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자연은 씩씩한 삶만을 허락한다
책읽아웃 -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57회) 『살아있다는 건』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마스터리의 법칙』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10.15)
자연 속에서 사유한 것들을 담은 『살아있다는 건』, 풍요로움이 어떻게 지구를 망가트려 왔는지 보여주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자신의 일에 진지한 사람들이 봐야할 책 『마스터리의 법칙』을 준비했습니다.
김산하 저 | 갈라파고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김산하 작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영장류학자이고요. 김한민 작가님의 형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형제가 같이 그림 동화 『STOP!』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시다 보니까 생명다양성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계세요. 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도 맡고 계시고, 제인 구달 연구소의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프로그램의 한국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작가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계세요. “이 책은 살아있는 것들을 보며 든 생각을 담은 책이다”라고 쓰셨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 이 책은 뭐냐 하면, 한 인간이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낸 거예요. 그들을 관찰하면서. 나는 인간도 알고, 동물과 식물에 대해서도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사유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장을 보면 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새의 이름이 ‘상모솔새’예요. 머리에 노란색 털이 있어서 ‘상모’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몸무게가 5g 정도 되고 길이는 10cm도 채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새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새가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그래서 한겨울에도 이 작은 몸으로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는 거예요. 김산하 작가님은 새들을 통해서 씩씩하게 사는 태도를 본다고 쓰셨어요. 사실 씩씩하다는 건 ‘주어진 조건과 상관없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건데, 새들이 그렇게 살아가더라는 거죠. 이 책의 문장이 정말 좋은데요. 새와 씩씩함에 관해서는 이렇게 쓰셨습니다.
“비바람이 불건, 눈보라가 몰아치건, 뙤약볕이 내리쬐건 늘 해오던 대로 서슴없이 사는 것. 아마 이것이 씩씩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계통과 생태가 다른 이 세상 모든 생물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기본 생활 자세다. 자연은 씩씩한 삶 외에는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프 자런 저/김은령 역 | 김영사
호프 자런은 『랩 걸』을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보는 것 같이 지구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에요. 띠지를 보면 이슬아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는데요. “이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읽으며 새로운 풍요를 모색하고 싶다. 지구를 더 이상 망치지 않는 풍요를”이라는 추천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원제는 ‘The Story of More’예요. 여기에서는 ‘More’를 ‘풍요’라고 번역을 해주셨더라고요. 책을 쭉 읽어 보면 ‘풍요’라는 번역어가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More’라는 게 결국 더 많은 것들, 잉여라든지 ‘더’에 해당하는 단어잖아요. 결국 인간들이 필요보다 더 가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원제가) ‘The Story of More’인데, 어떻게 보면 욕심이잖아요. ‘욕심’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풍요’라고 번역함으로써 그렇게까지 비판적이지는 않지만 ‘이 풍요로움, 이 좋은 것들이 어떻게 지구를 망가트려 왔는가’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더 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호프 자런은 과학자이고, 이 분이 2009년에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학장이 부르더래요. 그러더니 기후 변화에 대한 수업을 하라고 요청한 거예요. 그랬더니 작가님이 뭐라고 했냐 하면 “나는 한숨을 쉬며 의자 깊숙이 몸을 구겨 넣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을 살피도록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금연을 시키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들 지구가 망가져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고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 보기는 싫어하는 거죠.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추정치가 별로 없어요. 사실을 기반으로 계속 데이터들을 이야기하는데요. 대개의 기후 위기를 말하는 것들은 ‘지금 온도가 평균적으로 몇 도 올랐고 온도가 몇 도 더 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책에는 상대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 현재 어떻게 되었느냐. 호프 자런이 태어난 해인 1969년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에너지 사용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수치에 대해서만 거의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조금 건조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랩 걸』에 해당하는 소설적인 느낌도 분명히 있는데요. 조금 더 자신이 맡았던 수업에 기반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재밌고 여전히 흡인력 있으므로 그렇게까지 건조하지만은 않습니다.
로버트 그린 저/이수경 역 | 살림Biz
이 책은 <책읽아웃>에서 한 번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재수 작가님이 나오셨을 때였어요. 재수 작가님이 ‘사람들에게 권할 단 한 권의 책을 꼽는다면?’이라고 했을 때 최근에 읽은 책이라며 『마스터리의 법칙』을 꼽아주셨습니다.
저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게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얼마 전에 『말하기를 말하기』 북토크를 했을 때 어느 분이 그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커리어 전환이 아주 스무스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운용하고 계시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그렇게 보인다면 제가 정말 성공적이었네요’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커리어에 있어서 운도 분명히 있었고요. 그 운을 어떻게 활용해야 될지, 그 운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될지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제가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두 번째 회사를 들어가기까지 그 사이에 1년 10개월을 쉬었는데, 그때 시간에 ‘나의 천직은 뭘까?’ 하면서 저의 핵심역량 같은 걸 뽑아내 보려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물론 일을 하고 있으면서 그런 걸 쌓아나갈 수도 있겠지만, 커리어를 조망하려면 몇 걸음 뒤로 물어나서도 봐야 하는데 눈앞에 벽이 있을 때는 그 벽을 보느라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잖아요. 저는 그때 그런 시간을 가졌던 게 제 커리어 인생에서는 아주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저의 커리어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선배에게 묻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이 이 책에 아주 단단히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로버트 그린이라는 작가가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는 책은 아니에요. 자기가 방대하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뽑아낸 것들을 친절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책이기 때문에 너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느끼는 책입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에 진지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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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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