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켱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응켱 저자 인터뷰
조급함 대신 신중함으로, 어떤 선택에서든 부디 곁에 있는 오늘의 낭만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 없을 때까지 버텨보는 그 경험도 위대하고 소중한 걸요. (2020.10.14)
『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는 퇴사 후 일상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부지런히 균형을 찾아 나가는 일러스트 작가 응켱의 유쾌한 글과 그림이 담겨 있다. 타인의 시선과 속도가 아닌, 자신만의 속도와 시선으로 꿋꿋하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늘 남의 시선과 시기와 질투로 경쟁하는 우리들에게 단순하지만 잊고 살아왔던 내 인생의 소중함과 낭만을 깨닫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행복한 것’임을 말이다.
현재 SNS를 통해 꾸준히 연재를 하고 굿즈를 제작하는 등 활발하게 작업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번에 책 출간을 하셨어요. 이렇게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책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가보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그게 ‘책’의 형태가 될 거란 생각은 못 했어요. 사실 퇴사 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할 줄 아는 수준의 쓰고 그리기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간 억눌러왔던 개인적인 생각이나 사소한 감정들을 토해내고 있었죠. 내가 지금 하는 행위가 ‘인스타툰’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며 어딘가에 한번도 속 시원하게 꺼내놓은 적 없던 이야기들, 그저 그렇게 투박하게 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감성은 쓸데없고 낭만은 사치’라던 제가 살아왔던 세계에 대한 억울함, 분노, 어쩌면 원망 같은 것들이 그때 제겐 넘실거리고 있었거든요. 지금이 내 인생의 변곡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있어서, 케케묵은 감정들을 더 이상 눌러두거나 참아버리는 대신 얼른 토해 내버리고 털어 내버리고 싶단 마음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꾸준히 매일 쓰고 그리던 중 이를 좋게 봐주신 필름출판사로부터 책을 써보자는 감사한 제안을 받게 되었고, 뭐든 열심히 하던 그 살아온 관성대로 덥석 ‘한번 해보겠습니다’ 했던 것이 이렇게 분홍색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했다.’, 그게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일 것 같습니다.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담겨있는데요. 작가님에게 ‘퇴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직장인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겪게 되는 과정. 그래서 최대한 덤덤히 넘겨내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덤덤히 못 넘긴 과정이에요. 제게 퇴사란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내려놓는 과정이자, 내가 나를 인정하는 과정의 결론이기도 했고, 하기 싫은 것들을 최대한 안 하는 삶을 살며 그냥 ‘지금’을 살아보겠노라는 욕망의 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난생처음이었던 ‘퇴사’, 부디.. 제 인생에서 마지막이길 바라는 것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게 된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선택 후에 힘들거나 후회되었던 순간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거 하니까 마냥 좋겠다는 시선을 자주 받아요. 그 앞에서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굳이 저 역시 불편한 이야기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침묵으로 동의하기도 해요. 하지만 역시 무슨 일이든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월급이 있는 삶, 남들 쉴 때 쉬는 삶, 나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방법 등을 잃긴 했습니다. 은행이 신뢰하던 회사이름을 포기 했으니 내 집 장만의 기회 역시 어쩌면 날린 걸지도 모르겠고요. 높아진 불안정성이 이 삶의 불안 요소인 것은 분명해요. 이번 달 생활비와 작업실 월세, 그 와중에 또 저축해보겠다고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자주 고달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후회하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시기만 달라질 뿐이지, 아마도 결국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금의 제 선택들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이야기는 그때 남겨보고 싶어요.
그럼에도 퇴사와 자신의 꿈 사이에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책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당장 퇴사하고 하고 싶은 거 찾아 떠나라’가 아니에요. 심지어 ‘하고 싶은 게 없는 삶’도 있을 수 있는 걸요. 회사생활, 저는 더 이상 버티기 싫어 뛰쳐나왔지만 그렇기에 그 삶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를 이기고, 치열히 인내하는 삶을 여전히 저는 동경하고 연민하고 존경합니다. 지금의 회사생활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분들이 계시다면 조급함 대신 신중함으로, 어떤 선택에서든 부디 곁에 있는 오늘의 낭만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 없을 때까지 버텨보는 그 경험도 위대하고 소중한 걸요.
책에서 보니 현재 연애를 하고 계시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고민을 꽤 하셨던 것 같아요. 과거와 달리 요즘 ‘비혼’이란 말을 흔하게 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연애 중입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를 떠나 ‘결혼’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지금은 일단 코로나가 끝나면 ‘해야지’라고 막연히 생각 중인 상태입니다. ‘결혼’과 마찬가지 ‘비혼’ 역시 개인이 선택 가능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관습이 여전히 지배적인 세상에서 ‘비혼’과 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더 활발히 대중에게 나눠지길 바라고 그것을 지지합니다. 옳고 그름의 잣대로 개인의 삶이 판단되는 사회보다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그런 세상이 훨씬 더 살기 좋을 것 같아서요.
책 내용 중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어’ 부분이 퍽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할머니는 어떤 모습인가요?
책을 지으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긴 해요. ‘어떤 할머니이고 싶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이미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요. 결국 궁극적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가’,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싶은가’와 같은 물음을 마주하고 답을 찾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구나 싶어 동질감과 안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서른 초반에 그런 질문을 쫓고 있는 제가 누군가의 눈에는 굉장히 섣부르거나 이르다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니구나’란 불신을 극복하고,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낸 시간’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는 이 과정이 앞으로의 저를 위해 필요했어요. 앞으로도 아마 자주 마주칠지도 몰라요. 많은 것들이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을요. 그럼에도 내일에 대한 호기심과 나와 주변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싶단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쭉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글을 쓰는 작업을 하며 어떠셨는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향후 작가님 행보가 궁금합니다.
글 쓰는 작업은 어려웠습니다. 쉽지 않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혼자 보려고 끄적거리는 행위랑은 마음이 느끼는 부담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이야기를 써놓고 혼자 좌절하는 새벽들이 많았어요. 동시에 아직 어쩔 수 없다며, ‘앞으로의 나를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나’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혼자 다독이는 새벽들도 많았습니다. 그러고나니, 이 책과 함께 조금 더 성장한 제가 남게 된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에 좌절하고, 그것에 대해 또 너그러움을 베풀며 그렇게 창작을 꾸역꾸역 이어나가 보고 싶어요. 제 SNS 구독자님들께 첫눈 올 즈음 들고 오기로 약속드렸던, 두 번째 독립출판 만화 작업에 일단 집중해보려 하고요. 제가 살아왔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그 작업을 기점으로, 그만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이제야 들어서요. 조금 더 가벼운 일상과 제 관심사인 가족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웹툰 플랫폼을 통해 정식 연재 형태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정도만 잘 마무리 지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이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켱 이제야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둥글고 모난 사람. 사람과 사랑에 관심이 많다. 좋은 시선을 선택하며 명랑하게 살아가고 싶다. 모두의 마이웨이를 응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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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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