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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특집] 부캐에 대한 상상 - 윤고은, 유희경, 김서령 외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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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떤 부캐를 꿈꾸는가? 두 개, 어쩌면 그 이상의 본캐로 살아가는 작가 5인에게 물었다. 어떤 부캐를 갖고 싶냐고. (2020.10.16)



작가는 어떤 부캐를 꿈꾸는가? 두 개, 어쩌면 그 이상의 본캐로 살아가는 작가 5인에게 물었다. 어떤 부캐를 갖고 싶냐고. 



장수연 라디오 PD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을 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나는 어른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못했다. 대학-취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다수의 길’에서 이탈한 적 없다는 건 나의 내밀한 콤플렉스다. 내 본캐는 직장인과 엄마다. 무엇도 ‘부’로 내릴 수 없는 강력한 두 본진을 오가며 메말라갈 때 겨우 찾은 숨구멍이 ‘글 쓰는 사람’이라는 부캐였으니, 나는 부캐조차도 이토록 절박하고 무거운 사람이다. 그러니 상상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이어 그리는 게 아니라 백지 위에 첫 선을 긋는 것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가벼워질 테다. 기필코 가볍게 길을 벗어나고 말 테다. 본진 따위 아무 데도 두지 않고, 그때그때 부캐만 굴려가며 살고 싶다. 혼자서 둥둥 떠다니다 빵 터져버리는 풍선처럼 죽고 싶다. 외롭고 싶다. 내가 꿈꾸는 부캐는 혼자 사는 사람이다. 일찍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하신 바 있다, 원룸에 혼자 사는 엄마. 나도 남편에게 미리 이야기해두었다. 애들 다 크면 우리 옆집 살자고. 



윤고은 소설가

제법 오래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통장이 되고 싶다. 나는 사실 이웃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매일 집을 나서는, 다소 유령 같은 존재다. 내 안에는 호기심이 폭발하는 소설가도 살고, 다정한 라디오 DJ도 살지만, 초인종이 울리면 집에 없는 척하는 유령 주민도 산다. 당연히 소식의 사각지대에 있다. 20년 경력의 이웃들 틈에서 입주 5개월 된 신상은 이런 상상을 한다. 통장이 되어서, 내가 통장이 된다면, 통장으로서 나는…. 일단 지금 창밖에 보이는 저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내리라고. 




서늘한여름밤 

낮에는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에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밤에는 집에서 그림일기를 그린다. 

뜨거운여름밤(직업: 라틴 댄서)을 부캐로 갖고 싶다. 낮에는 귀여운 캐릭터로 그림일기를 그리고 밤에는 반짝이고 푹 파인 원피스를 입고 아찔하고 열정적인 춤을 추는 라틴 댄서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땀에 흠뻑 젖어서 음악에 취해 모든 걸 잊고 싶다. 그렇게 살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마음이 펄떡거릴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춤을 정말, 몹시 못 춘다.) 



유희경 시인 

혜화동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 주인이기도 하다. 

부캐라니 그런 상상을 꾸려볼 여력도 없었나 보다. 무엇 하나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을 보니. 그리하여 슬퍼졌는데, 때마침 시인 유진목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길게 대화를 했는데, 그러면서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잊고 말았다. 통화를 마칠 때쯤, 진목이 말했다. 난데없이, “지금 유희경으로 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 더 불행한 삶이었으면 어쩔 뻔했어. 그게 고마운 거야” 하고. 그래서 안심하기로 했다. 



김서령 소설가이며 번역가

출판사 폴앤니나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 내 기분에 대해 말하라면 ‘스멀스멀’이다. 정말이지 스멀스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온몸을 타고 오르는데 내년에는 꼭 그림 산문집 한 권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이미 10년 전부터 했다. 그런데 아직도 못 했다. 애플 펜슬 들고 골머리를 썩지만 원고지보다 아이패드 캔버스 채우는 일이 백배는 어렵다.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가 ‘그림대마왕 키트’ 같은 걸 좀 선물해주었으면. 그 키트를 장착하면 한 시간 안에 멋진 그림 한 장씩 쓱쓱 그릴 수 있는 뭐 그런 능력이 생긴다거나. 그래서 나는 여섯 살 아이와 매일매일 싸움질을 한다. “그거 엄마 아이패드잖아! 내놔!”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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