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부캐 특집] 부캐에 대한 상상 - 윤고은, 유희경, 김서령 외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0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작가는 어떤 부캐를 꿈꾸는가? 두 개, 어쩌면 그 이상의 본캐로 살아가는 작가 5인에게 물었다. 어떤 부캐를 갖고 싶냐고. (2020.10.16)



작가는 어떤 부캐를 꿈꾸는가? 두 개, 어쩌면 그 이상의 본캐로 살아가는 작가 5인에게 물었다. 어떤 부캐를 갖고 싶냐고. 



장수연 라디오 PD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을 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나는 어른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못했다. 대학-취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다수의 길’에서 이탈한 적 없다는 건 나의 내밀한 콤플렉스다. 내 본캐는 직장인과 엄마다. 무엇도 ‘부’로 내릴 수 없는 강력한 두 본진을 오가며 메말라갈 때 겨우 찾은 숨구멍이 ‘글 쓰는 사람’이라는 부캐였으니, 나는 부캐조차도 이토록 절박하고 무거운 사람이다. 그러니 상상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이어 그리는 게 아니라 백지 위에 첫 선을 긋는 것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가벼워질 테다. 기필코 가볍게 길을 벗어나고 말 테다. 본진 따위 아무 데도 두지 않고, 그때그때 부캐만 굴려가며 살고 싶다. 혼자서 둥둥 떠다니다 빵 터져버리는 풍선처럼 죽고 싶다. 외롭고 싶다. 내가 꿈꾸는 부캐는 혼자 사는 사람이다. 일찍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하신 바 있다, 원룸에 혼자 사는 엄마. 나도 남편에게 미리 이야기해두었다. 애들 다 크면 우리 옆집 살자고. 



윤고은 소설가

제법 오래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통장이 되고 싶다. 나는 사실 이웃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매일 집을 나서는, 다소 유령 같은 존재다. 내 안에는 호기심이 폭발하는 소설가도 살고, 다정한 라디오 DJ도 살지만, 초인종이 울리면 집에 없는 척하는 유령 주민도 산다. 당연히 소식의 사각지대에 있다. 20년 경력의 이웃들 틈에서 입주 5개월 된 신상은 이런 상상을 한다. 통장이 되어서, 내가 통장이 된다면, 통장으로서 나는…. 일단 지금 창밖에 보이는 저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내리라고. 




서늘한여름밤 

낮에는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에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밤에는 집에서 그림일기를 그린다. 

뜨거운여름밤(직업: 라틴 댄서)을 부캐로 갖고 싶다. 낮에는 귀여운 캐릭터로 그림일기를 그리고 밤에는 반짝이고 푹 파인 원피스를 입고 아찔하고 열정적인 춤을 추는 라틴 댄서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땀에 흠뻑 젖어서 음악에 취해 모든 걸 잊고 싶다. 그렇게 살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마음이 펄떡거릴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춤을 정말, 몹시 못 춘다.) 



유희경 시인 

혜화동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 주인이기도 하다. 

부캐라니 그런 상상을 꾸려볼 여력도 없었나 보다. 무엇 하나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을 보니. 그리하여 슬퍼졌는데, 때마침 시인 유진목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길게 대화를 했는데, 그러면서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잊고 말았다. 통화를 마칠 때쯤, 진목이 말했다. 난데없이, “지금 유희경으로 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 더 불행한 삶이었으면 어쩔 뻔했어. 그게 고마운 거야” 하고. 그래서 안심하기로 했다. 



김서령 소설가이며 번역가

출판사 폴앤니나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 내 기분에 대해 말하라면 ‘스멀스멀’이다. 정말이지 스멀스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온몸을 타고 오르는데 내년에는 꼭 그림 산문집 한 권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이미 10년 전부터 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 했다. 애플 펜슬 들고 골머리를 썩지만 원고지보다 아이패드 캔버스 채우는 일이 백배는 어렵다.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가 ‘그림대마왕 키트’ 같은 걸 좀 선물해주었으면. 그 키트를 장착하면 한 시간 안에 멋진 그림 한 장씩 쓱쓱 그릴 수 있는 뭐 그런 능력이 생긴다거나. 그래서 나는 여섯 살 아이와 매일매일 싸움질을 한다. “그거 엄마 아이패드잖아! 내놔!” 하면서 말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다운, 문일완

오늘의 책

‘가가 형사 시리즈’ 최신작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범인이 자수하면서 해결되는 것 같지만, 범행 과정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다. 진상을 밝히고자 가가 형사가 나선다.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전통 미스터리 소설로 여름의 열기를 식혀 보시길.

변화의 흐름을 잡아라!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가 선정한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담았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 이슈부터 부활하는 일본과 떠오르는 인도까지. 14가지 핵심 토픽을 정리해 세계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본다. 급변하는 세계의 변곡점에서 현명하게 대응하고 부의 기회를 만들어보자.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다

선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을 때 우리에겐 역사가 필요하다 더 깊어진 통찰과 풍부해진 경험으로 돌아온 최태성 저자의 신간.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넘어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는 방법을 다룬다. 역사에서 찾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가치는 여전히 역사의 쓸모를 증명한다.

성적이 오르는 아이의 비밀은 어휘력!

초등어휘일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30만 학부모 멘토 이은경쌤이 엄선한 10대가 꼭 알아야 할 국어 교과서 문학,비문학 속 필수 어휘! 교과서 속 처음 접하는 '낯설고 생경한 어휘'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의 기본기가 되어 줄 어휘력! 하루 10분, 하루 1장 씩 자연스럽게 익혀 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