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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피리추얼 호러판타지 탄생, 『쌈룡학원』

『쌈룡학원』채록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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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힘을 모으면 하늘에까지 닿을 수 있다’, ‘완전하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란 주제를 말하기 위해 ‘쌈룡’이 나왔고 『쌈룡학원』이란 제목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네요. (2021.02.01)


『쌈룡학원』은 육체와 영혼을 잇는 혼줄이 우주의 별과 이어져 에너지를 받는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중2의 위태로운 감정과 사설학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미스터리한 사건들, 거기에 주인공 아미 엄마의 숨겨진 반전 과거까지 오싹하면서도 흥미로운 사건들로 가득하다. 작가는 결손가정의 삐딱한 시선을 가진 중2 아미와 그 친구들을 통해 입시로 인한 청소년 자살, 가족해체, 환경파괴와 같은 현실의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문체를 통해 한국형 스피리추얼 호러판타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장르를 탄생시켰다.



『쌈룡학원』이란 제목이 독특합니다. 얼핏 무술도장 같기도 하고, 요즘 학원 이름치곤 많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소설에서도 아이들이 학원이름이 유치 뽕짝이라고 창피해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학원이름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3을 아주 좋은 숫자로 여겼어요. 축복과 행운을 가져온다거나 완전하다는 의미로. 삼신할멈, 33인의 독립선언서를 떠올려보세요. 서양에서도 그랬습니다. 삼총사, 삼위일체 등이 떠오르죠? 용은 전세계 신화와 전설에서 ‘날개 달린 뱀’으로 많이 나와요. 그래서 세 마리의 용이 모인 쌈룡은 ‘위대한 세 존재가 합일을 이루면 못할 것이 없다, 우주적 승천까지 이루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했어요. ‘삼’을 ‘쌈’으로 쓴 것은 중의적인 표현으로, 상추쌈을 싸서 먹는다고 하는 것처럼 ‘하나로 모은다’는 뜻인데, 고대 산스크리트어와도 그 뜻이 같아서 세계의 언어는 본래 하나였음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여럿이 힘을 모으면 하늘에까지 닿을 수 있다’, ‘완전하다’,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란 주제를 말하기 위해 ‘쌈룡’이 나왔고 『쌈룡학원』이란 제목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네요.

소설의 첫문장이 ‘내일은 내가 처음으로 날아오른 날이다. … 초가을의 오후 네 시, 우리 모두의 옥상에서 나는 처음으로 날아올랐다.’로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시간 개념을 초월해 버리는데, 판타지라는 장르의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 데는 뚜렷한 작가의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세계는 크게 두 가지의 역사관과 시간관이 있는 것 같아요. 종말과 심판을 향해가는 직선사관과 반복과 순환을 나타내는 원형사관이 그것이지요. 명확히 증명된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시간의 연속성이란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가설이 아닐까요? 지난 4~5천 년이 세계 역사의  모든 것이라면 인류에겐 절망밖에 남지 않아요. 죽어라 열심히 살아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마는 것이니까요. 아이들은 어려선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자라면서 새로운 말과 행동을 하게 돼요. 그러다 더 자라 성숙해지면 비로소 창조를 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죠. 하지만 인간은 그러다 또 모두 죽습니다. 

사실 직선과 원형의 흐름은 동시에 일어나요. 개별적 자아 하나하나는 직선의 시간 속에 사라지지만, 인류는 교육이라는 전승을 통해 다시 무수한 원형적 반복을 합니다. 시간은 상대적으론 직선적이고 절대적으론 원형적이에요.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언젠가 내가 했던 일, 내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해도 딱 잡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있으니까요. 

쌈룡학원에 등록한 아이들이 강사 날탄에게 처음 배우는 과목이 ‘파쿠르’인데,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운동인 것 같아요. 책에 보면 파쿠르를 배운 아이들이 맨손으로 학교 벽을 타고 오르거나 육교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파쿠르의 모토가 ‘유용해지기 위해 강해져라’, ‘천천히 서두르라’로 소개되는데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현실의 아이들에게도 파쿠르를 권하고 싶으세요?

우리 몸 안에 있는 본능적 동작들을 끄집어내어 기초부터 찬찬히 누구나 연습할 수 있는 운동이 파쿠르예요. 청년이나 남성은 물론 걸 파쿠르, 실버 파쿠르, 우먼 파쿠르, 어린이 파쿠르, 다 가능합니다. 제가 보기에 파쿠르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그러면서도 역동적이라 지루하지 않은 심신수련법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을 오랫동안 아주 많이 지켜본 제가 볼 때 파쿠르는 아주 클린하고 안전한 국민수련법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단, 좋은 안내자에게 철저히 기본적인 훈련을 받는다는 전제에서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개성적이에요. 주인공 독고 아미를 비롯해 학원강사인 라다, 유디스, 날탄, 비마 등. 이런 이름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특히 애정을 담아 붙인 이름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라다, 라비, 유디스, 비마, 날탄은 모두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마하바라따』, 고대 인도의 서사시에 나오는 인물들이에요. 저는 동서양의 고대 서사시들을 좋아해요. 그 속엔 인간 삶의 원형이 있으니까요. 탐욕과 이기심, 끔찍한 폭력과 계급으로 인류가 갈가리 찢겨지기 전의 살아 있는 기록들이 고대의 서사시들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철학자 왕이라든가 사제 왕은 제일 먼저 자신을 내려놓는 자, 모두를 위한 하나일 뿐 절대권력자는 아니었거든요. 신들의 축복과 저주는 모두 인간의 선행과 악덕의 결과였어요. 한 예로 『마하바라따』에서 신 크리슈나는 일개 마부이지만 백만 군대보다 더 강력한데, 그 이유는 그가 일러주는 지혜의 말씀 때문이거든요. 그런 점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애정이 가는 이름은 아무래도 독고 아미예요. ‘독고’는 고독의 반대말로, 스스로 결정해서 홀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뜻합니다. 자폐적 외로움인 고독과는 다르죠. 자유로운 자아실현을 위한 적극적 고립이라고 할까요. 인간은 ‘완전한 홀로’를 체험해야 성장한다고 저는 믿어요. 물리적으로나 감정적, 정신적으로요. 이제 더 이상 호적이나 족보가 나를 드러내주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각자 자신의 개성,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이면 좋겠어요. ‘아미’는 요즘 아주 핫한 이름이 되었지만, 그와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소설 주인공의 이름으로 생각해 둔 이름이구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경이로운 소문>을 보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이야기가 나오고, 『쌈룡학원』의 본격적인 전개도 주인공 아미가 영육이 갈라지는 체험에서 시작돼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요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웹툰에서 다루는 빈도가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짧은 인터뷰에서 언급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하. 이 질문이 이 책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일개 작가인 제가 어떻게 그걸 다 알겠어요. 그렇다고 그저 유행을 좇아 이런 세계관을 담은 건 아닙니다. 요즘 핫한 해외 게임 중에 <SKY 빛의 아이들>이 있다죠?’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 날개를 빼앗겼다 성장하면서 날개를 얻어가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 라인이래요. 잃어버린 날개를 다시 획득하려면 기존의 게임 문법과 달리 아주 친절하고 이타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는군요. 독자 한 분이 불쑥 그 게임스토리를 제가 썼냐고 물었어요. ‘그야 텔레파시겠지’라고 저는 답했지요. 사실 저는 텔레파시를 믿는 편입니다. 

어느 날 남미의 원숭이가 특정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먼 아프리카 원숭이들도 같은 패턴의 동작을 시작한다는, 오래 전 생물수업 시간에 들었던 내용이 생각나네요. 이번 소설에도 나오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 행위, 잠과 꿈, 삶과 죽음은 결코 혼자서만 경험하는 게 아니랍니다. 아직은 증명할 수 없는 텔레파시, 사후 세계, 영혼, 혼줄, 신체의 극적 변이, 공중비행과 유체이탈 등은 머지않아 우리 삶에 바짝 다가올 거라고 저는 확신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모두 판타지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담론이죠. 그러므로 여유가 되신다면 가능한 여러 번 이 책을 읽어주시기를, 소설 속의 황당한 메시지가 자신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각자 스스로 느껴보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결핍된 존재들입니다. 한부모 아이, 폭행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한 아이, 공부와 입시에 짓눌려 반항하는 아이들이 나와요. 우리 현실도 이와 다르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 아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중2들이라고 하면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한부모 아이, 폭행의 피해자, 가해자라서 결핍된 존재들? 이런 전제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청소년들은 다 비슷하게 다 다른 이유로 결핍되어 있고 매우 견디기 힘겨운 현실 속에 있다고 봐요. 소설엔 모든 걸 다 가진 듯했지만 유약한 케이도 있고, 전국권 성적을 다투다 스스로 죽은 은주도 나오잖아요. 청소년 사회에서 오래 함께한 경험을 가진 작가로서 아이들은 지금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봐요. 

그냥 대충 덮고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부디 강해져라! 매순간 홀로 독고임을 선택하며 스스로 강해져라, 너무 주위를 의식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착하고 좋은 아이가 되려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게 함부로 구는 아이, 이기적인 뻔뻔이가 되라는 말하곤 완전히 다른데, 참 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이렇게 말할까요? 항상 호구가 되는 아이, 눈치 보는 아이, 소심이, 셔틀들에게 부디 강해지자, 그런 말을 건네고 싶은 거라구요. 얌전이, 범생이, 찌질이, 까칠이, 너드, 쫌팽이들도 마찬가지이구요. 다만 너무 공격성이 넘쳐 타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는 경우엔, 이 책 후반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동물들에게 함부로 할 때 어떤 벌을 받는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책을 읽다 보면 영상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극장의 대형화면에서 주인공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셨나요?

원래 본격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처음에 구상한 분량보다 3분의 1이 넘게 줄여야 했어요. 쌈룡의 경쟁상대로 나오는 입시학원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사고, 스릴 있는 내용들도 제법 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청소년 책이 너무 두꺼워지면 안 된다는 요구에 줄이고 또 줄였죠. 그러다 보니 속편을 염두에 둔 거냐, 사건이 적다는 독자 의견을 많이 접하고 있어요. 분량과 서사를 줄이는 과정에서 그 대신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또렷이 구상하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웹툰이나 영상으로 만들어져 메시지가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며 ‘영상적으로’ 썼습니다. 각 장면이 영상으로 그려진다는 리뷰들이 꽤 많아요. 저는 아무래도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인 것 같아요. 판타지라는 비행기에 올라탔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 들어 있는 이 장거리 여행의 목적이라고 봐요. 부디 행간을 잘 읽어주시면 좋겠고 영상으로도 상상하며 보시면 더욱 실감이 나실 거예요. 

채록희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신 이유와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어요.

채록희를 소리나는 대로 쓰면 채로키가 되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인디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청소년물은 처음 쓰기 때문에 새출발의 의미도 담았구요. 또 이야기를 채집하고 기록한다는 뜻도 들어 있어요. 아주 기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채록희란 이름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기도 합니다. 심신 수련하는 후배들, 글 쓰고 싶은 청소년들, 열정 넘치는 신인 작가들이 쌈룡학원의 정신과 어울리는 작품을 써준다면 기꺼이 새로 지은 이 이름을 공유할까 하는 것이죠. 과연 가능할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실험이라고 봐요. 원래 아주 오래된 옛이야기들도 다 구전이었죠. 위대한 경전들도 모두 작자미상, 집단창작이 많아요. 오늘날 우리가 감히 그걸 그대로 따라할 순 없겠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소유로 제한되고 특정 개인의 자아실현으로 국한되는 게 꼭 바람직할까요? 우린 소중하고 아름다운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글쎄요, 어떤 채록희가 쓸까요? 저도 진심 궁금합니다. 




*채록희

안녕하세요? 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입니다. 꿈에서든 기억에서든 눈앞에서든…. 누군가 제게 들려주는 소리와 소리로 만들어진 형형색색 이야기 구름들, 그것들을 쫓고 채집하고 기록하며 살아간답니다. 『쌈룡학원』은 이야기, 그것도 ‘아주 오래된 새(new) 이야기’라서, 내가 누구인지, 이걸 왜 썼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로 읽혀지길 바랄 뿐입니다. 



쌈룡학원
쌈룡학원
채록희 저
나무를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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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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