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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문학상을? ‘제 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작 발표

전주책방네트워크 소속 책방 10곳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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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학상을 주최하는 전주책방 7곳의 대표들이 모여 일주일에 걸쳐 예선을 보고, 이틀 동안 본선을 진행했다. (2021.01.15)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나누던 올해 여름, 먹고사니즘에 대한 한탄과 자조를 이어가던 전주책방지기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냈다. 외부 지원 없이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고 싶기도 했고, 코로나로 움츠러든 마음을 책방이라는 매개로 다시 펴내고 싶었다.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흥으로 환기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로 온기를 불어 넣어보자고, 우리 안의 작은 언어들을 그러모아 결국 쓰고야 마는 문학의 힘으로 돌파해보자고 말이다. 대형 언론사나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동네책방이 주최하는 문학상을 통해 책방과 독자가 새롭게 관계 맺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은 뜻도 컸다.

전주책방네트워크 소속 책방 10곳 중 7곳이 참여하고 그중 4곳 책방이 실무를 맡아 진행했다. 공모일정부터 분야와 주제를 정하고, 상품을 고르고 홍보방안을 짜는 등 회의를 거듭했다. 특히 각 수상자에게 줄 도서상품권은 전주의 한 기관에서 후원받아 전주책방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만들기로 했다. 다가오는 디데이. 웹포스터를 만들고 각 책방 SNS에 홍보했다. ‘몇 명이나 지원할까’ 하는 합리적 의심은 뚜껑을 열자마자 격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작지만 큰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동종업계 사람들의 응원도 잇따랐다.

40여 일 동안 무려 375명의 작품이 메일함에 도착했다. 시 130명, 소설 62명, 수필 158명, 사진 에세이 25명. 예상치도 못한 많은 응모자 수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간 한 일간지에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소식이 실리며 소소한 주목을 받았고, 당선작을 모아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있는 터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했다. 열심히 읽고 열렬히 마주하는 방법밖에 갚을 도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호응을 이끌지 못한 작품이 어떤 이에겐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아가며 읽고 번갈아가며 확인하며 몇날 며칠을 읽어내려갔다. 주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여서인지 삶의 힘겨운 시기를 버티며 살아내고 있는 작품이 많았다. 말할 수 없는 아우성과 말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슬픔은 정적이지만 역동적이기도 해서 가만히 가라앉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자기 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여러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심사는 이번 문학상을 주최하는 전주책방 7곳의 대표들이 모여 일주일에 걸쳐 예선을 보고, 이틀 동안 본선을 진행했다. 각 책방상은 각 책방의 이름을 걸고 1편씩 선정해 총 7편이 뽑혔다. 신기하게도 단 한 작품도 겹치지 않고, 책방의 취향과 정서대로 평화롭게 나누어 가졌다. 서로 다름과 같음을 존중하는 책방지기들이 함께 모여 심사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재윤 씨의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을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도 큰 이견이 없었다. 이 작품은 식당을 운영하며 매일 카레를 끓이는 주인공이 늙은 반려견의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며 그 너머의 의미를 변주하는 이야기로 독자의 시선을 붙드는 남다른 힘이 있다. 인간 이외의 동물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있지만 죽음이라는 개념은 없다. 인간만이 끝없이 새로운 죽음의 개념을 발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발명한 죽음의 개념 중 하나를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개념에서 시작했지만, 충돌을 통해 개념을 사방으로 활짝 펼친다. 카레가 끓는 동안 우리는 펼쳐진 죽음을 경험한다. 그가 만들어낸 분위기도. 완벽하고 완전하진 않지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 써나갈 작품으로 더 섬세해질 조재윤 씨의 작품이 기대된다.

전주책방이 마음 모아 처음으로 시도하는 문학상, 이름도 상금도 소박한 이 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작품을 내어준 응모자들에게 진심 듬뿍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생애 처음 심사위원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그 기분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대상으로 한 작품을 선택하는 일은 힘겨웠지만 각 책방 이름으로 한 편 한 편 고를 수 있어 행복했다. 작품을 보내주신 응모자 모두가 글에 몰입한 시간만큼은 자유와 치유의 마음을 느끼셨길 감히 바라본다. 더불어 우리 모두 무언가 극복하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2021년과 포옹하길 간절히 희망한다.

 

대상작

조재윤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


대상작 심사위원 (전주동네책방 7곳 대표 8인)

강성훈(서점카프카)ㆍ이지선(잘익은언어들)ㆍ김선경,문주현(책방토닥토닥)ㆍ이명규(에이커북스토어)ㆍ임주아(물결서사)ㆍ홍승현(살림책방)ㆍ혁신책방_오래된새길(정진오)


각 책방상

물결서사상 – 이세찬 시 <수신자 없는 이야기>

살림책방상 – 이정환 수필 <평행선의 끝을 상상하기>

에이커북스토어상 – 이주리 수필 <나는 오락가락하는 어영부영 어른>

혁신책방_오래된새길상 – 최윤희 시 <종이배를 찾습니다>

서점카프카상 – 신모과 단편소설 <인어>

잘익은언어들상 – 최옥숙 수필 <따뜻한 위로>

책방토닥토닥상 – 박은정 수필 <나의 대만>

(각 책방상 심사위원: 각 책방 대표. 예를 들면 서점 카프카상은 강성훈 대표가, 잘익은언어들상은 이지선 대표가 각자의 취향과 변별력을 가지고 뽑음)

 

전주책방네트워크(회장 이지선)

전주 지역 사회를 바탕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책방 연합 단체로 각 책방만의 개성 있는 북큐레이션으로 시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과 독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물결서사(서노송동)·살림책방(덕진동)·서점 카프카(중앙동)·서학동책방(서학동)·소소당(송천동)·에이커북스토어(중앙동)·잘 익은 언어들(송천동)·책방 같이[:가치](서학동)·책방놀지(금암동)·책방 토닥토닥(전동) 등 전주책방 10곳이 2020년 5월 전주시청 광장에서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을 열며 본격 활동에 나섰다.


 전주책방네트워크 공동선언문 (*전주책방 10곳 책방 이름을 엮어 완성)

“동네책방이 멈춘 동네를 살립(살림)니다. 지속가능한 재생버튼이 됩니다.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물결이 됩니다. 함께 가는 같이의 가치를 만듭니다. 독서 문화의 무한한 밭을 일구는 에이커(acre)가 됩니다. 도시 골목골목 가장 잘 익은 언어들이 됩니다.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작가 카프카의 말처럼, 동네책방은 우리 안에 경직된 마음과 딱딱한 말을 너그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가장 크고 넓은 세상을 열어줍니다. 책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매하는 경험을 통해 어디서든 책과 지식으로 놀(knowledge) 수 있게 됩니다. 책과 책방은 지치고 힘든 내면을 어루만지며 마음의 빈 공간을 ‘토닥토닥’ 두드려줍니다. 책은 오래된 새 길입니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듯, 전주의 동네책방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온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전주와 전북의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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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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