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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칼럼] 출판 계약을 해지하며
<월간 채널예스> 2021년 6월호
거대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기본을 제대로 지켜 달라는 거다. 입금, 교정, 예의 같은 것들을. (2021.06.01)
A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도서는 당분간 절판 상태로 둘 생각이다. A 출판사는 계약금과 인세 지급을 누락했고, 오디오북을 무단 발행했고,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A 출판사 블로그에 잘못들을 정리한 사과문이 올라와 있다. 오디오북 무단 발행 피해자는 나 한 사람이 아니며,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그 출판사와 계약한 저자 전원이 똑같이 겪었다. 한 번도 아니었다.
A 사는 대형 출판사는 아니지만, 아주 이름 없는 곳도 아니다. 다양한 기획을 벌이고 빠른 속도로 책을 펴내며 독자와 업계 관계자의 눈길을 모았고, 적극적인 SNS 홍보로 열성 팬들을 확보했다. 언론사, 서점, 웹소설 플랫폼과 협업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출판계는 전부 썩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A 출판사가 커다란 상자 제일 밑바닥에 딱 한 알 있던 썩은 사과였던 건 아니다.
프리랜서 저자로 활동하다 보면 이러저러하게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들을 겪는다. 나는 그런 때 공론화하기보다는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다. 칼럼을 쓰고 사회 비판을 할 때에도 가능하면 한 개인이나 한 기업을 겨냥해 분풀이하지 않고 그런 잘못을 낳는 시스템을 보려 한다. 어쨌든 노력은 그렇게 한다.
사실 내가 겪은 출판계 부조리의 절대 다수의 경우는 그냥 업계 환경이 영세해서 빚어지는 일이었다. 딴에는 상대편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려 애썼고, 당사자에게 문제를 알려서 밀린 고료든 인세든 판권 수입이든 받으면 그걸로 넘어가곤 했다. 그런 누락들이 계획된 일이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그런데 A 출판사는 실수가 너무 잦았다. 사과문에서 밝히지 않은 다른 실수들도 많았다. 그런 실수를 지적했을 때 반응도 지나치게 태연했다. ‘몰라서 그랬는데 이달 말에 드릴게요’ 하는 식이었다. 외부에는 성공한 출판 기획자로 알려진 편집장이 그런 태도를 보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2년 가까이 비슷한 잘못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서서히 인내심을 잃어갔다. 나중에는 A 출판사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으르고 얼러 겨우 받아 낸 판매 내역이 아무 양식도 없이 ‘몇 부 팔려서 얼마 입금했다’고 적은 한 줄짜리일 때 특히. 계약금이 왜 안 들어 오냐는 메일에 답장을 끝내 못 받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만하면 오래 참았고, 기회도 여러 번 줬다고 생각한다.
피해보상은 요구하지 않았고, 소송도 제기하지 않으려 한다. 사과문을 받아낸 걸로 이 회사와는 마무리 짓고 싶다. 서점과 100종 출간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고 해서 사과문 게시 시기도 늦춰 주었다. 언론 인터뷰 요청도 다 사양했다. 하지만 내 배려랄지 아량이랄지는 거기까지였다. 앞으로 좋은 책 많이 만드시라는 덕담은 건네지 못했다.
출판 계약 해지는 이번이 두 번째다. 1인 출판사인 B 출판사와도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B 출판사도 A 출판사처럼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였다. 내가 책을 출간하기 직전 B 출판사 대표는 계약 상태에 있는 저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자신이 인터넷으로 저격을 당할 예정이라며 내용을 들려줬고, 혹시 신경 쓰인다면 출간 계약을 해지하라고 했다.
계약을 해지한 작가도 있었고, 나처럼 그냥 책을 낸 사람도 있었다. 저격 내용에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B 출판사의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중에는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하지 못했다. 장르소설 팬덤과 SNS에 기댄 곳이라 더욱 그랬다. 결국 출판권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고, 얼마 뒤 B 출판사는 폐업했다. 그래도 나는 B 출판사 대표에게 한 마디도 항의하거나 원망을 토로하지 않았다(속으로만 원망했다).
출판사가 논란에 휩싸이면 작가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그렇게 알았기에 이번에 많이 망설였다. 특히 올해 A 출판사에서 책을 낼 예정인 작가들에 대해 들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덮어둘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이번에 참았다 해도 A 출판사가 늦건 이르건 다른 실수를 했을 테고, 결국 나는 언젠가 똑같이 행동하게 되었으리라 본다.
실제로 A 출판사 사태가 터진 뒤 다른 작가들로부터 나서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여럿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속 시원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동안 출판사의 불투명한 판매 보고나 입금 누락에 관련해서 글을 몇 번 썼는데, 그때마다 출판계의 반응이 떨떠름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요즘 그런 출판사가 어디 있냐”라든가, “어쩌다 한번 벌어졌을 일을 왜 그렇게 과장하느냐”라든가.
이번 사태를 놓고서도 작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적지 않은 중견 출판인들이 A 출판사에 온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전해 듣고 놀랐다. 멍석이 깔린 김에 작가 입장에서 출판계에 대해 쓴 소리를 좀 길게 늘어놓으려 한다. 대다수 출판사가 악당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불성실한 회사들도 분명히 있다. 다음 회에서는 정부의 지원 사업에 대해 써보겠다.
편집자들과 작가들이 만나면 대체로 분위기가 훈훈하다. 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가라앉는 배에 함께 올라 타 있다는 일종의 동지감 같은 것도 있다. 특히 국내문학 편집자 중에는 작가의 꿈을 꾸는 이들이 꽤 된다. 그래서 많은 편집자나 편집자 출신 출판인들은 작가들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줄 안다. 작가들이 자기들끼리 있을 때 출판사에 대한 불신을 얼마나 토로하는지 모른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문학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판매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람이 전체 응답 문인 중 52.9%였다. 그리고 판매 보고를 받지 못해도 그냥 가만히 있는다는 사람이 64.1%였다. 이유는 다양했다. 출판사에 밉보일까봐, 다음에 책을 못 내게 될까봐, 눈치 보이고 쑥스러워서, 불편해지기 싫어서,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서, 대범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까봐.
뒷골목에서 무명 작가들한테만 일어나는 일일 거라고? 책을 낸 경험이 있는 대학 교수들과 방송인이 모인 자리에 나간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베스트셀러 저자들이었다. 그런데 그 저자들조차 ‘왜 판매 내역을 제대로 알 수 없냐’며 불만스러워 했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은 나중에 내게 자신은 거래하던 출판사에게 크게 속아서 자기 출판사를 차렸다고 얘기해줬다.
당장 A 출판사에서 인세를 한 달 가까이 못 받은 작가가 수십 명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SF 작가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이고, 전?현직 운영진도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회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여럿이다. 그런데 A 사에 왜 인세 안 주냐고 따진 사람은 그 중에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나 이전에는 없었다. 자기 일이 되면, 돈 얘기가 되면, 참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신인 작가는 더 그렇다.
가끔 출판인 가운데에는 인세 정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종수가 많고 판매처에서 보고해오는 시기와 양식이 제각각이고 어쩌고. 작가들은 그 앞에서는 “그렇군요” 하고 이해해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그 사람 얼굴에 X자를 그린다. 단골로 다니는 식당 주인이 “주방 위생 관리가 참 어렵다, 바퀴벌레는 원래 박멸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치자. 그 식당에 다시 가고 싶은가?
출판 유통의 복잡함 운운하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자칭 전문가들이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일 잘 몰라요’ 하는 뉘앙스로 그런 얘기를 한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바깥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출판 유통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외부인이 보기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농수산물 유통구조에 비하면 오히려 단순한 편이다. 책만큼 운반, 보관, 집계가 쉬운 상품도 드물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출판사들의 영세성을 강조한다. 듣다 보면 나도 가슴 저리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서 되물어보자. 작은 식당은 직원 월급 체불해도 되는가? 작은 공장에서는 사람 다쳐도 되나? 크기와 관계없이 지켜야 할 최소한이 있다. 우리는 그걸 기본이라고 부른다. 그들도 모르는 실시간 판매량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게 아니다. 계약서에서 약속한 대로 판매 내역(순출고 내역)을 보고하고 입금 시기를 지키란 말이다. (사실 바로 그런 이유로 작은 출판사와 작업하지 않으려는 작가들이 상당수 있다. 사장과 회계 담당자가 가족인 출판사도 기피 대상이다.)
출판인이 인세 정산이 그렇게 괴롭다면 출판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정산은 ‘원고를 받아 책으로 만들어 파는 일’에 반드시 따라붙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출판업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다. 가끔 젊은 기자 중에 “취재하는 건 참 좋은데 기사 쓰는 게 싫다”는 후배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도 나는 그게 너무 괴롭다면 기자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의 본질과 다투면서 어떻게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겠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몇 젊은 작가들이 한때 작가 연대나 작가 노조를 부르짖었다. 나는 부정적이다. 연대나 노조라는 명사가 낭만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결국은 문인 단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여태껏 한국에 문인 단체가 부족해서 이 부조리가 해결되지 않은 게 아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가입 기준이 중요할 텐데, 작가와 예비 작가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여러 플랫폼이 생기고 데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작가와 예비 작가 사이의 회색지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가입 기준을 높이면 그 자체로 차별과 배제의 도구가 된다. 기준을 낮추면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다양해져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 그렇게 밖으로 영향력을 잃고 안으로 감투놀이가 유행하면 산악회나 다름없는 조직이 된다.
게다가 사람이 운영하는 단체는 인정에 휘둘리게 된다.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의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데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 A 출판사가 SF 작가들에게 인세를 제때 주지 않은 데 대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내가 글을 쓰는 이 시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두 단체 모두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해서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별로 낭만적으로 들리지는 않아도 시스템이 답이다. 출판유통통합시스템에 대해서는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준비가 잘 된 상태는 아님을 이번에 알게 됐다. 출판사와 서점들은 퍽 우려 섞인 시선으로 그 추진 작업을 지켜보고 있음도. 얘기를 듣다 보니 나도 걱정스럽다. 제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 잘 설계되길 진심으로 빈다.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는 분들께 묻고 싶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나? 이 난맥상을 한 번에 해결해줄 묘수가 나올 때까지 이대로 손 놓고 기다려야 하나? 그런데 솔직히 지금 다른 방안이 뭐가 있나 모르겠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 하고 오랜 논의를 뒤져봤지만, 다 추상적인 말들 뿐이다.
A 사가 사과문을 낼 즈음 출판계의 대표 단체 중 하나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도서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을 빨리 파산시켜 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보냈다. 작가들은 인세를 제때 못 받고, 출판사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업계 2위 도매업체를 차라리 그냥 망하게 해달라고 한다. 이게 2021년 한국 출판계 풍경이다. 출판산업 가치사슬 곳곳에 이토록 가득한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제품 판매량은 사기업의 정보인데 이걸 왜 일반에 공개해야 하느냐’는 이들이 있다. 대강 세 가지로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저자를 포함해 필요한 사람들만 열람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교육, 의료, 세금, 범죄와 관련된 공공시스템들이 모두 이렇게 운용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어 보인다.
둘째, 사기업이 밝히기 꺼리는 자료를 모아 일반에 공개하는 정보시스템이 이미 많다. 그동안 내가 쭉 예로 들어온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도 있고, 한국석유공사에서 주유소 정보를 취합해 운영하는 오피넷도 있다. 신문은 한국ABC협회가 유료 발행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다. 국산차, 수입차를 막론하고 모든 승용차 모델의 월별 판매량도 전부 공개된다. 몇 년 전부터는 직원 3인 이상 국내 기업 42만여 곳의 월별 평균 급여와 퇴사율도 인터넷으로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이 납부액 정보를 제공하는 덕분이다.
셋째, 출판사와 서점들은 그동안 정책 지원을 요구할 때마다 자신들의 공공성을 강조해 왔다. 책에는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 책은 다른 상품과 달리 유통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할인해서 팔 수 없다. 대기업은 함부로 서점을 내거나 인수할 수 없다. 관련 법률들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 출판사와 서점들은 자기들이 그냥 사기업이 아니라고 맞선다. 그런데 공익을 위해 유통 정보를 취합하자고 할 때에는 왜 말이 다른가.
작은 출판사나 서점을 다그쳐서 억지로 출판유통통합시스템에 가입시키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시스템에 가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오히려 더 이익이 되도록 잘 이끌 수 없을까. 큰 혜택이 없어 보이는 제로페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고 가입을 독려한 결과 1년 5개월 만에 가맹점이 50만 곳을 돌파했다. 전국 서점은 2000곳 정도다. 서점들이 가입하면 출판사도 들어온다.
정부 사업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제대로 써보기로 하겠다. 여기서는 끝으로 일부 출판 기획자들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하고 싶다. ‘일부’라고 썼지만 ‘상당수’라고 적어도 크게 빗나간 문장은 아닐지 모른다.
나는 출판 기획자 C 씨를 멀리서 흠모했다. 그가 펴낸 책 중에 좋아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그와 단행본 작업을 하다 기함했다. 교정지에는 단 한 자도 고쳐진 흔적이 없었다.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작가의 원고도 그랬다. 교정 교열을 전혀 하지 않았고, 그걸 그대로 책으로 찍어 내겠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뭔가 착오가 생긴 줄 알았다.
경력이 20년 가까운 C 씨의 답변은 이랬다. “저자 분들의 원고를 어디까지 손을 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라,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 표기 원칙만 따랐습니다.” 나는 독자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는 거라 느꼈지만, 다른 작가들은 그대로 책을 내자고 했다. 발간 시기가 늦춰지는 걸 걱정하는 신인들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뭘 잘 모르던 때라 그냥 그러자고 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고참 편집자들은 다들 경악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위에서는 플랫폼 업체가 직접 책을 펴내고, 아래에서는 작가들이 1인 출판사를 차리는 시대에 출판업의 전문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소리 아니냐. 이러니까 작가들이 출판사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 거 아니냐.”
대형 출판사와 떨어져 일하는 출판 기획자 중에는 스스로를 문학 권력에 맞서는 운동가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믿음이 소위 ‘문단 작가’에게는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는 태도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출판 기획은 고되지만 재미도 있다. 제품이 모두 다르고, 일의 시작과 끝이 명확해 보람이 크다.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폼도 좀 잡을 수 있다. 다른 문화 기획에 비해 자본이 적게 들고, 자신의 취향을 좇을 뿐인데 문화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명분까지 챙긴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운동이기 이전에 엄연히 비즈니스다. 나는 출판 기획자들에게 먼저 프로페셔널이 되고 나서 그 다음 문화운동가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거대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기본을 제대로 지켜 달라는 거다. 입금, 교정, 예의 같은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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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소설가. 『한국이 싫어서』,『산 자들』, 『책 한번 써봅시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