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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원 “카카오, 네이버의 핀테크 비결은?”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김강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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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핀테크가 금융 기술 혁명이 아닌,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떤 기능을 더할 것인지가 아니라 몇몇 핵심적인 기능을 어떻게 완벽하게 잘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2020.12.22)


“21년 만에 공인인증서 폐지”, “마이데이터 진영 갖추는 은행들”, “알리페이 한국 진출 검토” 연일 금융 시장 변화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새바람이 금융 시장에 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를 은행이 아닌 ‘핀테크’가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행에 가지 않은 지 오래다. 카카오톡으로 송금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하고 뱅크샐러드로 자산관리를 한다. ‘뱅크’나 ‘페이’라는 이름으로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핀테크 관련 이슈들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은행조차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는 세계 3대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과거 핀테크 회사에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금융 서비스 시장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다룬다. 이 책은 단순히 트렌드를 짚는 것에 멈추지 않고 어떤 산업이든 독자들이 금융 서비스 시장에 열린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핀테크라는 말이 처음 주목을 받았던 건 몇 년 전인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핀테크 기업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몇 년 전에 토스,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서비스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핀테크에 관한 관심만큼이나 ‘정말 저게 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은 없죠. 지금은 오히려 ‘과연 핀테크 기업들이 어디까지 클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라인파이낸셜, 라인뱅크로 핀테크 산업을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도 토스뿐만 아니라 토스페이먼츠, 토스 인슈어런스(보험), 토스증권, 토스뱅크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고요. 주식 시장에도 기존에는 웹케시, 세틀뱅크, 아톤과 같은 B2B 핀테크 회사들만 있었지만, 이젠 고객들에게 직접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Big-tech) 기업들이 속속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장외 시장에서는 이미 놀랄 만한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런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각광받으면서 페이 사용자가 늘고, 은행에 가는 사람들이 줄면서 핀테크 시장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요. 결국에는 지폐가 없어지고 은행이 사라지게 될까요?

아마 요즘 딱히 지폐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갑 속에 들고 다니는 현금이 평균 5만 3천 원 수준인데, 이는 2년 전과 비교하면 2만 7천 원가량 줄어든 수치입니다. 점점 더 많은 분들이 NFC 결제나 QR결제 같은 간편 결제 방식들을 선호하면서 지폐 사용은 궁극적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디지털 위안화가 선보여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화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때문에 은행도 상당한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온 몇몇 선도적인 은행을 제외하면 여전히 많은 금융기관은 변화에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런 사이 카카오뱅크는 이미 일부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고요. 언제든지 전통 은행들이 핀테크를 내세운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체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온 거죠. 다만 그렇다고 해도 은행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존에 오프라인 지점에서 제공하던 여러 기능은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오프라인은 훨씬 더 고도화된 컨설팅, 상담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을 통해 전체 금융 서비스가 더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이죠.

2020년 12월 10일, 21년 만에 공인인증서도 결국 폐지되었는데요. 복잡한 절차가 사라져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증이 쉬워지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개인정보 보안 사고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요?

저는 오히려 보안이나 인증 업계에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보안이 더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원래 공인인증서는 여러 인증 수단들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가 인정되면서 새로운 보안, 인증 방식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옥타(Okta), 핑아이덴티티(Ping Identity) 같은 기업들이 성장하며 더 안전하면서도 간편한 보안 방식들이 등장했지만, 한국엔 이런 성장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공인인증서의 우월적인 지위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으면서, 통신 3사의 패스(PASS), 카카오페이 인증, 네이버인증서 간에 더 나은 보안, 인증 방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본격화될 겁니다.

이런 변화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보안이 점차 고객의 불편을 통해서가 아닌, 시스템적인 검증 절차에 기반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요즘 보안, 인증 방식은 고객들에게 복잡한 비밀번호를 외우게 하거나, 추가적인 인증 절차를 거치게 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간단한 생체인증이나 핀(PIN)으로 인증하면 됩니다. 대신 이때 스마트폰이나 PC에서는 고객의 접속 환경이나 보안 모듈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서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시스템적인 검증을 수행하는 것이죠.

고객에게 의존하지 않는 보안 체계를 가져가게 되면, 더 이상 고객들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노출되어서, 혹은 인증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여러 보안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됩니다. 고객들이 간편하게 느끼면서도 안전한 보안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몇몇 이슈들이 부각될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안, 인증 수준이 이전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강화될 겁니다.



공인인증서 이슈만큼이나 최근 핀테크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마이데이터 사업인데요.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논란도 많았습니다. 이제 곧 사업 심사 결과가 발표될 텐데 앞으로 이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 시장은 당연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에 산재해있는 여러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고객들에게 맞춤화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반응이 분명 좋을 겁니다. 유럽연합, 영국, 호주와 같은 곳에서는 먼저 마이데이터 산업이 시작했음에도 실제 공유되는 데이터가 제한적이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강제하면서 파급 정도가 훨씬 클 것입니다.

그간 신용평가가 어려워 은행에서 소외된 많은 분들에게는 제대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열렸고, 진정한 의미의 자산관리 서비스도 시작될 것입니다. 또한 금융 서비스 시장 자체가 더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로 나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 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이 금융과 전혀 관련 없는 산업에서 금융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는데, 아마존이나 구글, 알리바바도 그렇고 이러한 흐름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습니다. 대체 왜 그들은 금융업에 주목하는 걸까요?

금융 시장은 정말 커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른 서비스와 만들 수 있는 시너지가 많으면서도, 제공 가능한 고객 범위가 넓죠. 이런 기업들이 대체로 결제, 송금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니 이에만 머물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결제, 송금과 같은 사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로 어느 정도 고객들을 모으고 나면 대출, 자산관리,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죠. 

이들 서비스는 고객 대부분을 타깃으로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와의 연계 수준도 높이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쇼핑 부문만 생각해봐도 결제 서비스를 붙였을 때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도 많아져서 더 많은 거래가 발생되게 할 수 있고, 고객이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해줄 수도 있게 되죠. 또 이런 여러 거래 이력을 토대로 자산관리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고, 연계성도 좋기 때문에 금융업에 관심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전 세계 여러 분야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토스 말고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또 없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제공하고 있는 레이니스트, 보험 시장을 혁신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보맵, P2P 금융 분야를 이끌고 있는 어니스트펀드, 피플펀드컴퍼니가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도입되면서 그간 성장을 가로막고 있던 여러 장애물이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P2P 금융 분야도 지금 당장은 높은 부실률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지만, 올해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적용되면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시장에 안착할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보면서 앞으로 변화하는 금융 시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책에 담겨 있진 않지만, 꼭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최근에 핀테크, 나아가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변화를 독자들께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요. 다만 이런 변화가 단순히 금융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통사, 통신사, 부동산 회사 등 여러 부문에서 산업에 대한 경계 없이 핀테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핀테크 회사라는 앤트그룹 역시 이커머스, 즉 쇼핑몰이었고요. 우리나라도 이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나 쿠팡, 이베이코리아, 신세계 같은 유통사들도 핀테크에 한창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산업에서 어떤 흥미로운 시도들이 발생할지 늘 관심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께서 직접 책을 읽으시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에 핀테크를 어떻게 접목해볼 수 있을지 고심해본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가 금융 서비스의 또 한 번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강원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펌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평소 경영전략과 재무, 기술경영 부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베인앤드컴퍼니에 합류하기 전 핀테크 회사에서 일하며 경영전략 수립, 사업 기획 등을 담당했다. 전 회사의 기업 공개(IPO) 실무 총괄을 맡았으며 핀테크 서비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및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했다. 또한 다수 스타트업의 M&A와 PMI(Post-Merger Integration)의 과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디지털 금융 시장을 변혁하는 여러 핀테크 기업의 등장을 목도하고,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관심을 두게 됐다. 이 밖에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 금융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해커톤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kyle.kangwonkim@gmail.com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김강원 저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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