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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샤워 후 마시는 맥주 한 모금 같은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56회) 『여성 연쇄살인범의 초상』,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음식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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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0.10.08)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가 ‘샤워 후 마시는 맥주 한 모금 같은 책’이잖아요. 캘리 님이 가장 열광하셨던 것 같죠? 생활 패턴이 담긴 주제라 그랬던 건가요?(웃음) 

캘리: 그렇죠, 샤워 후에는 반드시 맥주를 마셔야 합니다. 

프랑소와 엄: 그래요? 저는 샤워 후에 맥주를 마셔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난 주말에 시도를 했다가 한 캔을 다 못 마셨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여성 연쇄살인범의 초상』

토리 텔퍼 저 / 최내현 역 | 눌민



역사 속에 있던 여성 연쇄살인범들을 14개의 챕터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 인물이 1950년대일 정도로 오래 전 있었던 인물들을 다루고 있어요. 이 거리감 덕분에 조금은 추리소설을 읽듯이, 약간 마음을 놓고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경고해야 할 것 같아요. 심장 약한 분들은 조심하셔야 해요. 살인 장면 묘사가 나오는데 읽기 힘든 부분이에요. 여기 등장하는 살인자들은 돈을 위해서 반복해서 남편들을 죽이고, 재혼을 해서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또 죽이거나 사소한 화를 참지 못해서 하녀들을 죽이거나 체계적으로 여행자들을 타깃으로 해서 죽이는 연쇄살인범들이에요. 입에 다 담기가 힘든 사건들이죠. 그런데 왜 이 책이 좋았느냐, 하면 또 할 말이 많아요. 

작가는 ‘맺는말’에서 "인간의 역사는 죽음의 유산이기도 하기에,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소를 짓는 동시에 전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하거든요. 공감했어요. 개별 사건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아주 끔찍하고, 무고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매우 화가 나죠. 동시에 사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우선 초반에 '연쇄'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면 달랐으리란 점이에요. 살인이 반복된 데에는 ‘이래도 안 걸리는구나’라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것은 꼭 여성 연쇄살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죠. 그렇다면 왜 ‘여성 연쇄살인’인가, 를 살펴볼게요. 

과거의 일이라 더 그랬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사건의 공통점은 여성 연쇄살인범이 잡혔을 때 그 사람이 매력적인지를 먼저 다룬다는 거예요. 저자는 "이 방식을 통해 그 여자는 덜 인간적으로, 더 신화적으로 포장된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여성은 착한 주부거나 어린 소녀거나 외모에 관심이 많거나 사랑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로 몇 가지 카테고리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 사회에 그걸 벗어난 존재가 나타났으니까요. 그렇다면 아주 특별히 이상한 존재거나 이해할 수 있는 범주 안에만 있어야 하는 거예요. 

작가도 밝히지만 이들을 하나 하나 지켜보고 어떤 맥락에서 살인을 저질렀는지 보는 것이 결코 이것을 미화하거나 이들을 페미니스트의 대표로 포장하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이들이 만들어진 사회적, 개인적 맥락을 따져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책의 맨 뒤에 저자와의 Q&A도 있고, 책을 쓰면서 들었던 음악 목록을 실어두기도 했어요.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책입니다. 소개하다 보니 맥주보다는 독주에 가까운 책이네요.(웃음)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오지은 저 | 이봄


한 번은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떠올라 가지고 왔습니다. 부제가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기’예요. 여행지의 역사와 흥취를 섞어 쓰는 여행기도 있고, 여행기지만 여행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도 있죠. 그런데 이 책은 여행을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지역이나 건축물을 꼭 봐야 한다는 권유도 없어요. 그저 기차 여행을 좋아하니까 ‘이번에는 저기를 가볼까?’ 하는 식이죠. 게다가 기차 여행이잖아요. 비행기보다 천천하지만 밖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앞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구석에 파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 또한 여행을 좋아하다니. 아이러니와의 계속되는 싸움이다.” 저와 닮은 면을 발견해서 반가웠고요. 요즘은 여행이 어려우니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계절마다 여행을 다니던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봤어요. 이 책은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데요. 샤워 후에는 개운하잖아요. 그때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 더 개운해지고, 청량해져요. 이런 느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것은 마치 보상으로서의 맥주 한 모금인 거죠. 여행이란 것도 어쩌면 일상에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나에게 보상을 주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여행을 다룬 책으로 대신하자는 의미로 가지고 왔어요. 

이 책에서 작가님은 ‘그냥 즐겁고 싶다’는 마음 가짐으로 여행을 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할 일 목록이 촘촘히 짜여 있지 않은 여행을 했고요. 한 가지 정한 것이 있다면 헬싱키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끝나는 기차 여행의 루트뿐이었죠. 그 안에서 하는 일은 그때 그때 정했어요. 보통 여행을 가면 한 군데라도 더 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잖아요. 물론 그런 사람들에겐 더 많은 풍경이 담기겠죠. 하지만 작가님은 스스로를 ‘게으른 여행자’로 칭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기도 해요. 

여행자의 특권은 편견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다. 며칠 만에 어떤 장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리 없다. 여행자에게는 단편적인 인상 몇으로 결론을 내릴 특권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편견이 깨지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도 있다. 역시 가보지 않으면 몰라,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하고 깨닫고 싶은 욕심. 

작가님만의 냉소와 유머가 있고요.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든 여행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어딘가에 다녀온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든 정말 좋아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음식의 위로』 

에밀리 넌 저 / 이리나 역 | 마음산책



부제가 ‘다친 마음을 치유할 레시피 여행’이에요. 오늘 주제가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책인데요.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어요. 내용이 은근히 셉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따뜻한 느낌의 책이겠다, 싶어서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첫 장에 나온 글귀가 좋았어요. ‘음식으로 마음이 한결 느슨한 상태가 되면 사랑을 주기가 더 쉬워진다.’ 

초반에 등장하는 저자 스토리가 엄청나요. 저자는 오빠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충격을 받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요. 사랑하던 약혼자와도 이별을 합니다. 그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 딸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아주 기뻐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들과 헤어지게 된 거죠. 그들과 좋은 아파트에서 여유롭게 살다가 헤어지면서 거기서 나왔고요. 당시 저자의 통장에는 240달러밖에 없었대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정했던 마음을 저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데요. 글 올린 것을 후회할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따뜻한 위로를 전했어요. 비난은 없고요. 그 중 한 지인이 좋은 음식을 먹고, 그것을 다이어리에 적어보라는 조언을 했고요.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읽으면서 자신의 아픔과 힘듦을 이렇게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고백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간절히 잊고 싶은 일이 있다면, 파운드케이크’, ‘가족이 뭘까 싶을 때, 롤빵 굽는 시간’, ‘까칠한 할머니의 기막힌 레몬 케이크’, ‘내내 무탈한 사람은 없다, 살라미 샌드위치’ 등 챕터 제목만 봐도 아주 매력적이고요. 맥주만 마셔도 좋지만 맥주를 마실 때 간식이 있어도 좋겠죠. 뭔가 음식을 만들고 싶을 때 이 책을 보면서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저자는 음식을 해서 정신적인 힘듦이 다 회복됐다고 말하진 않아요. 하지만 스스로가 더 강해졌고, 마음이 평온할 때도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진짜 글도 좋고, 저자의 솔직함도 위로가 돼요. 요리에 관심 없는 분들은 소개된 레시피는 안 읽어도 되거든요. 힘든 분들,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 다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다행스럽게도 나는 인생이 연회가 아니라 포트럭 파티임을 깨달았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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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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