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애 아나운서 “그림책을 각별하게 사랑하게 된 이유”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제가 여러 가지 그림책을 통해 결국 얻은 것은 아이에게는 우리의 행복을 지켜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행복도 잘 지켜나갈 수 있을 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해왔던 것 같아요. (2021.07.13)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적었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리랜서 방송인이 되었고, 엄마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어느새 ‘문지애’는 사라지고 한 아이의 ‘엄마’만이 자리한 것 같은 날들 속에서 크게 앓았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렇기에 살아볼 만한 것이 되기도 하는 걸까. 그는 예상치 못한 길목에서 그림책을 만나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가끔은 그림책이 제 영혼의 동반자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힘든 시기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들이 있었으니까요. (중략) 그림책이 저를 아주 용감하게 만들어준 게 분명합니다.” (5~6쪽)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 후 그는 유튜브 채널 <애TV>를 시작으로 ‘그림책학교’의 원장이 되었고, 이제는 그림책 키트 배송 서비스(애TV 앳 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다른 부모들과 교감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 성장시킨 시간들이었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에 담겼다.
프롤로그에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라고 쓰셨어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신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제일 중요한 계기가 됐던 건 (‘그림책학교’에서 가졌던) 엄마들과의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엄마들이 어렵게 꺼냈던 자기의 이야기들,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비슷한 고민, 그림책을 읽으면서 다 같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풍경들, 그런 모습들이 되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거든요. ‘이걸 그냥 날려버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장, 한 장씩 써내려가기 시작한 게 책의 형태로 만들어졌던 것 같고요. 만약에 제가 그림책학교를 열지 않았다면 이 책이 나오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책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만나왔던 수백 명의 사람들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제 생각들이 조금 정리가 되면서, 책 한 권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애TV 그림책학교’에서 ‘엄마책학교’도 운영하시죠. 엄마들이 가장 좋아했던 그림책은 『엄마 셋 도시락 셋』이었다고요.
“날마다 많은 일을 하지만 때때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엄마들한테 제일 크게 공감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대목에서 엄마들이 다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거든요. 엄마들은 다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워킹맘과 육아맘의 차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을 꾸려나가는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뭔가를 하고 있는데 뭐 하나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불안하고 두렵고, 스스로 조금 죄책감도 느끼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 셋 도시락 셋』의 그 구절을 읽을 때, 엄마들이 ‘나도 그런데 당신들도 그렇구나, 이 작가도 그렇구나,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하는 느낌을 저는 받았던 것 같아요.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엄마가 된다는 게, 많이 힘드셨나요?
좀 힘들었어요. 그 정도로 힘들고 고민이 깊을 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아무도 안 해줬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제 이야기가 아니어서 주의 깊게 듣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 갖게 되는 심리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한계가 너무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엄마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냥 나로서 살고 싶은 욕심은 계속 남아 있는 거죠. 어쩌면 그 내적 갈등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루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그림책학교 같은 공간을 시작해보면서 결국 이렇게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돼요.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실 때 『민들레는 민들레』를 만나신 거예요?
그렇죠. 그림책으로 뭔가를 해본다는 계획도 없을 때였고, 그림책이라는 건 그냥 그림책 육아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였어요. 아마 아기를 낳고 몇 달 안 지나서였을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꼼짝을 못 하니까, 동네 서점에 가서 아기한테 읽어줄 그림책 훑어보고 사서 돌아오는 게 바람 쐬고 머리 시키는 유일한 해방구였어요. 밤에도 아기 우는 소리에 스프링처럼 일어나서 아기 방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잠이 깨요. 숙면을 못 취하죠. 그때 『민들레는 민들레』를 보니까 전혀 다르게 읽혔던 거죠. 온전히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이번 책에서도 첫 번째로 『민들레는 민들레』를 소개했는데, 그만큼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고 특별한 책인 것 같아요.
책에서 ‘우리 아이 독서 습관 기르는 방법’도 조언해주셨는데요. 아들 범민 군의 독서 습관은 어떻게 키우셨는지 궁금해요.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나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책 읽는 시간이 정해져있기는 해요. 저는 그 시간이 꼭 저녁이어야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치원이 끝난 뒤에든 엄마의 일이 끝난 시간이든, 그건 전혀 관계없는 것 같고요. 하루에 15~20분 정도 읽고 싶은 책 두 세 권 정도는 반드시 읽는 시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아이가 조금 침착하게 잠들기 위해서 책 한 권을 같이 읽어주면서 잠들고요. 책만 읽고 끝나는 것에서 흥미를 못 느끼면, 읽은 후에 할 수 있는 스케치라든지 쓰기라든지 그림 그리기 같은 걸 해보면서 끝내요. 그 정도는 비교적 매일매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죠. (웃음) 어른들은 한 장씩 넘겨서 스토리를 다 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자기가 꽂혀 있던 그림을 먼저 본다든지, 사실 애들한테는 순서라는 게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잘 읽어야 ‘다 읽었다, 책 육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만나고 또 제 나름대로 공부도 해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고요. 하루에 15분 정도 아이가 책이랑 가까워지고, 아이가 직접 책의 물성을 만져보고, 그림 하나와 책 제목 정도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히려 책 육아를 하면서 ‘책을 몇 권 읽어야 돼’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어요.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는 딴 곳에 가 있거나 안 듣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계속 엄마가 책을 잡고 있으면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어찌됐건 다시 돌아와서 ‘우리 오늘은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은 무엇이다’ 하고 끝내면 그날의 책 육아는 마무리되는 거죠.
읽기 습관을 길러주려면 ‘읽는 시간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어른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어른들도 자신의 읽기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베스트셀러나 필독서라고 해도 안 읽고 싶고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아이의 첫 책으로 어떤 책을 골라서 보여주느냐’, ‘어떤 책을 함께 읽느냐’인 것 같아요. 그 결과 아이는 책을 ‘재미없는 것, 어려운 것’ 또는 ‘재미있는 것, 쉬운 것’으로 구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엄마들이 아이의 책을 선택하는 과정을 가장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에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번 책에) 간략하게 적어놓은 내용들이 있어요.
아이와 같이 책을 읽으실 때, 주로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이끌어내시나요?
요즘의 컨디션을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자존심이 강하고 승부욕도 강한 편이에요. 제가 볼 때는 분명히 강한 아이가 아니거든요. 집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만 밖에 나가면 어떤 공격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워서 말을 잘 못하거나 얼어버리는 아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걸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얘기는 다 하면서 불편했던 감정에 대해서는 저한테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나 그런 부분들을 계속 감추거나 아이한테 스트레스가 될까 봐 책을 읽으면서 요즘 가장 속상했던 일이나 너의 마음은 어땠는지, 이런 마음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엄마들이 그림책 육아를 하는 목표는 두뇌 발달 같은 거라기보다는 정서적인 안정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그 부분을 가장 놓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화가 나서 그랬어!』가 오랫동안 범민 군의 책장에 꽂혀 있으면 좋겠다고 하신 거죠?
네, 그렇죠. 아이의 컨디션을 묻는 게 일상적인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크고 나면 꼭 그림책을 통해서 묻지는 않겠지만 ‘요즘 기분이 어떤지, 힘든 건 없는지’를 묻고 답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림책 육아도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떤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건, 공통적으로 하나로 모아졌었던 것 같아요. 책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과 행복인데, 그 행복이 자기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인 거죠. 그래서, 이게 굉장히 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엄마로서 부모로서 행복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때 아이의 꿈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이의 행복도 함께 보장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여러 가지 그림책을 통해 결국 얻은 것은 아이에게는 우리의 행복을 지켜줘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행복도 잘 지켜나갈 수 있을 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해왔던 것 같아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소개하시면서, 남편 전종환 아나운서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굉장히 뭉클하던 데요.
남편도 저와 범민이 때문에 그림책을 제법 보게 되는 편인 것 같아요. 가끔 서점에 가면 좋은 그림책을 잘 골라오기도 하고, 쌓여있는 아이의 책 중에서 ‘나는 이 책이 좋더라’ 하고 보여줄 때도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였던 것 같아요.
네, 남편도 굉장히 좋아했던 책이에요.
『네가 일등이야!』를 소개하시면서 이렇게 쓰셨어요. “아이가 승부에서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왜 졌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멋있게 졌어?”라고 묻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남편 전종환 아나운서의 에세이의 제목도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인데요. 두 분이 ‘잘 지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이십대 때부터 쭉 만나왔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만나오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니까, 참 잘 살아왔던 사람이었는데 ‘어떤 자리에 갔느냐’ 내지는 ‘이겼느냐, 졌느냐’, ‘실패했느냐, 성공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시점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것을 이루었느냐보다는 이루지 못했을 때 망가지거나 멋있지 않게 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저희가 공통적으로 봐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가장 멋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장 잘 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 왔던 것 같고요.
작가님은 ‘멋있게 질 줄 아는’ 사람인가요?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늘 이기고 싶어 하고 욕심도 많고 그리고 ‘잘 졌다’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패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책 제목(『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대로 살아왔던 사람이거든요. 그런 남편 옆에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졌을 때도 멋있게 지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고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저보다는 아빠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에도 그렇게 쓰지 않았나 싶어요.
만약 범민 군이 ‘엄마, 멋있게 지는 게 어떻게 지는 건데?’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 같으세요?
음... 자기를 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 ‘내가 졌기 때문에 못난 게 아니고 실패한 게 아니고, 그래도 나는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쿵쿵이와 나』에 대해 쓰신 글이 있는데, 퇴사 당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때는 작가님 안의 ‘쿵쿵이’가 많이 컸었나요?
쿵쿵이가 가장 컸던 시기를 꼽으라면 입사 초기, 그리고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의 초기일 것 같아요. 입사 초기 저의 쿵쿵이는 어떤 두려움으로 느껴졌다기보다는 어떤 걱정이 더 많았었다고 한다면,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의 쿵쿵이는 전혀 달랐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제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그때의 5~6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일단 저는 굉장히 조직에 맞는 사람이거든요. 조직 안에서 루틴하게 제 일들을 하고 늘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는 그 삶이 저한테는 훨씬 편안하고 본성이 더 맞는 자리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정말 낭떠러지에 저 혼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를 해나가고 싶고, 해나가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쿵쿵이는 진짜 거대했었죠. 그리고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커졌어요. 그런데 조금씩 경험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줄어들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제 몸에 적당한 사이즈의 쿵쿵이하고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쿵쿵이와 나』가 처음 나왔을 때 ‘이건 너무 내 얘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이 책은 어른들한테 꼭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통해서도 한번 소개를 했었고요. 이번 책을 쓸 때도 빼놓을 수 없었죠.
책을 읽어 보면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나의 역할, 나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답은 찾으셨나요?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길이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사람들에게 ‘요즘 어디 나오시잖아요, 잘 보고 있어요’ 하는 익숙했던 인사들을 듣는 것, 그게 프리랜서 방송인이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아예 새로운 일들을 해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일이 아닐지라도, 저의 삶을 부지런히 이어지고 있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럴 때 ‘답이 하나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미디어 환경들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잘 가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를 벗어나서 저의 콘텐츠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자리에 서보는 일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돼요.
‘좋은 그림책’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좋은 그림책은 여백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글이 다 전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그림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제가 이번 책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과 다른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은 다를 수 있거든요. 우리 아이에게 가장 좋은 그림책은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 우리 아이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달 ‘애TV 앳 홈(그림책 키트 배송 서비스)’에서 선정한 책이 『가만히 기울이면』이죠? 말씀처럼 여백이 많은 그림책이에요. 이런 책은 아이에게 그림을 잘 설명해줘야 하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하세요?
주로 질문을 하죠. 분명히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그림이지만 아이한테 그걸 이야기해 줄 필요도 없고 아이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잖아요. 저는 엄마가 느낀 것과 아이가 느낀 것을 그냥 나누라고 말씀드리는 것 같아요. 특히 글 없는 그림책은 엄마들이 소개해주기 힘들어 하거든요. 그럴 때는 그림책에 스토리를 붙여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라고 해요. 한 장씩 넘기면서 등장인물을 정해 두고 스토리를 붙이면서 그림책 읽기를 하라고 말씀드리거든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어떻게 느껴지는지, 이 인물이 뭘 하고 있는 것 같은지, 다음 장에는 어떻게 변한 것 같은지, 그래서 이 책이 너한테 어떤 감정을 줬는지, 이런 걸 물어가면서 답을 찾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정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림책의 그림들을 보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어려운 게 없을 것 같아요. 서로 질문하고 느낌을 나누면서 그림책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에 꼭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을 꼽는다면요?
아마 『아름다운 실수』라는 책일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이 책과 함께 했던 수업이 그림책학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수업의 하나로 꼽고 있고요. 어른과 아이들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저는 큰 고민 없이 『아름다운 실수』를 고를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는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화해서 당황스러운 분들, 예를 들면 퇴사라든지 출산이라든지 아니면 결혼이라든지, 생각했던 것보다 내 주변 환경이 훨씬 더 갑작스럽게 변화해서 당황하고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특히나 여성들에게 이 책이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지애 200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뉴스데스크], [피디수첩], 라디오 [푸른 밤 문지애입니다] 등을 진행했다. 2012년 프리랜서 방송인이 되었다. 2017년 범민의 엄마가 됐고 그림책과 인연이 닿았다. 인왕산과 경복궁이 보이는 서촌에서 애TV그림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 애TV 인스타그램 : iam_ji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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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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