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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정글의 Loving In Stereo
정글(Jungle) <Loving In Stereo>
기분 좋은 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Loving In Stereo>가 내포한 경쾌한 에너지는 우울한 현재와 대비되며 평범했던 일상을 그립게 한다. (2021.09.29)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가 복고로 향하기 전인 2013년, 당시 20대의 영국 백인 청년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가 몰두한 프로젝트는 19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중심이었다. 1990년대 애시드 재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그들은 펑크(Funk)와 디스코를 기반으로 수십 년 전 그루브를 세련되게 재해석해 사운드의 신구 조화를 주무기로 삼았다. 영국 인디 차트에서 19위를 기록한 데뷔 싱글 'Busy earnin''이 수록된 첫 앨범으로 신선함을 확보한 이들은 듀오에서 7인조 밴드로 규모를 확장한 후 후속 음반 <For Ever>를 발표했다.
소포모어 작품은 조쉬와 톰이 겪은 이별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번득이는 디스코로 풀어내며 진화한 음악성을 드러낸 반면, 이번 <Loving In Stereo>는 전작에 자연스레 녹아 든 침울한 분위기를 뒤집는다. 바이올린 선율로 비장한 연출을 선보인 서곡 'Dry your tears'를 전진배치 하고 템포를 높인 디스코 풍의 곡 'Keep moving'으로 유기적 구성을 취해 낙관적 복귀를 선언했다. 소울풀한 리듬을 중심으로 사이키델릭한 요소를 절묘하게 가미한 'All of the time'과 이들의 여유로운 기운을 이식한 'Lifting you'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를 조성한다.
뉴웨이브 사운드를 연상시켜 기타에 주목한 트랙 'Truth'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Romeo'에서는 래퍼 바스를, 알앤비 싱어 프리야 라구의 목소리를 빌린 'Goodbye my love'는 그들이 처음 시도한 협연으로 확장된 음악 스펙트럼이 엿보인다. 각각 올드스쿨 힙합과 부드러운 톤의 보컬을 결합함에서도 균질한 결과물을 추출해 담백한 프로듀싱 감각도 입증한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음악 스타일을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이들이 구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글은 신구세대를 병합했다. 레트로 열풍에 접어든 시대의 풍조가 소구점으로 작용했고 정교한 샘플링을 통해 구성한 리드미컬한 웨이브는 젊은 세대에게도 짙은 호소력을 발휘한다. 'Can't stop the stars' 속 오케스트라 연주가 풍성했던 앨범의 문을 닫기까지 정글이 발산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끝내 세월의 간극을 메웠다.
기분 좋은 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Loving In Stereo>가 내포한 경쾌한 에너지는 우울한 현재와 대비되며 평범했던 일상을 그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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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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