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12)
<월간 채널예스> 2021년 8월호
이 제목 말고는 다른 문장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도 강력했다. 편집자의 제안에 저자도 바로 오케이한 그런 제목이다. (2021.07.30)
지비원 지음 / 메멘토
제목으로 패기를 부리다 망한 경우가 있다. 원고에서 헤어나지 못했거나 자신감이 과했거나. 아무튼 객관화를 못 했기 때문이다. ‘왜 읽을 수 없는가’는 초고에 달린 가제였다. 책을 못 읽는 독자, 못 읽게 쓰는 저자, 어느 쪽을 겨냥할까? 호기심이 인다. 주위 사람들의 의견도 그러했다. 궁금하다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몇 번의 자기검열을 거치고 출간 직전에야 ‘인문학자들의 문장을 돌아보다’라는 부제를 붙였다. 출간 후 ‘독자들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를 기대했는데, 이번엔 금기 아닌 금기를 건드린 느낌이 드는 건 왜(때문)일까? 박숙희(메멘토)
정은령 지음 / 마음산책
이런 인사말을 들으면 울컥, 할 것 같다. 당신은 내 안부가 우선이구나 하는 마음에서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Si Vales bene, Valeo! 옛 로마 사람들은 편지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 정은령의 글들은 이렇게 조심스레 안부를 묻듯 시작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만 ‘나’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와 ‘사회’로 뻗어나간다. 개인의 이야기가 보편이 되는 울림, 타인의 안녕이 나의 안녕과 직결된다는 간절한 메시지. 이 제목 말고는 다른 문장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도 강력했다. 편집자의 제안에 저자도 바로 오케이한 그런 제목이다. 성혜현(마음산책)
배윤슬 지음 / 궁리
1년 전쯤 새내기 도배사 ‘도배짱(dobae_zzang)’의 인스타그램을 만났다. 작업복을 입고 셀카를 찍으며 도배 일의 희로애락을 짧지만 차분하게 그려내는 품새가 강단 있어 보여 곧 연락해 글을 써보자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도배짱을 ‘청년 도배사’라고 자연스레 부르게 되었다. 매달 원고 적금을 타듯 그에게서 4-5편의 원고를 받았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캄캄한 밤에야 집에 도착하고, 작업중에는 연락이 어려운 그가 과연 원고를 언제 썼을까! 지금도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매일 새로운 벽 앞에서 청년 도배사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과 마주했을까! 김현숙(궁리)
문지애 지음 / 한빛라이프
마지막으로 원고를 다듬을 때 엄마들과 함께한 그림책 수업 이야기에서는 한참을 머물며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주말 저녁, 엄마들이 서촌의 그림책학교에 모였다. 자신을 위한 그 짧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내내 동동거리며 많은 일을 해낸 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고, 엄마라는 공통점 하나로 서로를 쉽게 공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적절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는 문장은 그대로 제목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지쳐있는 우리에겐 말 없는 끄덕임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권형숙(한빛라이프)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정량적인 것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때론 숫자 밖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단단한 목소리가 대접받는 세상이지만 때론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진다. 거기에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책을 읽은 혹은 읽게 될 이라면 쉽사리 눈치채겠지만 ‘매우 탁월한 취향’은 결코 세련되고 힙한 트렌드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충돌하고 화해하며, 이편이 아닌 저편에서 선택하고 살아내고 후회하는 모든 삶에 관한 충실한 위로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이 제목을 붙일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정홍재(책과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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