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선Talk] 작가, 편집자, 유튜버… 모두 즐거운 이유 – 강윤정 편
『문학책 만드는 법』 강윤정
궁금한 작가와 60분간 Talk Talk (2020.12.23)
‘궁금하면 선Talk’ 두 번째 주인공은 문학동네 편집자이자 작가, 유튜버 ‘편집자K’로 활약하고 있는 강윤정 저자. 2017년 남편 장으뜸과 첫 책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를 쓰고 올해 9월 『문학책 만드는 법』을 쓴 그는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문학 편집자다. 두 곳의 출판사를 거쳐 2012년부터 문학동네에서 국내 소설과 산문집, 문학동네시인선을 만들고 있는 강윤정은 2019년 유튜브 채널 <편집자K>를 열어 문학 독자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채널예스>를 만드는 두 기자도 늘 독자들과 긴밀히 연결되고 싶기에, 강윤정 작가에게 Talk 인터뷰를 요청했다.
엄지혜(이하 엄):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늘은 편집자가 아닌 작가님으로 부르겠습니다.
강윤정: 반갑습니다. 오늘 정말 춥네요.
김윤주(이하 김): 출판사가 파주에 있죠? 오늘도 파베리아신가요?
강윤정: 네. 손이 곱아서 호호 불어가며 타이핑 중입니다(실화) 실제 기온이 영하 6도인데 체감온도가 영하 12도라고 나오네요.
엄: 앗 그렇군요! 혹시 작가님의 현재 업무 책상, 공개 가능한가요? 급 궁금해집니다.
엄: 와, 깔끔합니다! 신간 보도자료 쓰시는 중이신가 봐요.
강윤정: 네, 올해의 마지막 보도자료!
김: 작가님 책 읽고 보도자료 정독하게 됐어요! 이런 비밀이..! 이런 정성이..!
엄: 맞아요. 진짜 편집자님들의 필력이 다들 장난 아님.
강윤정: 감사합니다! 보도자료는 정말 마지막 산에 가까워서 더 오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책에 대해 젤잘알인 때라 더 그런 것 같고요. 뭘 써도 다 담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_~
김: 앗, 유튜브 채널 <편집자K> ‘직장인 시간관리법’ 영상에서 보도자료를 책 작업 마친 후 바로 쓴다고 하셨죠.
강윤정: 네, 원래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래야 속이 편하더라고요. 시간 끈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고.
김: (매일 미루는 사원은 잠시 반성의 시간을 ㅠㅠ)
엄: ㅎㅎㅎㅎ 이번 『문학책 만드는 법』 보도자료는 어떻게 읽으셨어요?
강윤정: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하면서 읽었죠. 편집자가 쓴 책이니 부담스러우셨겠지 싶기도 했고요.
김: 핫, 그러게요. 편집자의 책을 편집하는 거니까. 이번 책은 많이 의견 내신 편이었나요? 아니면 편집자님의 선택을 따르셨나요?
강윤정: 처음에 구상할 때 업무일지를 활용해서 쓰면 어떨까 싶어서 의논을 드렸고, 원고에 대한 피드백 주고받고 나중에 표지랑 부제 고민하다가 표지는 시안대로 따르고 부제는 편집자님이 주신 것이 아닌 것으로 바꿨어요.
김: 아하 그런 비하인드가!
강윤정: 유유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한 권이라서, 크게 고민하거나 선택하거나 할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엄: 아하! 전 부제가 되게 좋더라고요 "작가의 곁에서 독자의 눈으로" 라임 맞추는 거 좋아해서요.
강윤정: 흐흐 마음에 드셨다니 기쁘네요. 참고로 즈이 남편 아이디어였습니다.
엄: 오, 역시 작가 부부시네요! 첫 책은 남편분과 쓰신 독서 일기이고, 이번에는 편집자의 이야기잖아요. 첫 책을 쓸 때랑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강윤정: 첫 책을 쓸 때는 우선 독서일기라는 콘셉트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남편은 글 쓰는 걸 워낙 좋아하고 전 정말 힘들어하는 타입이라 더 힘들었어요..ㅋㅋ 옆에서 누가 신나게 쓰고 있는 거 보면 힘이 빠지지요.
김: 헉 마감 있는 글쓰기를 즐겁게 하시다니. ㄷㄷ
강윤정: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쓰는 것이기도 해서 처음엔 정말 부담스러웠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책을 쓰나 하는 생각에 빠져나오는 게 첫 번째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역시 또 돌아보니 십 년 넘게 해온 일에 대해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었단 게 참 좋군 싶은 게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 책이겠지만 기왕이면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김: 저는 읽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일을 이렇게 세세하게 재미있게 쓰실 수 있지 내공이 대단하다 싶었어요.
강윤정: ㅎㅎㅎㅎ 잘된 책들을 예로 들어서 그래 보인 게 아닐까요?
김: 편집자가 되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던 (이직을 꿈꾸는 건 아닙니다..ㅋㅋ) 작가님은 편집자를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오래 일할 걸 예상하셨나요?
강윤정: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해왔는데 어느덧 14년 ㅎㅎ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했죠. 나이 든 선배 편집자들이 없고 내가 그 나이대에 가까워져 갈수록 느껴졌던 불안감.
엄: 흑흑 그렇죠. 14년이라니…!
강윤정: 근데 늘 다른 책 다른 작가와 일을 하는 것이라서요,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한다고는 해도 매번 다른 실수 매번 다른 재미 이런 것들이 생겨나서인지 시간이 이렇게 쌓였단 실감은 잘 안 나는 게 사실이에요.
김: 그러게요. 책에서도 매번 새롭다는 말 읽고 오 편집자는 다이나믹한 직업이구나 느꼈어요.
강윤정: 그래서 연차가 쌓였다고 해서 내가 이제 뭘 좀 알지, 하는 기분은 잘 안 들고요 ㅎㅎ
김: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편집자인 주인공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로맨스는 별책부록>, 일드 <중쇄를 찍자> 혹시 보셨나요?
강윤정: 네, 둘 다 봤죠!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제작 전에 자문을 하기도 했고요. <중쇄를 찍자>는 매회 광광 울면서 봤습니다. 저랑은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막 이입했다기 보다는 아는 후배 같기도 하고, 제가 겪었던 신입 시절의 어려움이나 마음 같은 게 떠올랐던 거 같아요. 하하.
엄: 이번 책은 후배 편집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들은 리뷰가 있는지 궁금해요.
강윤정: 편집자를 꿈꾸거나 준비하는 분들의 피드백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꿈꾸던 분들 가운데 나는 못 하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다 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차근차근 준비하던 분들은 책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서 대리체험해보는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생각보다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양이나 읽고 쓰고 보고 해야 하는 것들의 양이 많아서 놀랐다고도 했고요.
김: 책표지, 뒷표지 문구, 띠지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시는 거 보고는 책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편집자만 보이는 책의 매력포인트 하나 소개해주신다면요?
강윤정: 편집자가 되고 보니 같은 원고라도 어떤 편집자가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로 나온다는 걸 너무 잘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독자분들이라면 책의 내용을 제일 먼저 보시겠지만 편집자인 저는 제목/띠지문구/뒤표지 카피 이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요. 아 이 편집자가 이 책을 이러이러하게 보이도록 애썼구나 하는 게 느껴지니까요. 그게 독자일 때와는 가장 크게 다른 점이지요. 책이 특정한 콘셉트로 '보이도록' 만들어진다는 것.
엄: 오, ‘보이도록’ 중요한 지점이네요!
강윤정: 네, 독자가 책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독자 본인은 모르겠지만 다층적이라는 걸 이 일 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게 편집자 일이 갖는 매력인 것 같습니당. 누구나 아는 작가, 내가 오래도록 따라 읽어온 장르 이런 경우라면 또 다를지 몰라도 우리가 그런 책만 구매해 읽는 건 아니니까요 ㅎㅎ
엄: 작가님은 유튜버로도 유명하시잖아요. <편집자K> 채널 시작하게 된 계기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강윤정: 정말 큰 고민 없이 시작했어요. 저는 싸이월드나 프리챌,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그때그때 기록용으로 쓰이던 플랫폼을 다 써왔거든요. 그러다가 유튜브의 시대가 열린 것이고, 이것도 한번 해볼까? 했던 거고요. 제가 정말 기계를 잘 몰라서요. 편집하는 데 드는 품을 알았더라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
엄: 책 편집에 이어 영상 편집까지 후덜덜…
강윤정: 아무도 주 1회 업로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해요 여러분… 자꾸 말줄임표가 나오네요.
김: 책에 <채널예스>가 두 번이나 나오더라고요. 칼럼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이 산문집 『모월모일』이 되어가는 것이랑 작가 사진을 찾을 때, <채널예스> 사진을 자주 활용한다는 것!
강윤정: 너무 대단한 채널이죠. 저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 서점 접속이고요, 두 번째는 <채널예스> 보는 것입니다. 매일 봄.
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작가님이 보시니. ㅠㅠ 책 내용 중에 배수아 소설가의 『뱀과 물』 표지가 인터넷 서점에서 평이 갈렸다는 에피소드가 재밌었어요. 당시의 심경,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강윤정: 그때 전화 엄청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단 작가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상처받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제일 컸는데요. 작가님이 독자들 반응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이어서 나 혼자 속 끓임 ㅋㅋㅋ
김: 참고용으로 책 띠지 묶음 수집하신다는 대목에서 정말 감탄했어요. 남들이 모르는 업무 디테일 살리시는 숨은 필살기 썰 풀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강윤정: 서점에 가서 사진을 많이 찍어와요. 평대에 놓인 책 사진들이요. 여러 책들과 함께 놓였을 때의 책 이미지란 게 그 책 한 권만 두고 볼 때랑 절대 같을 수가 없거든요.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그 책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그 책이 놓인 평대 전체 사진을 찍는 것.
김: 여러 책 가운데에서 그 책을 그려 보시는 거군요.
강윤정: 제작 단계에서 정하는 후가공도 실제로 오프라인 서점에 두고 보았을 때는 느낌이 또 달라서요. 홀로그램 같은 것 잘 보이나 체크도 하고요. 그래서 띠지를 모아두는 거죠. 가장 주목이 잘 되는 걸 고르기 위해서.
김: 작가님들 데이터베이스, 아이디어 클라우드에 정리하시는 거 보고도, 역시 기획은 평소 축적한 것에서 나오는 거구나 느꼈습니당!
강윤정: 그거 사실 초고에는 클라우드가 아니라 외장하드였습니다. ㅋㅋ 그러다 막판에 너무 구식이지 않나 싶어서 바꿨어요. 나 땐 클라우드 없었어요.
김: 저는 ‘(기획자는) 내 취향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어요.
강윤정: 네, 아무래도 편집자들은 평소에 책을 좋아해 온 사람이 많고, 그래서 책이나 작가, 콘텐츠들에 대해 자기만의 기준이 분명하고 그 기준선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막상 편집자가 되어 일을 하다 보면 자기가 갖고 있던 그 기준들이 외려 방해가 될 때가 많더라고요.
김: 제목, 표지도 엄청 고심해서 지으시더라고요. 최근 이건 내가 만들었지만 참 좋다 싶은 책이 있다면요?
강윤정: 제목이라면 『내일의 연인들』, 『사랑이 한 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목만 봤을 때는 강렬하지 않을 수 있지만 표지랑 어우러졌을 때 느낌이 생각했던 대로 잘 나온 책이라서 올해 작업한 책들 가운데 마음에 많이 남는 책이랄까요.
엄: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끝으로, 3년 차 편집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강윤정: 3년차라… 당시의 저를 다시 만난다면, 1) 이제 책 만드는 거 감 좀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럴 때 실수한다! 2) 그치만 프로세스를 익혔으니 더 잘 맞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 고민된다면 적극적으로 그 고민을 이어가도 좋을 것 같아. 3) 이직해야 연봉 오른다 4) 자신감을 가져. 5) 10년 뒤에 목허리디스크 오니까 관리 좀 하고!
엄: 역시 편집자K…!
강윤정: 눈물이 나네요.
김: 오늘 꿀팁을 많이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윤정: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코시국엔 모다? ‘톡터뷰’다!
엄: 역시 카피라이팅 실력도! ㅎㅎㅎㅎ 훌륭하심!
엄, 김: 연말 잘 보내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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