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강력한 호의가 소소한 악의를 이긴다
『부디, 얼지 않게끔』
강력한 호의를 바탕으로 한 연대가 소소한 악의에 의한 고립을 능히 이겨낸다. 그럴 것이라는 희망과 지지가 여기에 있다. (2021.01.28)
소설은 보통의 회사원들을 그리며 시작한다. 날씨와 휴가에 대한 대화, 서로를 살피고 의식하는 사람들, 공기를 주도하려는 사람과, 그런 분위기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 등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야기는 그 중 두 사람, 베트남 출장을 계기로 서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인경과 희진을 중심으로 흐르고, 특히 변온인간으로의 변화라는 기가 막힌 상황에 놓이는 인경이 중심에 선다.
역시, 가장 먼저 흥미를 끄는 것은 변온인간이라는 소재다. 이 독특한 요소가 평범한 인물들 사이, 대화와 상황에 긴장을 부여한다. 여름 사무실의 선풍기와 에어컨은 좀처럼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변온인간의 안위를 위협하는 심상치 않은 것이 되고, 우연한 기회로 가까워진 직장 동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나누며 대체 불가한 사이로 발전한다. 인경은 조심스럽게 하나 둘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며 다른 이들과 공생 가능한 온도를 찾는다. 그저 휩쓸리지는 않으려 애쓰는,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부어 가까스로 유지하는 매일이다. 그렇게 불가항력의 고난 앞에 선 주인공의 모습과, 그 가운데서 파생하는 고립과 연대의 대비가 균형 있게 그려진다.
인경이나 희진, 우리가 겪는 고립이 모두 타인에 의한 것은 아닐지라도 많은 경우 과거에 경험한 관계의 형태에서 비롯할 것이다. 세상은 얼마만큼의 호의와 얼마만큼의 악의로 이루어져 있을까. ‘호의로 가장한 악의’같은 변종까지 고려하면 셈은 더 복잡해지는데 『부디, 얼지 않게끔』을 읽은 후, 세상은 아주 강력한 호의와 소소한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악의들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평범한 회사원 인경은 ‘변온인간’이 되어가고, 동료들과 안 어울린다고 입에 오르내리는 희진은 사실 밝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남들과 달라 고립을 겪는 이들은 알고 보면 남들과 다르지 않기에 또 누군가와 연결된다. 강력한 호의를 바탕으로 한 연대가 소소한 악의에 의한 고립을 능히 이겨낸다. 그럴 것이라는 희망과 지지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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