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특집] 원작을 그래픽노블로 만들었을 때 - 『돈키호테』, 『사피엔스』 외
<월간 채널예스> 2021년 3월호
원작 텍스트를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장르의 변환 과정에서 생겨난 복잡다단한 묘미와 의도들. (2021.03.15)
미겔 데 세르반테스 원저 | 롭 데이비스 저 | 김마림 역 | 미메시스
무려 2000쪽에 가까운 원작을 300쪽 분량으로 압축했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철저하게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했는데, 글과 글이 이어지는 방대한 문장들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고,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표정과 동작으로 살려냈다. 단, 원작에서 쉰 살에 가깝다고 설정된 주인공이 그래픽노블에서는 70대 노인처럼 보이는 것이 다른 점이다. 돈키호테가 산초와의 모험에서 만난 엄청난 인물과 그들의 속사정을, 마치 그래픽노블 속 그래픽노블처럼 그림과 말투를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것 역시 특색이다. 부록처럼 끼어든 페이지들이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되는 부분도 롭 데이비스의 장점이다. 이 그래픽노블의 최고 매력은, 원작에서 세르반테스가 직접 개입해 실제 이야기인 양 풀어내는 것처럼 롭 데이비스 역시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에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의 1권을 썼다는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 롭 데이비스 등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 그래픽노블을 읽으면 어마어마한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감정에 빠지는데, 그만큼 안내서로 충실한 작품이다. 오연경(미메시스 편집자)
유발 하라리 원저 |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 김명주 역 | 김영사
『사피엔스』 원작을 미스터리 탐정 이야기로 각색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해범’ 사피엔스를 법정에 세우다! 엔지 없는 흥미롭고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더욱 강력해진 스토리텔링으로 만나는 또 다른 『사피엔스』. 그러니 벽돌책 『사피엔스』가 부담스러웠던 분이라면 래핑 비닐을 벗어던지고 작품 속 ‘픽션 박사’가 알려주는 인류 문명 탄생의 비밀에 빠져들어보자. 히스토리, 바이올로지 같은 전문 지식이 짜임새 있게 시각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충격적 결말! 토론을 유발하는 그래픽노블의 걸작! 리허설 없는 인생에 지혜를 선물할 최고의 선택! 김민수(김영사 편집자)
마거릿 애트우드 원저 | 르네 놀트 저 | 진서희 역 | 황금가지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은 소설의 텍스트만이 가진 상상의 미덕에 근접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소설 속 오브프레드의 참혹한 삶과 길리어드의 폭정이 강렬한 붉은 색감과 어두운 배경 톤, 날카로운 선들로 눈앞에 구현되어 있어, 독자들은 짧은 시간의 독서만으로도 원작 소설이 가진 강렬한 주제 의식을 탄복하며 감상할 수 있다. 김준혁(황금가지 편집주간)
하퍼 리 원저 | 프레드 포드햄 저 | 이상원 역 | 미메시스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을 그래픽노블로 만든다는 프로젝트는 엄청난 부담이었을 텐데, 프레드 포드햄 역시 이 책을 수십 번 곱씹었다는 게 느껴진다. 우선 하퍼 리의 아름다운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되, 그래픽노블 독자를 위해 좀 더 간결한 대화로 바꾼 부분이 많아 술술 읽힌다. 막연하게 상상하던 ‘메이콤’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현실적으로 바꾼 점도 장점이다. 글로 읽을 때는 추측만 했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의 집과 핀치가의 위치, 그리고 딜이 몰래 스카웃의 집으로 올 수 있었던 구조 같은 것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대 고증을 거쳐 작업한 덕분에 당시 의상과 집 안 분위기, 신문, 학교와 거리 풍경, 흑인 사회와 백인 사회에 대한 묘사, 하다못해 당시 깡통 제품 등도 그림으로 알 수 있다.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은 톰 로빈슨의 재판 모습. 글로 읽었을 때의 긴장감이 더욱 증폭된다. 원작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은 오히려 대사 없이 처리해 더 큰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 눈물이 쏟아진 장면은 부 래들리가 등장했을 때다. 아, 이랬겠구나, 부 래들리, 아니 진 루이즈 아저씨가 스카웃에게 이랬겠구나 싶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또한 원작에서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진 애티커스 핀치는 그래픽노블에서도 완벽한 존재로 재현된다. 오연경(미메시스 편집자)
박완서 원저 | 김금숙 저 | 한겨레출판
심적 갈등이 많은 작품을 작업할 때 더 흥미롭고 행복하면서도 힘들다. 『나목』도 그랬다. 이야기 자체가 황폐하지 않나. 원작에서 옥희도 화백이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인 그림을 그린다. 자기 붓을 꺾고 2달러, 3달러를 받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화가의 내적 갈등. 그건 내 경험이기도 해서 이해가 쉬웠다. 다만, 전쟁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옥희도와 도망가는 경아의 내적 고민은 중요한 만큼 표현이 어려웠다. 같은 여성 입장에서, 사랑도 중요하지만 옥희도의 부인을 만났을 때의 감정, 유부남인 옥희도가 부인을 두고 경아에게 느끼는 감정의 표현 같은 것들이 지금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픽노블에서는 경아와 태수와의 사랑을 다 없애고, 경아-옥희도-옥희도의 아내, 경아-엄마의 관계에 더 초점을 뒀다. 작품에는 육체적 사랑 대신 아쉬운 사랑, 여운이 남는 사랑을 좀 더 남기고 싶었다. 김금숙(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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