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상예보관이 전하는 날씨 비하인드!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비 온 뒤 저자 인터뷰
읽는 분들이 날씨와 관련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읽어주셨으면 했습니다. 누구나 여름날 소나기와 관련된 추억, 따스한 봄날의 보드라운 기억 하나쯤은 마음에 가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1.07.09)
올해 장마는 얼마나 계속될까? 황사가 오는 이유는? 수능 날은 왜 유독 추울까? 구름을 세는 단위는 무엇일까? 인간의 삶에 날씨만큼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자연 활동도, 예측하기 어려운 정보도 없다.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현상, 날씨. 우리는 언제쯤 날씨와 기상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까?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기상예보관이자 날씨 상담사인 저자는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상 이야기를 전해준다. 길을 걷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낯설 때, 붉거나 푸르게 물든 찬란한 구름들의 이름이 궁금할 때, ‘그 현상 뭐더라'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저자는 실생활을 예로 들며 찬찬히 알려준다. 왜 기상 예보는 항상 틀리는(것 같은)지, 망고와 레몬의 생장과 무지개의 비밀, 새들이 낮게 나는 이유와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십여 년 전 예보관이 되었을 때 에피소드까지.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날씨 이야기를 통해 이상기후 시대 우리의 삶을 한 뼘 더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예보관으로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일하고 계십니다. 국내외 실시간 날씨와 각종 기상 현상을 최전선에서 살펴보고 계신데요, 최근 기억에 남는 날씨 에피소드가 무엇인가요?
최근의 기준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인 6월 21일 퇴근을 하다가 엄청나게 거대한 적란운 덩어리를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은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인근에서는 다 보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인터넷에도 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소나기 예보가 있었던 날이라 저 구름이 서울로 들어오면 퇴근길 기상이 엄청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름으로 발달만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거대한 구름이다보니 이후 소나기로 경기 동부 쪽에 비가 내렸습니다. 맑은 하늘에 생긴 거대한 구름이 신기해서 위성영상 사진도 첨부해 드리려고 합니다. 경기 동부 쪽에 그림자가 생길 정도로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볼 수 있습니다. 날씨 에피소드라서 스펙터클한 무언가를 기대하셨다면, 조금 아쉬우실 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남기는 기록, 평생 간다. 100년 뒤에 흑역사로 남고 싶지 않다면 틀리지 않게 잘 해.”(12쪽) 지금은 사라진 관측 기록 양식인 ‘관측 야장’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손으로 직접 기록해야 하는 관측 기록 업무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관측 업무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손으로 직접 기록하는 업무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라, 저도 가물가물하지만 노하우라면 역시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깔끔하게 글씨를 적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연필로 한번 적고, 다음날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전날의 기록을 깔끔하게 볼펜으로 다시 적고는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공무원들은 보통 자필 서명을 한글로 하는데, 이 시기에 그 자필서명 연습을 잔뜩 할 수 있었답니다.
관측 업무의 관건은 본문에도 밝혔지만 바로 시간입니다. 전 세계의 관측자들이 동시에 같은 시간에 관측하고 그 기록을 남겨서 지구의 상태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관측 업무를 할 때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빠른 판단으로 현재 상태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관측할 시간이 5분 남짓 주어지는데 비가 오면서 구름이 끼고 무지개가 관측되는데다 가시거리도 나쁘면 생각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보통 10분 전부터 정시 관측이 어떻게 되겠다, 생각을 하면서 정시에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생각한 대로 관측하곤 합니다. 비가 오는 시간은 실시간으로 기록을 해야 하니 컴퓨터에 입력하는 시간 외에도 늘 바깥을 살피고 있어야합니다.
구름을 세는 단위,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온도,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등 기상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등장해요. 예보관으로서, 콘텐츠를 창작하는 작가로서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줬으면 하는 기상 이슈는 무엇인가요?
예보관으로서 독자 분들이 가장 읽어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역시 예보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냇물에는 미꾸라지가, 지구에는 태풍이>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곧 여름이고, 태풍이 오는 시기가 머지않았습니다. 태풍이 오면 기상청도, 지자체도 비상상황에 대비해서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에 한 번씩 읽어주신다면 태풍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도 흙도 공기도 모두 정체하고 있으면 어딘가 고장 나게 된다. 사람은 변화하지 않으면 주변과 어울릴 수 없고 흙은 썩어버린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곳으로 에너지가 몰리면 더운 곳은 더워지고 추운 곳은 추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 144p
제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보통 날씨가 나쁘면 그저 그 현상에 대해서 불평하고 귀찮아하는 일이 많습니다. 도시에 살면 더더욱 그렇죠. 저만 해도 365일 중에 300일이 맑은 날씨라는 미국의 도시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날씨의 변화들이 지구가 스스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수증기라는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 나쁜 날씨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작가로서는 모든 에피소드가 다 소중하지만 제 고향에 대해서 쓴 <부산의 골목길에 눈이 내리면>이라는 에피소드를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몇 년을 수도권에 살면서 눈이라면 지긋지긋 할 법도 한데, 저는 아직까지도 눈이 오면 참 행복하거든요. 일할 때를 제외하면요. 부산에 눈이 안 오니 좋다고 하기 보다는, 읽는 분들이 날씨와 관련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읽어주셨으면 했습니다. 누구나 여름날 소나기와 관련된 추억, 따스한 봄날의 보드라운 기억 하나쯤은 마음에 가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담이지만, 공무원으로서는 <날씨를 위해 바다로 간다>라는 에피소드가 쓰면서 참 많이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여러 방송매체에 공무원 분들이 많이 나오고, 저처럼 작가가 되신 분들도, 유튜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났어요. 여러 가지 이슈가 많기도 하지만 묵묵하게 힘든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을 조금만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있습니다.
예보관이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나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의 마지막 조각은 행운이었다고”(217쪽)여기는 마음처럼 초연한 자세가 곳곳에 보여요.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언이란 것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큰 시련 없이 살았고, 비교적 빨리 직장을 갖게 된 편이거든요. 합격해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기상청뿐만 아니라 국가직 공무원들 중에는 ‘공무원’이라는 이름만 보고 들어왔다가 잦은 인사발령, 외진 곳에 위치한 회사,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 등으로 실망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 또한 좋은 분들도, 힘든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았고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예보관의 근무 형태(12시간, 4조 주야간 맞교대 근무) 때문에 몸도 많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기상학이라는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먹고 살만하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행운이 온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망설임이 생길 때 ‘그냥 한번 해보는 거지’라고 겁 없이 도전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대신 도전할 때는 절실하게, 열렬하게 해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더라고요. 그 도전이 짧든 길든 말이죠.
‘물포자’지만 기상직 공무원으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통계, 물리, 지구과학 등 ‘저런 것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통해 협업하는 게 예보관의 업무 같아요. 작가님께서 특히 도움을 받는 타 분야가 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본문의 <기상학은 통계천국>이라는 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통계학은 정말 기상청에 없어서는 안 될 분야입니다. 쓰이지 않는 곳이 없네요. 숫자와 기록을 다루는 학문이기도 하고 공무원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기록을 다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기상 자료가 통계내기 참 좋은 자료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자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의외로 도움을 받고 있는 분야는 디자인 분야입니다. 홍보 담당이 아니어도 기상청은 자신의 예보에 대해 분석, 설명, 연구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자료들을 흰 배경에 삭막하게 전달하면 내부 직원들은 그러려니 하지만, 외부로 나가게 되면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일단 지루하게 보이니까요. 그래서 디자인이나 색채 감각을 좀 활용해서 지루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부처에 여쭤보니 기상청 분들이 발표력과 발표자료 구성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신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높아지는 요즘입니다. 환경과 직결되는 날씨 이슈와 관련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점이나 당부의 말을 전해주세요.
기후위기, 기후변화라는 이야기가 일상화 되고 있습니다. 예보를 하는 저조차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패턴의 계절에 늘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언론과 세상에서 이야기 하는 ‘몇 백 년만의 날씨’라는 단어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물은 어떻게든 또 그 날씨에 적응을 해서 살아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러한 변화가 어디서부터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면, 막연하게 느껴졌던 ‘환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나 ‘일회용품 줄이기’같은 운동들도 우리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특히 최근 코비드-19 상황 아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들)를 생각해 보면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기후를 인간이 살기에 최적인 상태로 바꾸기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도움은 주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본문에도 나오지만, 제주도에서 레몬이 자란다거나 30년 전 가정집의 모습과 현재의 차이점 등 변화하는 생활을 다룬 본문을 읽어주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개인이 기후변화에 대해 갖는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의 날씨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 방향이 어디일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올 여름도 심상찮을 것 같아요.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를 읽을 독자를 위해 기상학자로서, 예보관으로서 날씨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선 언제든 쉬운 날씨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봄엔 봄대로, 여름엔 여름대로 힘든 날씨가 계속되고 있기도 합니다. 날씨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날씨를 즐기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계절이 일상인 우리나라에선 계절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름 소나기는 좁은 지역에서 강하게 내리기 때문에 예보를 아무리 잘 낸다고 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산이나 얇은 가디건을 들고 다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구요.
예보관 업무를 하다보면 ‘각별히 유의하라거나 ’안전관리에 유의‘하라는 문구를 자주 쓰게 됩니다.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이런저런 걱정을 덧붙이죠. 그런 만큼 예보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앞날을 더 잘 대비하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비 온 뒤 세상에 눈을 뜬지 서른세 해. 험난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꽉 찬 9년. 글을 쓰고 책이 나올 수 있게 될 줄 몰랐던 오래된 생활 기록자.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이 좋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 손해 보는 인생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 대한민국의 평범한 공무원인데, 기상청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어쩐지 기억에 남겨져 버릴까 걱정하는 겁쟁이. 지은 책으로 『산책하기 좋은 날씨입니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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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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