)에 대한 설명만 보아도, 설정에 무척 공들이신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현실에 있는 병이라고 여겨질 만큼요.
판타지나 SF는 배경이 되게 중요해요. 그 배경 자체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경과 주인공이 대립할 수밖에 없고, 그 주인공이 가진 아픔이나 어려움이 부각되게 설정할수록 배경도 빛난다고 생각해요. 현실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읽는 독자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독자들을 설득하려면 MCS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인 시선이라든가, 이 병이 정말로 현실세계에 있다면 벌어질 법한 일들을 작품 속에 녹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이 병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 아이를 대할까. 치료센터들이 우리 집 앞마당에 들어온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그건 누구나 알 수 있잖아요, 왜냐하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니까요.
‘MCS’는 어떤 현상에다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죠. 그 현상을 사회에서 ‘장애’나 ‘질병’으로 다루기로 정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박쥐 사회에 들어간다면, 전 초음파를 못 쓰니까 장애가 있는 거예요. 전 어둠속에서 빛이 없으면 못 볼 테니까요. 사회에 따라서 어떤 특성이 장애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MCS도 그래요. 괴물로 변하는 특성이 사람들한테 특별히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그저 변하는 게 문제일 뿐이라면, 그걸 해로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해요. 『몬스터 차일드』에서는 MCS 아이의 학교 생활을 도와주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하는데, 만약 그 아이가 학교에 안 다니는 아이였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개방적이고, 활발하게 자기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 친구는 장애를 가졌다고 취급되지 않았겠죠.
하늬는 돌연변이인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고,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나를 믿어 줄 사람은 없어’라고 생각하던 아이예요.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개념이 있어요. ‘내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나의 상처가 또 다른 누군가를 치유하는 원천이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하늬와 연우도 마찬가지예요. 하늬에게 있는 상처, 연우에게 있는 상처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늬는 자기를 철저히 숨기고 자기 모습을 미워하지만, 한편 왜 내가 미움 받아야 하는 반감도 갖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연우를 피하고 싶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요. 한편 하늬는 ‘나는 몬스터 차일드가 되어도 누구도 해치지 않을 거야’ 하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이한 연우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늬와 연우 모두 각자 가진 상처로 다른 아이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퍼즐처럼요. 하늬와 연우가 성장하기 위해, 둘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것이 바로 작품 속 시간이고 배경이었던 것이죠. 저는 이 만남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 어린이들은 나와 다른 존재를 차별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믿어 주기도 하지요.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힘을 발휘해서 상처를 극복하고요. 선생님께 ‘어린이’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프로필에다 ‘어른 여행자’라고 써 놓거든요. 어린이 나라에 여행을 간 어른 여행자라는 뜻이에요. 제가 있는 ‘학교’라는 나라는 어린이들이 상당히 많은 곳이에요.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저는 소수인데,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은 힘을 행사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 속에 깊이 들어가기가 힘든 이방인인 셈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가 힘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 아이들에게 스며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생각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만 바라보면, ‘어린이는 어린이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겠어요. 어린이들은 자기들만이 가진 생각과 문화가 있어요. 그것을 한때의 치기 어린 생각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만약 우리가 우주의 외계인을 만나면 그들의 문화를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을 미개하다고 치부하지 않고 존중하겠죠. 어린이의 문화 역시 완전한 그들의 특성이에요. 어린이는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잘못할 때도 있고, 더 배워 나가야 할 것도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시선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 너희들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너희들 눈에는 보이는 구나, 하고 인정해 준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더 다양해질 것 같아요.
선생님께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들이 있을까요?
『나니아 연대기』를 쓴 C. S. 루이스나 J. R. R. 톨킨, 그리고 또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 같은 영국 판타지 작가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어요. 이영도 작가님의 『드래곤 라자』도 되게 많이 읽었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배경이었죠. 서양을 무대로, 용과 모험, 마법이 오고 가는 이야기들. 그런데 C. S. 루이스의 『기적』이라는 책에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톨킨도 영국 신화가 빈약한 게 안타까워서 신화를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하고 『반지의 제왕』을 썼다고 하고요. 저도 우리나라 신화가 어떤 건지 조금 더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단군 신화’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많은 신화들이 있구나, 왜 신화를 재해석한 동화가 빈약할까, 고민하면서 저도 그런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아직 신화를 결합한 동화를 쓰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아쉽지만 언젠가는 써 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저는 이야기를 쓰는 게 되게 재밌어요. 그게 글을 쓰는 가장 큰 동력이고요. 그런데 제 글을 쓰다 보니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는 것보다 제 작품을 읽을 때 훨씬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쓰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더라고요. 이 캐릭터의 감정을 막 쓰다 보면, 우리 반 어떤 친구가 이해가 될 때가 있어요. 어른의 모습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어른이 제 모습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그런 아주 좋은 경험들을 했어요. 그래서 욕심 부리기보다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는 의미에서 이야기는 계속 쓸 거 같아요. 언젠가는 우리 반 아이들하고도 글 쓰는 작업을 해 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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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 글/<김지인> 그림10,8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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