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 항해
저자가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명명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지금까지 이 저자의 타이틀은 원서 제목 그대로 갔다. 다만 이 책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는 추상성이 강한 제목이라 고민스러웠다. 결국 제목이 함의하고 있는 상징성이 좋아서 원제를 살리기로 했지만, 그러고도 원제 <動物と機?から離れて>의 離れて를 어떻게 풀지가 고민이었다. 직역하자면 ‘멀어져’가 맞지만, 인간을 동물과 기계로 만드는 AI의 속박에서 벗어나라는 강한 의지를 포함시키고 싶었다. 그리하여 ‘멀어져’→‘떨어져’→‘벗어나’를 반복하다가 ‘벗어나’로 당첨. 부디 독자들은 이 책과 ‘가까워져’ 주시기를! 박지석(항해)
국무영 지음 | 비룡소
초기엔 ‘내 별명은 똥두’라는 제목도 있었으나 ‘똥두’가 깔끔하고 강렬했다. 똥두는 주인공 동두희가 싫어하는 자신의 별명이다. 별명 하나에도 심각하게 반응하는 십 대 시절을 담은 책에 어쩐지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그러나 ‘똥두 1·2’만으로는 작품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보여 주기 부족하여 부제를 덧붙이기로 했다. 부제 안을 몇 날 며칠 고민하며 이것저것 달아 보다 작가님께 여쭈었더니 곧바로 지금의 부제를 말씀 주셨다. 작가님께서 문장을 뽑아내는 능력이 워낙 탁월하셔서 장 제목에도 본문 속에도 주옥같은 명문장이 많다! 머리를 짚고 세상 심각한 표정을 짓는 동두희, 그리고 그 위에 큼직하게 달린 ‘나는 왜 나일까?’란 질문이 참 예술이다. 그 시절의 치열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잘 담아내고 있다. 마감 전까지는 긴가민가하다가도 출간한 뒤부터 볼수록 점점 더 찰떡같은 표지와 제목, 표현 등이 있다. 머릿속으로 이전까지 없던 의미를 새롭게 찾아내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과정 덕분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작품과 잘 어울렸을 제목과 표지는 없었다! 하며 괜스레 뿌듯해진다. 김선영(비룡소)
이소영 지음 | 뜨인돌
제목을 정하는 일은 세상 재밌는 일이기도 하고, 머릿속이 쪼글쪼글해지도록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사실 부제가 먼저 결정됐다.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지만 단호했고 좋아하는 마음 그 너머에 있는 동물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제대로 투영한 제목이 필요했다. 그 고민을 통과해 탄생한 제목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이다. 사실상 편집자와 작가가 제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지구를 공유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예의를 지키며 살뜰히 사랑하며 살자는 것이다. 김현정(뜨인돌)
도진호 지음 | 오도스
인쇄 감리를 가서야 표지 사진이 어딘지를 알게 되었다. 뻔질나게 들락날락하던 곳임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제야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다. 저기가 거기였다고? 아무리 그래도 어딘지도 모르고 표지 사진으로 쓸 수 있었단 말인가. 왜 알아차리지 못했던가. 기억을 되돌려보니 책을 만드는 동안 내 시선은 온통 제목을 향했다. 일기 같은 흑백 사진과 짤막한 글. 그러다 불현듯 떠올렸다. 답답한 현실이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한 일상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두운 것 같지만 빛이 있었던 소중한 일상 말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느라 모두가 힘든 요즘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자. 힘들었지만, 괜찮았던 오늘 하루가 떠오를 것이다. 어쩌면 제목은 나 자신을 향한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위로가 독자에게도 가 닿기를. 김하늘(오도스)
한덕현 지음 | 한빛비즈
살다 보면 나에겐 당연한 것이 남에겐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꽤 많다. 저자와 오랜 시간 원고를 주고받으며 ‘불안이란 인간의 기본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고도 제목 방향을 잡기까지 꽤나 고민이 많았다. 불안, 우울 등은 대개 얽혀 있는 감정이며, 이런 감정을 다루는 책도 적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 시킬지가 일차적 고민이었다. 또 이 책의 시작점인 ‘당신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불안하다’는 말을 한 단어로 하자니, 결국엔 ‘당연하다’는 말로 정리되었는데, 맨 위에 쓴 문장의 이유로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다행히 실제로 책이 나오고 나서, 많은 분들이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고 해주셨다. 평소 걱정이 많고 불안 수준이 높은 나도, 그렇지 않아 보이는 A나 B도 똑같이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라고. 정선영(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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