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작곡가와 뮤지션을 오가며 연마한 공예품, 줄리아 마이클스의 2집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Not In Chronological Order>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첫 번째 정규작인 이 앨범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독무대로 만들며 응축된 내공을 여실 없이 증명한다. (2021.06.16)


화려한 등장이었다. 4년 전 'Issues'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이래 현재 팝 시장에서 줄리아 마이클스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저스틴 비버의 'Sorry'와 에드 시런의 'Dive' 등을 작곡하며 존재를 알렸고 여러 싱글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입지를 넓혀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기억으로도 익숙한 그에게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송 오브 더 이어'(Song of the year) 후보에 오른 'If the world was ending'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캐나다 아티스트 JP색스와의 듀엣곡으로 작년 한 해 찬사를 받으며 완연해진 팝스타적 면모는 작곡가와 솔로 뮤지션 양쪽 진영을 오가며 연마한 공예품이자 <Not In Chronological Order>의 예고편이 된다.

이번 앨범은 담백한 악기 활용이 인상적이다. 묵직한 베이스 드롭이 주도하는 'Wrapped aruond'를 포함해 나른하게 깔린 인트로 기타 사운드가 어둡게 맥동하는 리듬으로 변조한 'All your exes'는 점진적인 전개가 매력적인 팝 펑크(Punk) 곡으로 히트메이커의 자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Pessimist'와 일렉트로닉 요소가 자리한 'Lie like this'처럼 주류의 팝 사운드를 차용해 느껴지는 관습적 문법은 독보적인 음색 아래 정체성을 부여한다. 전통적인 어쿠스틱 발라드 'That's the kind of woman'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진부함을 벗어낸다.

반대로 고유한 문체를 지닌 점도 묻어난다. 영국의 음악 전문지 <NME>와의 인터뷰에서 비관적인 과거를 깨닫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하는 건강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던 그는 전체 작사를 도맡으며 개인적인 사연들을 주저 없이 써 내려 간다. 앞서 언급한 'All your exes'는 자칫 차분한 듯 보이나 상대방의 모든 전 여자친구들이 죽은 세상에 살고 싶다며 신랄함을 드러내고 이별 후의 무기력감은 'Love is weird'에서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와 대조적으로 'Little did I know'에는 염세적 태도를 고수한 지난날의 자신을 일깨운 사랑의 기록이 담기며 깊은 감상을 자아낸다.

앞서 발매한 3장의 EP는 줄리아 마이클스가 보컬리스트로서의 내구력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본래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매료되는 표현력까지 겸비한 첫 번째 정규작인 이 앨범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독무대로 만들며 응축된 내공을 여실 없이 증명한다. <Not In Chronological Order>라는 제목처럼 연대순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번 음반은 줄리아 마이클스가 전진해가는 순서의 한 과정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