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온라인 북토크 현장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 정해연, 정명섭, 차무진 작가 4인과의 수다
우리는 ‘연결’로 의미를 짓습니다. (2020.12.10)
만남이 줄어든 요즘. 그럼에도 사람들은 ‘연결’을 멈추지는 않는다. 우리가 서로 만났을 때 얻는 자극과 즐거움이 있고, 거기서 발견되는 새로운 의미도 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엮어 만드는 ‘앤솔로지 문학’도 그렇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출간을 기념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만나고 뭉치는 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하며 들어봤다. 답변은 작가들이 나눈 대화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앤솔로지란 무엇인가요? 앤솔로지 문학의 매력을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스어 ‘앤솔로기아(anthologia: 꽃을 모아놓은 것)’에서 유래한 말로, 단편집이면서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모은 것을 ‘앤솔로지’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공통 주제가 있고, 그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색깔을 맛볼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만약 주제가 모자라면 누구는 모자에 관한 고전을 재해석하고, 또 다른 누구는 모자를 쓰고 다녀야만 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식이죠.
작가가 되는 길이 다양하듯 이들의 출발점도 달랐다. 한 명은 등단 작가에서 앤솔로지로 영역을 넓혀왔고, 다른 세 명은 원래의 직업을 포기하고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랬던 이들을 만나게 해준 것이 ‘앤솔로지’였다.
처음부터 단편을 쓰셨나요?
다 그렇지는 않아요. (아닌 한 분은) 처음 단편을 제안 받았을 때 못쓰겠다고 했어요. 장편을 두 권 쓴 사람이 단편을 못쓴다니.. 상대방은 거절을 이렇게 하는구나 했겠지만 진심이었어요. 단편쓰기는 아예 다른 영역입니다. 단편에 맞는 인물과 세계관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단편은 쉽지 않냐, 글을 제대로 쓰려면 장편을 써야 하지 않냐는 오해가 있지만 글쓰기는 모두 어렵습니다. 분량이 적다고 힘이 덜 들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앤솔로지는 주제가 정해진 단편집입니다. 여럿이 쓰는 것인 만큼 주제를 찾고 정하는 과정이 몹시 궁금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합니다. ‘북 앤솔로지’는 눈앞의 책을 보고 덤벼든 것이고, ‘빌런 앤솔로지’는 모두가 히어로 이야기를 하니까 우린 좀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심오하게 짜는 것보다 가볍게 농담처럼 할 때 결과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를 합의하기 위한 과정은 별 것 없습니다. 여럿이 있어도 보통 한 명이 밀고 나가면, 그 의견에 동조하면서,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에 힘을 모읍니다. 사실 앤솔로지는 아이디어만 갖고 하기 어려운 것이.. 작가들을 모으는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걸 명섭 작가님이 잘해주십니다.
기획자는 어떤 수고를 더 하세요?
스스로 참여하는 작가이면서, 출판사와 작가 사이에 의견 조율을 도맡아서 합니다. 중간에서 오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하고요. 기획자라고 대우를 더 받는 건 없습니다. 자기 만족이죠. 서로 믿고 좋아하는 작가들과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작가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 쓰는 것과 달리 주제와 일정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작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건 좋지만 부담도 됩니다. 저랑 같이 했던 K 작가는 이틀만에 단편을 끝내시더라고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엄청 쫄려요. (웃음)
책을 기획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되는 대로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완성된 책만 보니까 그런데.. 사실 그렇게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도와 실패들이 있었겠어요. 밑도 끝도 없이 하다가 보면 비웃음을 살 수 있겠지만, 그 비웃음 너머에는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내가 기획을 하나 했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 뿐인 거에요. 결국 모두가 보고 있는 것에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책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마침 맴버들 모두가 참여한 신작 앤솔로지가 나왔습니다. 제목이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인데,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말’에 관한 앤솔로지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출판사에서 ‘말의 무게’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왔습니다. 마음에 들었어요. 주제가 정해지고 나면 절반의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글감을 찾고 어떻게 풀어낼지는 각자의 몫이죠. 나는 이걸 쓰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도 없었어요. 그래도 결과물을 보고는 자기 색깔 대로 잘 나왔구나 했어요.
「리플」을 쓴 정해연 작가는 사회 문제인 악플을 소재로 “말이 사람을 무너뜨리는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썼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의 김이환 작가는 “말실수 때문에 걱정하는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는 말로 인한 깊은 상처를, 「햄릿이 사라진 세상」은 말이 사라진 세상을, 「말을 먹는 귀신」은 나쁜 말을 하게 만드는 귀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완성된 앤솔로지가 다채롭게 보이는 것은 닮은 듯 다른 시선들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서로의 처음과 장점을 이해하는 사람들 간의 단단한 ‘끈’이 이들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었어요.
서점에서 네 분 작가들을 검색해보고 굉장히 다작을 하고 있음에 놀랐습니다. 책들 중에는 앤솔로지 뿐 아니라 개인 작품도 눈에 띄었고요. 다작을 하시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하루에 글쓰는 시간을 정해놓고 씁니다. 못쓰고 가만히 있더라도 괜찮으니까.. 시간을 따로 내서 쓰려고 하면 잘 안 됩니다. 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합니다. 도서관이나 논문을 주로 참고하는데, 거기서 얻은 소스에 상상력을 더해서 씁니다. 현장 취재의 방법도 있지만 입문자들에겐 간접 경험을 권하고 싶어요. 저도 청소년 책을 쓸 때는 아이들의 유튜브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쓰기의 훈련으로는) 평소 휴대폰을 잘 보지 않습니다. 음악도 듣지 않고요. 일상에서 보고 들리는 풍경에 집중하는 편이고.. 그걸 문장으로 떠올려봅니다. 한번 생각했던 문장을 쓸 때 생생한 느낌이 담기는 것 같아요.
작가 지망생에게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일단 글을 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누군가의 방법을 좇는 것도 좋지만 쓰는 게 먼저입니다. 기회는 그 뒤에 찾아옵니다.
앤솔로지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요?
한 권을 잘 썼다고 어디서 모셔가거나, 한 권을 망쳤다고 쟤는 안 돼 그러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요. (웃음) 이 세계도 경쟁이 치열하고.. 창작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일입니다. 그러니 두려움을 내려놓고 글을 씁시다.
*지난 11월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앤솔로지를 씁니다’ 라이브 방송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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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환>,<정명섭>,<정해연>,<조영주>,<차무진> 저11,700원(10% + 5%)
“잊지 마. 네 ‘말’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관심과 상처 사이, 한 번쯤 겪어봤을 ‘말’을 둘러싼 사건들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고민하는 10대들을 위한 옴니버스 소설집 ‘빌거’ ‘진지충’ ‘김치녀’…… 요즘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부정적이고 공격성 가득한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